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반목 버리고 희망과 화합의 해로…

 임오년 새 아침의 단상


올해는 말의 해, 임오년(壬午年).
임오(壬午)는 오색 말 중 검은 말(黑馬)이며 임(壬)은 현무(玄武), 오(午)는 주작(朱雀)이다. 영물인 현무와 주작이 화합해서 들어와 금년은 역학적으로 좋은 해가 되고 있다. 특히 하늘(天干)의 壬수(水)와 땅(地支)의 午화(火)가 어우러져 수화기제(水火旣濟)가 이뤄져 상서로운 기운이 발생하게 됨으로 각 분야 마다 도약의 계기가 마련되고 상하좌우 갈등구조가 소멸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그 말의 해에 태양이 힘차게 솟았다.
식장산 뒤편에서 치밀어 오르는 붉은 해는 희망과 화합, 그리고 기대를 이 땅에 쏟아 부었다. 대전의 새해 첫 해돋이다.

〃.....천중(天中)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렛 바퀴 같아여. 물속으로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 붙으며 항,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츠던 것은 모여 소혀처로 드리워 물 속에 풍덩 빠지는 듯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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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아침을 만든다.
만물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제각기 활동은 하는 아침은 참으로 감각적이고 싱그럽다. 아침은 많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미화원들의 새벽 빗자루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있다. 그들이 쓸고 있는 것은 오염된 인간의 마음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세상을 더렵혔던 속된 근성을 청소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주지만 스스로는 땅위에 굴복을 한다'는 박남수의 '아침 이미지'가 생각나는 시각이다.

올해는 인간답게 사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다움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이 행복해 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싶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건 곧 도덕성을 발휘한다는 말이다. 한반도 사람 모두가 도덕성을 발휘하고 존엄성을 지닌다면 올해는 분명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이제 추운 겨울 교육청 앞 시위 문화도 없어져야 한다. 장애인을 정상인 캠프에 보냈다는 이유가 징계의 대상이 되는 사회는 분명 존엄성을 잃은 사회다.

새벽시장은 사람 사는 냄새가 있어 좋다.
곱은 손 녹이며 번득이는 눈으로 여는 경매는 치열하다 못해 경건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농담을 하던 동료가 숨가쁜 경쟁자가 되었다. 그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헤쳐나가는 삶은 실로 외경스럽기까지 했다. 경매사의 목소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도매상은 대전의 아침을 깨우는 종소리다. 대전의 아침은 농수산물 시장이 있는 노은동에서 시작이 되고 있다.
새벽은 대전역에서도 깨우고 있다. 장작불 활짝 피워 얼굴을 달궈 내는 새벽 상인들의 거친 숨소리는 하얀 입김을 새벽시장에 토해낸다. 새벽을 몰고 오는 열차는 아직도 청춘의 조각을 싣고 가는 지 궁금하다.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쓰는 차표와 함께
찢기인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려간다.

비애야!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둘러......


병든 역사를 화물차에 실려 보내는 일.
정치적으로 병든 역사, 적어도 금 모으기가 한창일 때 달라 상자를 뇌물로 주는 일은 없어져야한다. 정치적인 싸움이야 그들의 업(業)이니 어찌 할 수 야 있겠는가. 정치로 인해 경제가 왜곡되는 일만은 올해에는 제발 없기를 바란다.

오늘은 말의 해 첫날.
서설(瑞雪)이 내렸다지만 말의 기운은 여전하다.
말의 해여서 말도 많다. 여자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이 무성하다.
하지만 말은 제왕출현의 징표로 신성시되고 있다. 그리고 초자연적인 세계와 교통하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신라의 시조 혁거세왕은 말이 전해 준 알에서 태어났다. 고구려 시조 주몽이 타고 땅속을 통하여 승천했다는 기린 말도 신성시한 징표이다. 조선 태조는 동대문 밖에 마조단(馬祖壇)을 설치, 길일을 택하여 제사를 지냈다.
혼인 풍속에서 신랑이 백마를 타고 가는 것도 천마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말은 태양을 나타내고 태양은 남성을 의미하고 있다. 무속에서는 말은 하늘을 상징하며 날개 달린 천마는 하느님이 타고 하늘을 달린다고 전한다. 12지의 말 또한 남성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 해가 가고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가는 세월을 보람있게 하고 오는 시간을 알차게 만드는 건 오늘의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각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삶의 향기인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깃들여 있어야 한다. 게으름과 사치는 버려야 할 악덕이고 부지런함과 검소함은 익혀야 할 미덕이 되고 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기에
아직도 세상은 아름다우며 우리는 언제나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임오년 새아침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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