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한복 입고 전통문화 체험

 대전시 여성회관 ′우리명절 한마당′성황


"그 남자도 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키자와 쿄코(23)양은 고향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을 떠나는 것이 아쉽다.
쿄코양은 지난해 2월 배재대학교 한국교육원에 한국어를 배우러 왔다. 1년 동안 배재대 일본어과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한국 친구를 사귀었고 짝사랑하는 연하의 한국 남자도 생겼다.
쿄코양은 "떠난다고 생각하니 그 동안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 후회돼요"라며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그 동안 자신을 표현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쿄코양은 일본에서 2년 동안 한국어 공부를 했었지만 처음 한국에 와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시장에서 흥정도 하고 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떨 정도로 한국말을 잘한다.

"일본에 돌아가도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할 거예요"
쿄코양이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남다르다. 처음에는 막연히 어려운 한국어 공부에 흥미를 느껴 더 공부하고 싶은 오기에 한국까지 오게 됐지만 지금은 '반 한국사람'이 다 됐다며 자랑한다. 일본에서는 '인간관계론' 전공의 대학 4학년이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다시 한국에 와서 공부와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김치찌개를 제일 좋아해요"
쿄코양은 김치찌개를 만들 줄 안다며 소주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비록 주량은 3잔을 넘지 않지만 "캬"하는 흉내를 내는 모양새가 제법 소주를 마셔본 모양이다.

"한국은 독특한 유교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 학생들은 밖에서는 개방적이고 실속을 챙기지만 집안에서는 부모님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요"라며 한국을 떠나기 전에 한국의 전통 문화들을 접하고 싶다고 말한다.

8일 대전시 여성회관에서 열린 '우리명절 한마당'은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세계 25개국 140여명의 외국인들이 참석했다.
99년 이후 매년 설, 추석 맞이 행사로 열리는 한마당 행사는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명절 세시 풍속과 전통문화를 알리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공군·해군 대학원의 장교, 연구소의 연구원, 석·박사 학위 연수자, 어학 연수생 등 참석한 외국인들의 부류도 다양했다.
대전홍보비디오 관람, 여성회관 보육아동 및 수강생들의 공연, 전통요리수업 참관, 전통혼례 시연, 전통놀이 체험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보고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참석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10시부터 진행된 이 행사는 대전시와 월드컵에 대한 홍보 비디오 상영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여성회관장의 회관 소개 후 참석자들의 간단한 자기 소개가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여러분 몬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와 같이 어설픈 한국어를 말하거나 자기나라 말과 한국어를 섞어 참석자와 관계자들의 웃음을 자아내 조금은 엄숙하고 지루했던 분위기를 일순 바꿔 놨다.

여성회관의 신숙용 관장은 "올해는 월드컵 홍보에 중점을 뒀다. 여기 참석한 외국인 중에는 대전에서 본선 경기가 열리는 미국, 폴란드인도 있어 월드컵 관람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벌어진 여성회관 보육아동들의 '갑돌이와 갑순이' '발레'와 여성회관 댄스스포츠 수강생의 공연은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시립연정국악원의 관악, 가야금 등 전통국악 연주와 궁중무용 '춘앵전'을 관람하던 참석자들은 연주자들의 화려한 의상과 무용수의 아름다운 춤사위에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등 전통 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전통혼례시연'에 신랑 역할을 한 모로코인 드리스(32·한국과학기술대학 전산학 석사 과정)씨는 "아직 여자친구도 없는데, 아주 기분 좋아요. 이제 여자친구 생기겠죠?"라고 말하며 이번 행사 참석을 계기로 여자친구가 생기게 설날 아침 기도하겠다며 농담을 했다.

전통혼례 시연 후에는 우리 가락 배워보기, 강강술래 등 놀이마당이 열려 참석자들의 흥을 돋웠고 여성회관에서 준비한 40여벌의 한복을 직접 입어보는 순서에 참석자들은 서로 옷맵시를 뽐냈다.

일본인 세메야 아즈사(25, 충남대학교 한국어 어학연수)양은 "한국에 온지 1년이 됐는데도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아름다운 한국 문화를 접하게 돼 기뻐요. 한국 음식은 너무 예쁘고 맛있다"며 앞으로 한국 전통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보겠다고 말했다.

여성회관 신숙용 관장은 "비록 하루동안의 행사지만 평소 한국 사람들도 접하기 힘든 전통 문화들을 직접 경험해 본 외국인들의 호응이 매우 좋습니다. 외국인들이 대전에서 활발한 사회 활동과 전통문화 활동을 유도하고 대전과 월드컵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는 세계 20여개국의 외국인들이 참석했지만 주로 공군·해군 대학의 장교, 연구소의 연구원, 석·박사 학위 연수자, 어학 연수생들이 대부분이어서 정작 고향을 그리워 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소외된 행사였다.

이에 대해 신관장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초대했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의 경우 평일이라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파란 눈의 이방인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우리 문화를 접해보는 이날 행사는 우리의 유서 깊은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다음에 열리는 '우리 명절 한마당'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공휴일에 개최하거나 궁중 음악이나 무용, 발레 등을 선보이기 보다는 농악이나 사물놀이 등 우리나라 서민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행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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