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 참여하는 부활절 행사 무료 임대
 시민들 ″시설 파괴·이미지 손상″ 우려




월드컵을 두 달여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예선 및 16강전이 치러질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경기가 아닌 특정 종교단체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대전시는 특정 종교단체 집회를 위해 월드컵 경기장을 무료로 임대해 주면서 월드컵 행사를 대비한 경기장 운영의 리허설 기회로 삼는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내세우고 있어 시민들의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대전기독교 연합회는 오는 31일 오후 1시30분부터 5시까지 부활절 예배를 대전시 노은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갖기로 하고 방송 등에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대전지역 기독교 신도 4만5천-5만명이 참석해 부활절 예배, 부활절 축하 공연 등을 가질 예정이며 이번 행사를 위해 스탠드 위에 가로 10m, 세로 9m 규모의 연단을 만들 계획이다.

특히 대전기독교 연합회는 행사 중간에 비둘기 2002마리와 풍선 날리기, 꽃가루 뿌리기, 결의문 낭독 등 '월드컵 성공 개최 실천 다짐 대회'를 30여분간 갖고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할 계획이다.

″다른 곳도 많은데 굳이…″

하지만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특정종교 집단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시민들은 월드컵 경기장 활용도를 높인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월드컵을 두 달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특정 종교단체 행사가 열려 경기장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전시가 특정 종교집단 행사에 시설물을 무료로 임대해 준 점에 대해 이해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4만1천석에 불과한 경기장에 수용인원을 초과한 5만명이 입장할 경우 시설물 파손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대학생 김성식(22·대전시 유성구 구암동)씨는 "월드컵 경기장은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상징적인 시설물인데 특정 종교인들이 대규모로 집회를 갖는 모습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대전시가 정작 국제 축구 경기는 못하겠다고 버티면서 특정 종교단체의 집회에는 허가를 내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시민 김창렬(40·대전시 중구 문화동)씨도 "월드컵 경기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문화행사 등에 유료로 임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대규모 행사에 무료로 시설물을 임대해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시설물이 파손됐을 경우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시민 강석중(42·대전시 서구 둔산동)씨는 "한밭종합 운동장이나 엑스포 남문 광장 같은 대규모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월드컵 경기장에서 부활절 행사를 치르려는 것은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반문했다.

월드컵 경기장 사설 경원 김모씨는 "4만1천석에 불과한 경기장에 행사인원 모두를 수용하기는 불가능하고 통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운동장 진입 계단을 봉쇄하겠지만 본부석 앞은 열려 있어 언제든지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전시 ″경기장 운영 리허설 기회″변명

이에 대해 주최측과 대전시 월드컵경기장 관리사무소 측은 조례에 따라 임대해줬을 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며 오히려 월드컵을 대비한 시설물 운용의 사전 리허설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측은 지난해 9월 나이지리아와의 월드컵구장 개장 경기 이후 이렇다할 경기나 행사가 없었기 때문에 4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되는 이번 행사에서 총체적인 월드컵 준비 상황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대전광역시 체육시설 관리운영 조례에 따라 어떤 단체든지 월드컵 경기장 사용 요구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며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 열리는 어떤 행사에도 월드컵 경기장 사용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행사도중 이물질 유입으로 인한 잔디 훼손 우려에 대해서는 "주최측에서 운동장 진입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한지 잔디 덧파종 작업이 끝나면 차양막을 덮기 때문에 이물질이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와 함께 "대전에서 4만명 이상의 인원이 동원되는 행사는 많지 않다"며 "행사 주최측에서 전기, 수도 요금 등을 내기 때문에 관리소로서는 별다른 투자 없이 월드컵 경기장의 시운전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부활절 행사를 총괄하는 대전기독교 연합회 박태수 장로는 "지난 1월 8일 이미 대전시로부터 월드컵 경기장 사용 허가를 받았다"며 "대전시에도 기독교인들이 월드컵 성공 개최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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