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면 태극마크 기회 또 오겠죠″

 수술 앞둔 시티즌 골키퍼 최은성


지난 25일 오후 2001 서울은행 FA컵 결승전이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대전시티즌 선수단은 한 덩어리가 됐다. 대전 시티즌은 97년 창단이후 첫 우승을 따내는 한편 올시즌 포스코 K-리그(정규리그) 최하위의 수모도 깨끗이 털어 내는 순간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4만여 관중들도 만년 최하위 팀 대전 시티즌의‘반란’을 박수로 축하했다.

하지만 경기장에 이들과 함께 우승감격을 나누어야할 주역이 자리에 없었다. 대전 시티즌이 FA컵 우승을 하기까지 모든 선수들이 하나 되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몸을 아끼지 않았던 수문장 최은성(30)선수였다.

전반 14분 골키퍼 최은성은 포항 박태하와 충돌해 부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나갔다. 그러나 이것이 선수들의 의지를 불태우는 발화점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전 시티즌 박문우 이사(49)는“최은성 선수가 실려 나가면서 이제 우린 졌구나 했어요.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이를 악물고 뛰는 모습에서 오늘 무슨 일을 저질러도 저지르겠구나 하고 생각했죠”라며 그때 상황을 회상했다.

그랬다. 최은성 선수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대전 시티즌 선수들은 또 다른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우승으로 돌아왔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우승의 기쁨의 감격을 맛보는 시간에 최선수는 병원에서 전화로 우승소식을 전해 들어야했다.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고 몸에 힘이 없어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였어요. 병실에 TV가 없어 경기진행 상황은 전혀 알 수 없었죠. 선수단 황의경 주무로부터 우리가 우승했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이겼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최은성 선수는 우승 순간에 우승이라는 단어 이외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컷다는 얘길 것이다.

우승순간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이 선수로서는 아쉬울 텐데 원인 제공을 한 박태하 선수에 대해 넌지시 물어 보았다.
“어제 태하형 한테 우승을 축하 한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괜찮다고 그랬죠.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요. 그 날 경기가 결승전이고 선수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다 일어난 사고였으니까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골키퍼 보호구역이었으니까 좀 피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은 드네요”라며 우승순간을 선수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했다.

“어제 선수들 카퍼레이드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봤어요. 나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행사 끝나고 은중이를 비롯해서 많은 선수들이 병원에 찾아와서 빨리 나으라고 격려해주고 갔어요. 내가 다쳐서 더 열심히 뛰었데요. 서포터즈도 병문안을 다녀갔어요. 그걸로 됐죠 뭐”
아쉬움을 겸연쩍은 웃음으로 대신하는 모습이 역시 운동선수였다.

이번 부상으로 국가대표에서 제외되는 또 다른 아픔을 겪어야했다. 국가대표에 대한 미련은 없는지 물어 보았다.
“국가대표 합류는 나중 문제죠. 우선 몸부터 완전하게 만들고 열심히 운동하다보면 또 기회가 오겠죠. 일단 수술 끝내고 병원에서 퇴원하면 심한 운동은 힘들 것 같고 웨이트를 통해 꾸준히 몸 관리 해야죠”
어찌 미련이 없겠는가. 하지만 평소에 성실하기로 유명한 최선수는 국가대표에 관해서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대전 시티즌 우승 이후 대전 시티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우승축하와 최은성 선수의 쾌유를 기원하는 글이 수백건씩 게재되고 있다.
“팬들에게 어떻게 감사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5년 동안 꾸준히 저희 대전 시티즌을 응원해주신 대전시민들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쁩니다. 한가지 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관중이 많아야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힘이 납니다. 내년에는 경기장을 많이 찾아 주셔서 저희들을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최선수가 팬들에게 남긴 인사였다.

최은성 선수는 충남대병원 762호에 입원중이며 왼쪽 눈 아래 부위 뼈가 함몰돼 30일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최은성선수 프로필

생년월일 : 71년 4월 5일생
신장(cm) : 184
체중(kg) : 82
주력(s/100m) : 12.5
성내초-포철중-강동고-인천대-국민은행-상무
주요경력 : 93 코리아컵 대표 2진, 2001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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