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은 원혼 극락세계로 인도

 '앉은굿 사혼제' 공개발표회 열어


특별한 구경거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한밭도서관 강당을 찾았다.
1일 오후 2시부터 대전·충남지방에서 오래 전부터 전래되는 유명한 「앉은 굿」공개발표회가 펼쳐질 참이었다.

굿은 미신이라고 해서 1970년대에 일찌감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지만 컴퓨터로 통하는 디지털 시대에도 삶과 일체화한 생활 문화로서 여전히 끈끈하게 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무속은 무당, 무인을 주축으로 하여 옛날부터 우리 민족의 생활 저변에서 분명하게 자리하여 온 민간신앙이었다. 특히 불교, 유교등 외래 종교가 들어오기 이전 민족신앙의 기반이 되어온 우리생활문화의 맥으로 평가하는 민속학자들도 있다.

행사장에는 나이 지긋한 노인네들이 차려놓은 떡이며 음료수를 마시며 한 바탕 굿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한 의례가 있고 바로 굿판이 벌어졌다.

오늘 벌이는 굿판은 '앉은굿 사혼제'.
원한 맺혀 죽은 두 청춘 혼령의 넋을 건져 달래주고 혼인도 시켜 이승에서 못다 한 사랑과 원, 그리고 한을 풀어 극락 세계와 연화세계로 다시 태어나 인도 환생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굿판 마지막인 혼신길닦이에서 바닥에 길베(길다란 천조각)를 깔고 열두 불백기(불을 밝히는 그릇)에 사자, 곳깔, 해당화를 꽂은 신랑, 신부를 가마에 태워 청사초롱을 앞세우고 합장을 하며 가족 일가친척 동네사람 순으로 돌면서 염불송으로 극락세계로 들어가도록 명복을 비는 마지막 과정이 절정이었다.

굿판이 벌어지는 동안 공연하는 사람들은 마치 신이 들린 듯 혼신을 받쳐 공연을 진행했고 지켜보는 구경꾼들 또한 숨을 죽여가며 굿판에 열중했다.

앉은굿으로 이승의 한을 달랬으니 망자는 이제 저승으로 가서 잘 살라고 축원하는 것 같았다. 살아 남은 자도 이제 슬픔을 털고 일어나 삶의 자리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것. 그러고 보니 굿판의 의미도 새삼스럽다.

이번 굿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설경(說經)이었다.
설경은 대전의 앉은굿에 중요한 도구로서 유사 이래로 전래된 무속세계의 유산이다. 앉은굿은 조상님과 천지신명을 함께 받드는 공개제사로서 지방(紙榜)대신 설경(說經)을 걸고 축문대신 법사(法師)가 독경(讀經)을 하는 것이다.

한편 공개발표회를 갖은 송선자(57)씨는 77년부터 무업에 종사해온 자로 기능보유자(설경)였던 고 황하청('98년 사망)으로부터 15년간 설경을 비롯한 앉은굿을 전수 받아 지난 해 2월 기능보유자로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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