월드컵 성공개최 기원 사비 1억들여 완성

길이 2002m, 폭 1.4m, 제작기간 4년, 총 제작비용 1억, 1만명 이상의 제작인원이 참여한 세계 최대 면적의 그림이 전시할 공간이 없어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다.

세계 최대 면적의 그림은 지역의 젊은 화가인 조정용씨(40·대전시 유성구 전민동)가 2002 한·일 월드컵 성공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지난 99년 4월11일부터 가로 45m, 세로 1.4m 크기의 작품 45점을 연결해 지난해 12월 2002m 초대형 그림을 완성했다.

전국을 순회하며 만들어진 이 작품에는 1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동참했으며 제작에 필요한 캔버스, 물감 등 총 1억여원의 제작비용은 조씨의 사재로 충당했다.

″전국을 돌며 장애아동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넥타이를 맨 신사들까지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그림 제작에 참여해주셨어요. 그때 이분들과 한 약속이 있었습니다. 월드컵기간 중 여러분들이 그린 그림을 대전에 오셔서 꼭 봐달라 했습니다.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쉽습니다″

조씨는 세계 최대 면적의 그림을 전시를 할 수 없다는 아쉬움보다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게 죄인처럼 느껴진다.

″처음 작품을 기획할 당시인 98년에는 국민들이 IMF라는 국가 위기에 무척 힘들어 할 때 입니다. IMF이후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2002 한·일 월드컵 홍보와 성공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작품을 기획했습니다″

99년 4월 11일 대전역 광장에서 첫 그림작업을 할 때만 하더라도 주위의 관심과 지원은 대단했다. 지방언론은 물론 중앙언론에서도 조씨를 인터뷰하기에 바빴고 이곳 저곳에서 후원을 자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는 주위의 무관심 속에 어렵게 완성된 작품이 전시할 공간이 없어 창고에 먼지만 수북히 쌓여있는 실정이다.

대전시립미술관 개인 작품이라 전시 거부

그림 규모가 워낙 커 대전에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은 대전시립미술관과 대전무역전시관 정도이다.
그러나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조씨의 작품 전시를 개인전시회라는 이유로 거부했고 대전무역전시관은 대관료가 너무 비싸 개인비용을 들여 장소를 빌리기엔 너무 무리이다.

″2000년 대전시립미술관 임봉재 초대관장님이 2002년 시립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또, 학예실장을 불러 혹시 본인이 관장자리에서 물어나더라도 실무진에서 힘써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믿었던 대전시립미술관 전시약속은 임봉재 초대관장이 떠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꼭 제 이름을 걸고 전시를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1만명이상의 국민들이 참여해서 제작한 작품이 어떻게 개인 작품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 많은 작품 참여자들에게 당당히 얘기했었습니다. 월드컵 기간 중 대전시립미술관을 방문해 여러분들의 작품을 감상하시라고요″
조씨가 한 국민과의 약속은 이제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조씨는 최근 그림 처리 방법을 놓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
″전시가 어렵다면 아쉽지만 작품을 소각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우리 전통에 자신의 소원을 한지에 적어 태워 날려보내는 액막이가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림이 아크릴화로 제작이 됐기 때문에 소각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요. 오죽 답답하면 이런 생각까지 하겠습니까″

이런 답답한 조씨의 심정과는 달리 대전시립미술관과 대전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대전시립미술관 측은 ″대전시립미술관은 원칙적으로 개인전시를 금하고 있다. 물론 국, 공립미술관이 개인전을 허용할 때는 원로 미술인에 한해 국한되어 있다. 조정용씨는 아직 젊은 작가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작품을 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할 경우 이후 많은 작가들이 전시를 요청해 올 때 불허할 명분이 없다″며 ″조씨의 그림 자체도 길이가 2002m라는 점 외에 다른 작품과 차별성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해 작품전시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적 볼거리 사장"…행정 유연성 보여야

대전시의 입장도 시립미술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조씨의 그림을 전시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했으나 시립미술관과 대전무역전시관외에는 특별한 장소가 없다. 하지만 시립미술관측에서는 작품전시를 불허했고 대전무역전시관의 경우도 대관료가 비싸 대전시가 지불해 줄 수 없는 상태다″며 ″선거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신규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행정의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회사원 이병세(38·대전시 서구 둔산동)씨는 ″2002m라는 거대한 길이의 그림이 전시공간이 없어 사장된다면 국가적으로도 볼거리를 잃는 것″이라며 ″대전시나 시립미술관이 원칙만을 내세울게 아니라 행정의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생 이경수(22·대전시 중구 문화동)씨도 ″월드컵을 맞아 없는 볼거리도 개발해서 외국인들에게 선보여야 할 때인데 있는 볼거리 마저 사장시키는 정책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며 ″대전시민들이 서명운동이나 모금활동이라도 벌여 전시공간을 마련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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