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한반도 평화실현의 해′ 선언
16일 대전역서 시민단체 부시 미대통령 방한반대 집회 열어

새해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발언으로 전 세계 비난의 초점이 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19∼21일)과 관련 전쟁반대, 평화실현, 부시방한 저지 범국민 대회가 대전지역 통일운동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 회원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16일 오후 3시 대전 역에서 열렸다.

집회장인 대전 역 주변에는 ‘악의 축은 부시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잿더미 만드는 전쟁놀음 중단하라’, ‘우리민족 다 죽는다. 부시는 한반도 전쟁계획 중단하라’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광장 바닥에는 부시방한을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여놓아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각 시민단체에서는 집회 시작 30분전부터 미리 준비해간 부시방한반대 유인물을 대전 역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집회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행사 시작 10분전 한쪽에서 작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된 게 누구 때문인데 헛소리들 하고있어. 우리나라가 백날 노력해도 미국 없이는 안돼”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집회장 주변을 돌며 횡설수설하자 범민련 대전충남통일연대 정효순 의장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누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살아요. 우리들이 노력해서 이룬 성과지”라며 맞대응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정 의장은 “국민들 수준이 아직도 저 정도라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한탄하며 할아버지와의 설전을 마무리했다.

집회는 예정보다 20분 늦은 3시 20분에 대전충남통일 연대 안은찬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됐다.
대전충남통일연대 김용우 상임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악의 축은 북한이 아니라 미 제국주의 부시정권과 일본의 고이즈미, 극우 보수세력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라며 “온 누리의 평화 실현을 위해 6·15공동선언을 실현하여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 선봉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연설에 나선 대전충남노점상연합회 임석준 의장은 “1945년 일제식민지에서의 해방이 진정한 해방이 아닌 미 제국주의라는 새로운 올가미에 묶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나라 경제를 빨아먹고 있는 미 제국주의의 대표인 부시방한을 결사반대”한다고 말했다.

전농충남도연맹 김상현 사무처장이 낭독한 결의문에서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세계를 다스리겠다는 미국의 오만과 독선은 부시정부와 미국을 위한 것일 뿐, 세계와 한반도 평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정부가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포했다면 우리는 올 한해를 '한반도 평화실현의 해'로 선언한다”고 주장했다.

결의문 낭독을 마치고 거리행진을 준비하는 도중 대전 역 주변의 노숙자로 보이는 4-5명의 노인들이 집행부로 찾아와 “어떤 놈들이 미국 욕을 해! 너희들이 뭔데 미국 욕을 해”라며 안은찬 집행위원장의 멱살을 잡으며 집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5분 정도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주변에서 집회를 감시하던 형사들이 중재에 나서기 했다.

시위대는 대전 역에서 도청까지 행진을 벌였으며 집회가 시작되자 주말을 맞아 시내를 찾은 많은 직장인과 시민들이 이들의 시위를 지켜보며, 시위자들이 외치는 반미 구호에 일부 시민들이 동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만의 소리도 적지 않았다. 주말을 맞아 쇼핑을 나왔다는 김경순씨(28·회사원)는 “버스를 기다린 지 한시간이 다 되간다. 시위도 좋지만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게 좋지 않느냐”며 “주말을 맞아 교통이 가장 막히는 시간에 시가 행진을 하도록 허가해준 경찰이나 시가행진을 하는 시위대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대전충남통일연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6·15지지자 청년모임, 전민특위 대전충남본부, 남북공동선언 대전충남실천연대, 민주노동당 대전시지부회원 100여명이 참석해 오후 5시 20분 도청 앞에서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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