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뒤 등 안보이는 곳 이동 카메라 설치
 예고판도 없어…교통사고 위험 커



자영업을 하는 김모(42·대전시 대덕구 중리동)씨는 최근 대전시내 도로를 지나다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 내린 일이 있다.
중앙선을 대신해 조성해 놓은 1m 정도 폭의 화단에서 과속 단속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는 경찰을 발견하고 급히 속도를 줄였지만 이미 늦은 것.
뒤따르던 다른 차들도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 등 급정거가 계속돼 하마터면 연쇄 추돌 사고를 낼 뻔했다.
며칠 후 김씨에게는 속도위반 사실 통지서가 날라 왔다.

회사원 정모씨(38·대전시 중구 유천동)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집에서 고속터미널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 충남여고 앞길에서 이동 단속카메라를 발견했다.
이곳은 내리막 경사 때문에 본의 아닌 과속이 불가피해 단속이 잦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이날 우측 가로화단 나무 뒷편에 잘 보이지 않게 카메라를 설치하고 과속차량을 촬영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고개를 넘어서며 경찰을 발견하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겨우 단속을 피했지만 뒤따라오던 차들도 잇따라 급정거하는 소동이 벌어져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경찰이 과속방지를 위해 설치 운용하고 있는 과속단속 이동식 카메라 운용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이 높다.

고정식의 경우 단속 사실을 알리는 표시가 돼있지만 이동식 카메라는 단속 예고 알림 표지판도 없이 무차별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내리막길 같이 도로 여건 상 어쩔 수 없이 과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 등에서 집중적으로 단속을 펼쳐 운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특히 화단이나 가로수 사이, 다리 밑 그늘진 곳 등 운전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해 '함정단속'이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대전·충남지역 단속 카메라 105대 운영

현재 충남지방경찰청이 운영하고 있는 과속방지용 카메라는 대전지역 16대(고정식 7대, 이동식 9대), 충남지역 89대(고정식 45대, 이동식 44대) 등 모두 105대.

충남경찰청은 올해 안에 대전 20여대, 충남 100여대의 고정식 과속 단속 카메라를 증설하고 이동식 카메라도 크게 늘릴 방침이다.

이동식 카메라를 통해 대전시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단속되고 있는 장소는 중리동 4거리에서 오정동 4거리 양방향의 중앙 화단, 서부간선도로 서우 아파트에서 경성 큰마을 아파트 양방향 한국통신 육교 위 커브 길 끝 지점, 정림동 불티고개 도마동에서 정림 3거리 방향 서부간선도로 육교 밑, 충남여고 앞 동서로 4거리에서 목동 4거리 방향 등이다.

또한 고속도로나 외곽도로 변에서는 승합차 뒤에 이동식 카메라를 설치한 뒤 주차 차량인 것처럼 위장한 채 과속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단속경찰들 대부분은 단속지점 전방에 단속 예고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세워 놓은 채 가로화단 나무 뒤나 그늘진 곳 등 운전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지점에서 과속차량을 단속하고 있어 운전자들은 건수를 올리기 위한 함정단속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자가 운전자 설모씨(48·대전시 중구 용두동)는 "과속을 한 것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예고 표지판을 세우지 않는 것과 운전자들이 단속 사실을 확인할 수 없게 숨어서하는 것은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단속"이라며 경찰은 떳떳하게 입간판을 세우고 잘 보이는 곳에서 과속 단속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경찰이 단속하는 지점은 도로 여건 상 어쩔 수 없이 과속하는 곳도 많다"며 "갑자기 눈에 띄는 단속 경찰을 보고 다급한 나머지 급정거를 하기 때문에 연쇄 추돌 사고의 위험이 크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고정식, 이동식 모두 카메라 설치 예고 입간판을 세워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이동식 카메라도 커브길이나 과속의 우려가 있는 지점에 배치한 것이지 일부러 숨어서 단속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 "과속은 사망사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며 "과속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을 높여주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단속 예고 입간판 설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과속 적발 등 탄력적 단속 필요

교통 전문가들은 이동식 카메라의 함정단속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운전자들이 규정속도를 준수하는 운전습관이 정착돼야 하지만 경찰도 도로 여건이나 법규상의 괴리감 등을 고려해 현실적이고 탄력적인 단속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과속에 대한 단속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함정단속이라는 오해를 살 만한 장소를 피해 단속해야 한다"며 "무차별적인 단속이 아닌 규정속도를 과도하게 넘어선 상습적인 과속운전자들을 적발하는 탄력적인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의 규정속도는 원활한 교통 흐름과 사고 예방을 위한 운전자들의 약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통법규 상 주행속도에 대한 규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규정속도로 운행하거나 조금이라도 낮은 속도로 운전을 하면 뒤차의 경적소리와 번쩍이는 불빛으로 귓불이 화끈거리는 일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경찰의 주장대로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규정속도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과속 범칙금을 내야하는 운전자들의 불만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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