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젊은이 거리로 육성해야

 밤의 거리 르뽀(3)-유성 궁동


'대전의 압구정동'
대전사람들은 궁동을 '압구궁동'이라 부른다. 당연히 압구정동을 흉내 낸 작명이다.
대전시 유성구 궁동 충남대학교 주변의 대학가로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고 있다.
이곳은 주변 환경과 어울려 대학과 유흥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가진 지역이다. 궁동이 대학가의 상가로 형성되기는 하였으나 불과 수백m앞에는 봉명동이라는 대전최고의 유흥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낮과 밤의 모습이 180도 변화하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주위에 아파트나 주택가가 형성되면서 대학가의 독창적인 문화는 퇴색되고 있다고 하지만 손님 대부분이 학생이라는 점에서 대학문화의 한 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공부를 하다 식사를 하기 위해 나온 학생들로 궁동의 골목은 북새통을 이룬다. 낮에 이곳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꾸미지 않은 대학생들의 순수함이다.
또, 궁동의 특징은 식당이나 문방구, 팬시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의 가격을 보면 시내 중심가의 상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싸고 저렴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래도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의 소비 생활이나 식생활에 맞춘 대학가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궁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금자씨(여·48)는 "내가 음식점을 시작한지가 3년짼데 그동안에 가격을 한번도 안올렸어요. 용돈 받아쓰는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다 내 자식 같은데 돈 몇푼 올려서 떼돈 벌 것도 아니고 그냥 먹고사는데 지장만 없으면 되지 뭐..."라며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 주고 있었다.
사실 그랬다. 이곳의 음식값은 시내 상권과 비교했을 때 많게는 50%가량 저렴한 메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밤의 궁동은 현란하다 못해 눈부시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6시가 넘으면서 궁동의 분위기는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거리 곳곳에 네온사인과 젊은이들을 겨냥해 나이트며 술집 전단지를 든 몇몇의 또래 젊은이들이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니면서 홍보를 한다.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오는 각양각색의 자가용들과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세련되고 멋드러진 사람들이 골목을 가득 메웠다.

궁동은 지리적으로 유성온천 문화권의 가장자리에 있다. 채 5분 거리도 안되는 곳에 각종 퇴폐향락업소들과 호텔, 술집 등이 난립한 봉명동이 위치하고 있다.
손님을 끄는 야시시한 여인네들의 홍보전쟁에서부터 대전시내 곳곳에서 모여든 향락인파들로 밤은 불야성이다. 봉명동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궁동에도 유입되면서 밤이면 흥청망청 제대로 걸음을 걷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궁동도 어느 유흥가에서나 볼 수 있는 골목구석에는 저녁술자리를 확인시켜주는 토사물들이 나뒹굴고 시비 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고있는 모습 등은 이곳이 과연 대학가 인가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물론 궁동의 이런 모습이 다른 시내의 여타 골목거리의 모습과 별로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궁동은 지성과 이성을 겸비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발돋움하고자 하는 건전한 대학생들의 문화 공간이란 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궁동은 대학생들의 문화 공간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토론하고 인생을 설계하면서 고민하고 생활해 나가는 학교의 일부인 것이다.
현대를 사는 대학생들에게 오직 학생다움만을 강조하며 정도(正道)만을 고집하고 가르칠 수는 없다. 또 예전처럼 고리타분한 문화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생들 마저 기성세대의 문화에 물들어 흥청망청 술 마시고 춤추고 노는 문화 속에 길들여지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너무나 암울하기에 우선 이런 대학가 문화만이라도 바르게 서고 건전한 문화공간들이 자리 잡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에 목소리들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으로 유학 온 이명훈군(20·충남대 2년)은 "궁동에서 자취를 하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었어요. 낮에는 조용하고 대학가의 모습이던 곳이 밤만 되면 환락의 도시로 바뀌어 놀라기도 했지요.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 것 같아요. 충남대 하면 그래도 중부권 최고의 학교잖아요. 그러니까 궁동만큼은 충남대의 이름에 걸 맞는 건전한 대학가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바램을 얘기한다.

관광산업을 키워 지역사회가 발전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가 건전한 젊은이들의 문화를 키우고 육성하지는 못하더라도 경제적 발전의 수단으로 대학생을 이용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우리의 모습은 어찌 변해있을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