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7월 외국인 산업연수생 불법이용 첩보
 충남경찰청 외사계 끈질긴 수사 끝 검거



한 형사의 끈질긴 노력이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공중전화 공짜이용 범죄를 8개월만에 해결하는 개가를 올렸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 15일 공중전화 버튼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공짜 국제전화를 사용해 온 우즈베키스탄 산업연수생 타키르씨(35)등 우즈베키스탄인 2명에 대해 편의시설부정이용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자트씨(26) 등 우즈베키스탄인 10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 했다.

공중전화를 이용한 국제전화 공짜사용에 대한 첩보가 충남지방 경찰청에 입수된 것은 지난해 7월.
이때부터 보안과 외사계 이재택경사(46)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 첩보를 접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긴 자신과의 싸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엔 공짜전화가 자주 사용되는 공중전화에 잠복근무를 하고 있다가 현장을 덮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사건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아! 이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통신에 의뢰해 공짜전화가 많이 걸리는 공중전화를 확인했고 발생장소를 중심으로 잠복수사를 해보기도 했다.
대전지역의 경우 대전역, 서대전역, 신탄진역 등 주로 사람들이 왕래가 많은 곳에서 자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또, 수신국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중국, 파키스탄 등으로 집중되어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통화내역이 최근 3개월까지만 확인이 가능하고 장기간 공짜전화 사용에 이용된 공중전화는 한국통신에서 철거하는 등 수사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대전 전지역을 상대로 수사를 한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한 곳을 정해 놓고 그쪽만 집중적으로 조사를 하자는 내부의견이 나왔습니다. 한국통신에 의뢰해 12월 중 가장 많은 공짜전화가 쓰여진 공중전화 소재 지역을 확인하고 거기에서 대한 집중 수사를 펼쳤습니다"
한국통신이 보내온 자료를 통해 대전 3, 4공단과 인접한 대전시 유성구 송강동 일대가 우범지역으로 좁힐 수 있었다.

이 곳에서 다시 지루한 잠복이 시작됐고 별다른 성과 없이 또 몇 주를 흘려 보냈다. 이 경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을 할 수 있었으나 공중전화에 쇳조각을 이용하거나 다른 도구 등을 사용해 전화를 거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모두 카드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한국통신에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잠복을 하는 동안에도 그 곳에서 공짜 전화가 쓰여졌다는데 이 경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때까지도 이 경사가 알고있는 공중전화 무료사용법은 고작 쇳조각을 이용한 수법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그는 이때부터 공짜로 전화를 거는 법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공중전화 공짜로 거는 법을 살펴보면서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지를 확인했다.

공중전화를 공짜로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인터넷사이트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놀랄만한 사실인데 그 방법도 다양하고 지능적이어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사는 급진전했다. 이 경사는 다시 한국통신에 의뢰해 송강지역에서 공짜로 걸린 전화의 수신번호를 확인하고 번호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 걸린 공짜전화는 모두 우즈베키스탄으로 나왔고 12개의 번호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산업연수생의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우즈베키스탄 연수생들을 주목했고 대전 모 섬유회사에 12명의 우즈베키스탄 연수생들이 일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심증은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확실한 물증 없이 심증만을 가지고 이들을 체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해당 업체의 도움을 받아 우즈베키스탄 연수생들에게 고향집 전화번호를 적게 해서 그 번호를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펼쳤다. 아니나 다를까 12명의 집 전화번호는 12개의 공짜전화 수신번호와 동일했고 지난 15일 이들의 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범죄 수법은 카드를 이용해 간단한 버튼조작만으로 공짜전화가 가능하며 한국을 다녀간 선배 연수생들로부터 조작방법을 배워온 것으로 밝혀졌다.

8개월만의 사건해결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즐거워야 할 이경사의 얼굴은 왠지 어두워 보였다.
"사건을 해결했다는 성취감 보다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었습니다. 먼 이국타향에 돈벌려고 온 이들이 고향생각이 오죽 하겠습니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자꾸 생각나게 하는 사건입니다"

한편 산업연수생들인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대전시 유성구 송강동 및 대덕구 목상동 일대 공중전화에서 버튼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모두 43차례에 걸쳐 73만원 상당의 국제전화를 부정으로 통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통신 자료에 의하면 지난한 해 우리나라에서 공짜 공중전화 사용요금은 총 77억원에 달하며 대전·충남의 경우에는 6천6백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금액 중 50%는 상대국에 지급하도록 되어있어 상당한 외화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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