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용품점 거리로 탈바꿈

 잊혀지는 대전(3)-중교통 가구거리


핵가족, 이혼문화로 인한 가정의 붕괴, 독신, 아이 없는 가정이 늘면서 이로 인한 마음의 공허함과 상처를 애견으로 달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애견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면서 대전시 대흥동에 애견거리가 조성되고 있다. 대흥동 중교통.
이곳은 예전 가구거리로 유명했던 곳.

그러나 예전의 가구거리가 무색할 만큼 가구점은 한곳도 찾아 볼 수 없고 1∼2년 사이에 애견용품점들로 꽉 들어찼다.

대전천 변에 중고가구나 사무가구를 파는 곳이 있을 뿐 중교통에 자리잡고 있던 혼수가구나 대형가구점은 이미 자취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애견거리는 1백여m 구간에 대형 애견점이 8곳이 들어서 있고 개점을 준비하는 곳도 1곳 있다.

이곳 거리에서는 애견을 품에 안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사리 볼 수 있고 용품점안과 밖에는 애견과 애견용품을 구경하거나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애견용품점은 대형 쇼윈도 앞에 수십마리의 애견들을 진열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으며 내부에는 애완견들이 먹고 즐기고 치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판매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애완견의 종류는 20여종에 달하고 있으며 10만원-40만원대의 애완견을 많이 찾고 있다.

애완견과 함께 애견의 간식을 사러왔다는 김은경(28·대전시 중구 문화동)씨는 "혼자 자취를 해서 무척 외로웠는데 뽀뽀(애견, 말티스)를 기르고 부터 생활에 활력이 돼요. 뽀뽀가 얼마나 재롱을 피우는지 외로울 틈이 없어요"라며 애견을 기르는 재미가 솔솔 난다고 말했다.

처음 이곳에서 애견점을 열은 대전애견 대표 박용주(남, 48)씨는 "15년 전엔 우리 집 혼자였는데 옆에 하나 둘 생기더니 이제는 8곳이나 돼요. 앞에 있는 감자탕집도 애견용품점이 들어설 예정이에요. 아마 모든 장사가 그렇듯이 한 곳에 모여 있어야 손님들이 찾기가 쉽잖아요. 새로 개업하는데 전혀 알려지지 않은 용문동에 한곳, 부사동에 한곳 생겨봐요. 장사가 되겠나?"라며 한곳에 집중하게된 원인을 설명했다.

유난히 대전애견에 사람들이 많아 장사의 비결을 물었다.

"글쎄요. 비결이 따로 있겠어요. 15년 운영하다보니 단골 손님이 많고, 강아지 죽은 후에 사후관리를 잘해줘서 그런 것 같아요. 장사 속에 팔고 나면 그뿐이라며 강아지가 죽어도 발뺌 하잖아요. 우리는 판매 후 강아지가 죽으면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보상을 해줘요. 분명 팔 때는 건강한 강아지였는데 아이들이 주무르고 먹이도 함부로 주고 설사를 해서 강아지가 많이 죽어요. 그런데 죽었다고 가지고 오면 본 것도 아니고 보상해줘야지 별 수 있겠어요. 어쩔 땐 파는 금액보다 보상해주는 금액이 더 많아요. 장사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우리가 병든 강아지 들여오겠어요. 강아지 키우는 입장에서 죽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죠".

박 사장에 의하면 우리나라 애견의 치사율은 30%가 넘는다고 한다. 선진국 일본이나 미국의 치사율 1∼2%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이다.

"귀여운 마음에 사 가는데 관리를 제대로 안 하는 것 같아요. 애견도 아기와 같아요. 먹이도 함부로 주면 안되고 잘 보살펴줘야 하고요. 특히 7∼8살 어린이 있는 가정에서 사고가 많이 나는데 강아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금방 죽어요. 귀엽다고 막 주무르면 안 돼요. 주의사항을 잘 지키고 사랑으로 보살피는 선진의식이 필요하죠"라며 애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유행처럼 너도나도 애견을 기르려는 가정이 늘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애완견과 용품을 파는 애완견용품점에 그치지 않고 애견 카페, 애견과 사람을 묶는 커플패션, 애완견의 질병·상해에 대한 치료비를 지급하는 '애견 지킴이 보험' 상품도 등장했다.

주요 대학에는 애견 관련학과가 등장하고 대도시의 애견학원에서는 해마다 1,000여명의 애견 전문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또한 애견이 기르는 동물에서 가족으로 인식되면서 애견용품에 대한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애견의 옷을 사기 위해 지갑을 아낌없이 열고 엄마가 아기를 위해 분유값을 아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품류도 비싼 것을 고른다. 이처럼 애견들의 의식주 용품도 갈수록 고급화 전문화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사료가 다양화되고 간식 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료는 개의 종류, 나이, 몸무게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성장단계별 제품에서부터 비만 견용 제품까지 있다.

간식과 특별식은 비스킷과 껌, 각종 비타민 미네랄이 함유된 영양제, 육포, 통조림 등이 있고 미용제품인 샴푸도 털 색깔, 피부치료, 개 종류, 어린 강아지용 등 세분화되어 있다.

또 향수, 구취 제거제, 귀 청소약, 눈물자국 제거제 등 미용제품도 수십 가지이다.

애견거리가 조성되면서 음식점들이 하나 둘 없어지고 애완견용품점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많아지고 있다.

애견을 기른 적이 없다는 박준병(남·46)씨는 "애견을 기르는 것은 좋은데 강아지한테 몇 백만원씩 투자하고 호들갑떠는 것 보면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가 잘 사는 것도 아니고 IMF다 뭐다 해서 남들은 취직도 안 되고 생활고에 굶는 아이들이 몇 만명인데, 그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 도와줬으면 좋겠어요"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애견용품점 옆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같이 장사하는 입장인데 장사하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할 수 있나요. 아직 별다른 피해는 없지만... 애견용품점들이 더 늘어나면 냄새도 나고 또 음식점인데 인식도 안 좋아지잖아요. 강아지 판매하는 옆에 음식점이 끼여 있으면 누가 음식 먹으러 오겠어요"라며 애견점이 더 늘면 장사하기도 곤란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중교통에서 30여년째 음식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 할머니(63)는 "얼마전만 해도 가구점들이 즐비해 신혼부부들이나 결혼을 앞둔 처녀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고 젊은 층으로 바뀌었다"고 가구점 거리가 없어진 것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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