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연고이전 뒷북 대응 아쉬움

 허탈한 열성 서포터 안지은양


″어! 대전 현대, 어디로 갔지.″
프로농구 리그가 시작되었지만 대전 시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그들만의 리그에 허탈하다 못해 배신감마저 느낀다. 일부 열성 팬들은 아예 농구 중계를 보지 않고 채널을 돌려버린다. 농구를 사랑했던 만큼 연고지 팀이 없는 농구에 대한 미운 감정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없는 팀을 빼앗아 오기도 하는 데...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는 게 요즘 농구팬들이다.

언제 현대 걸리버스 농구팀이 연고지 이전 결정을 내렸는지 어떻게 팀 이름과 연고지를 바꾸게 됐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반대 운동은 형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현대가 팀 이름을 바꾸고 연고지도 전주로 옮겼다는 짤막한 신문기사 몇 줄을 읽긴 읽었다.

대전 현대팀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서포터 안지은양(19·고3).
농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지금도 전주까지 달려가서 응원을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무연고 팀으로 인한 허전함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현대가 연고지 옮긴다는 소식은 친구들한테 들었어요. 친구들이 신문보고 전화해줘서 알았어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죠. 그런 중요한 결정을 했으면 당연히 서포터인 우리에게는 구단 측에서 무슨 설명이라도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마디 얘기도 없이 정말 옮겨 버리더군요. 친구들과 모여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전주까지 원정 관람 불편

안양이 농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였다.
그러던 중 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부터 대전에서 좋아하는 농구를 볼 수 있었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농구장을 찾아 현대를 응원했다.

"배신감이 들어서 다시는 농구시합 구경 안 간다고 친구들끼리 다짐도 했었어요"
배신감이라는 단어가 안양을 포함한 대전시민의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농구 보러 요즘은 전주로 다녀요. 대전에서 할 때보다 구경가려면 비용이 2배 이상 들어요. 작년에 현대 걸리버스 서포터 회원이 1,000명이 넘었어요. 그중에 대전회원이 700여명정도 됐고요. 그런데 전주로 옮기고는 KCC 이즈스 서포터 대전회원이 20여명정도로 줄었어요. 대전에서 응원할 때는 친구들도 많아 재밌고 편안했는데 전주에 가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전처럼 재밌지도 않아요"
농구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안양은 농구 없이는 살수 없어 고생을 하면서도 멀리 있는 전주경기장을 찾는다고 했다.

또 안양은 팀이 떠나기로 결정 나고서야 뒤늦게 서명운동 운운하면서 뒷 북을 쳤던 대전지역 관계자들의 안일한 대처자세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고 얘기했다.
"웃기잖아요. 옮기기로 다 결정해서 발표까지 했는데 그때 가서 사람 모아놓고 서명운동 받으면 가지 말라고 한다고 안가겠어요. 그전에 미리 손써서 못 가게 막았어야죠. 대전이 전주보다 작은 도시도 아니잖아요. 대전보다 작은 도시도 농구팀 갖고 있는데 대전도 빨리 다른팀을 이전시키던지 아님 팀을 새로 창단 해줬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팀 유치·창단 적극 나서야

프로팀은 회사의 사정에 따라서 연고지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팀을 응원했던 수많은 팬들과 지역민에게 한마디 사전 협의나 타협, 조정 등의 여과가 없이 일방적으로 자사의 이익을 앞세워 떠나버린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름대로 대전 시민들에게 문제를 떠넘길 수도 있다. 대전시민들이 스포츠에 관심이 없고 입장권 판매 수익 또한 타지역에 떨어져 연고지를 바꾸게 되었을 수도 있다.
연고란 프로팀이 지역민들의 단합을 유도하여 입장권을 팔기 위한 상술의 도구로서 지정해 놓은 것이 아니다.

대전시민이라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스포츠 뉴스를 통해서 혹은 신문의 스포츠면을 읽을 때면 어김없이 대전 연고팀의 성적을 맨 먼저 찾아본다.

"전 응원할 때 현대팀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응원했어요. 오빠들이 코트에서 열심히 팀을 위해서 뛰는 것처럼 우리 팬들도 현대팀원이기 때문에 열심히 응원한 거죠"
안양의 말처럼 팬도 팀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팀에게 버림을 받은 심정을 프로구단 측은 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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