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걱정 종소리에 날려버려

 엑스포과학공원 신년타종행사


“땡∼∼땡∼∼땡∼∼”
힘차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함께 2002 임오(壬午)년을 맞이했다.

묵은해를 넘기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희망과 기대로 가득하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타종식 행사가 열리는 엑스포과학공원을 찾았다. 이 곳에는 친구, 연인,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즐거운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었다.

“같이 즐길 수는 없지만 뿌듯해요. 물론 부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 공원을 찾는 손님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아쉽지만 열심히 근무 할레요” 입구에서 손님들의 안내를 맡고 있는 권희옥(운영팀·27)도우미의 말이다.
권씨는 말을 마치고 다시 입장하는 손님들에게 “어서 오세요.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며 허리를 계속 숙인다.

10시 30분부터 아이스링크장에서는 모스크바 아이스 발레 쇼가 벌어져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관객석에서는 화려한 묘기가 나올 때마다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타종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타종행사 참석자 대기실인 공원 관리동을 찾았다. 행사시작까지는 한시간 이상이 남았는데도 대기실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최연소 타종참가자 최자영(문정초 4년·만9)양이 눈에 들어왔다. 최양은 한자능력 검정시험 최연소 1급 합격으로 대전에서는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나와 의젓하게 앉아있는 최양은 “TV를 통해서만 지켜보던 타종식에 직접 참석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요. 좀 떨리기는 하지만 평소에 해보고 싶었는데 제가 직접 종을 칠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라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임채환(46)이사도 타종행사에 참석했다.
“2001년은 우리 벤처인들에게 정말 힘든 한해였습니다. 지난 한해의 근심걱정은 종소리에 실어 날려 버리고 2002년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소망하며 종을 칠 생각입니다. 대덕밸리가 임오년에는 말같이 힘차게 뒷발질을 하며 뛰어오르는 도약의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라며 벤처인의 큰형님다운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참석자들은 대기실에 삼삼오오 모여 한해를 마무리하며 덕담을 주고받으며 타종시간을 기다렸다.

밤 11시 40분이 되면서 대기실에 있던 참석자들이 버스를 이용해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행사장은 말 그대로 사람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었다.

타종식에 앞서 충남대 정은혜 교수의 씻김 무용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타종을 시작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여름 장대비를 연상하게 하는 많은 양의 비였지만 어느 한사람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새해를 맞는 각오들이 대단한 듯했다.

행사장에는 또 다른 숨은 일꾼이 있었다.
종 조율을 하고 있는 전진엽(전력기획팀·42)씨.
“6년째 꼼짝 못하고 이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을 위한 행사에 봉사한다고 생각하니 가족에게 미안함보다는 오히려 떳떳한 마음이 듭니다”남들은 연말 연시면 가족과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 멀리서도 찾아오는데 매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왜 미안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모양이었다.

“5, 4, 3, 2, 1”시민들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가 열렸다.
“땡∼땡∼땡∼”힘찬 종소리와 함께 시민들의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2002 임오년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 각자의 새해 소망을 빌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핸드폰을 들고 행사장을 찾지 못한 친구에게 타종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33번의 타종을 마치자 2002년을 기념하는 2002발의 불꽃이 까만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홍선기 대전광역시장은 “새해를 맞이해서 가뭄에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며 “야생마처럼 가족과 사회에 활기가 넘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며 신년사를 대신했다.

한편 엑스포과학공원에서는 이번 타종 식행사에 아이스 발레, 풍물놀이, 몸 짓패의 공연, 관현악단 연주, 고객과 함께 하는 레크레이션을 통한 타종행사 참가 시민 선정, 살풀이 춤 공연 등의 식전행사와 대전시장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선정된 24명의 타종인사들의 타종식 행사와 소망풍선 띄우기 행사, 시민들의 타종행사, 북 연주 등 신년을 맞는 축하행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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