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관련 교사들에 벌금형


26일 오전 9시30분 대전지법 230호 법정.

이곳에서는 피고인과 원고인 측 관계자들만 모인 조촐한(?) 재판이 열리고 있었지만 한때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대전 대덕고의 집단 괴롭힘 사건에 대한 항소심이어서 인지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재판은 판사의 판결문 낭독으로, 5분만에 끝났다.

대전지법 제1형사부 이승연판사는 26일 지난 98년 대전 대덕고에서 발생한 집단 괴롭힘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대덕고 구자은 당시 교장(현 청란여중 교장), 박희선 당시 교감(현 매봉중 교장), 황태운 학생부장, 박충배 당시 담임(현 동대전고) 등 학교 당국자 4명에게 각각 벌금100만원을 선고했다.
또 가해자 부모대표 백수곤씨에 대해서는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1심 500만원의 벌금형에서 징역6월 집행유예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일기장 등 개인신상자료를 유포한 것은 피해자의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교사와 학부모는 이군에게 집단 따돌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방법에 있어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대응해야 옳았다"고 밝혔다.

재판결과에 대해 피해자 아버지 이동진(54)씨는 "사건의 전 과정을 학교가 주도했고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에게는 형을 감해주고 일반인에게는 형을 더 준 이유를 모르겠다. 공직자는 같은 죄라도 더 무거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사회통념인데 재판결과에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 제출한 민원에 대한 회신공문에서도 도대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의 답변내용을 보내 습니다"며 학교에서 보내온 회신 내용을 공개했다.

회신문의 부적절한 내용을 발췌해보면 98년 10월 16일자 △귀하의 비열한 말장난과 자녀를 볼모로 벌이는 귀하의 이중적 처사를 볼 때 △따돌림의 병리적 현상에 대하여 귀 자녀에게 어떻게 지도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학생들의 장난이나 농담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폐적인 성격에 대해서도 부모님께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지도하셨는지 솔직한 답변 요망 △담임교사가 개인적으로 치료비를 부담했다는 사실에 대하여 감사하기는커녕 사건을 왜곡시키는 귀하의 의도를 정확하게 답해 주십시오

98년 10월 26일자 △치료비 및 위자료의 학교측 부담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귀하의 치료비 요구는 아이가 병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비정한 부모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어디 이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작성한 문서라고 믿겠습니까. 이렇게까지 파렴치한 학교관계자들은 1심보다 형을 더 가볍게 해준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이번 재판은 기소단계부터 잘못된 재판입니다. 명예훼손 하나의 죄목으로 기소를 했는데 그 이전에 공무상 비밀누설에 관한 법률위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에 대한 죄목은 빠지고 마지못해 면죄부 형식으로 최소한의 죄목만을 기소했습니다."
흥분한 이씨의 말이다.

이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억울함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폭력사태에 학생들을 내세워 서명, 사이버 폭력을 벌이는 등 어른들의 이해 관계를 보호하려고 학생들을 동원한 교육파괴에 대한 관행을 뿌리뽑는 초석이 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마치 단순한 집단 따돌림정도의 사건으로 취급하는 점이 아쉽습니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한편 지난 6월 22일 열린 1심에서 대전지법은 학교 당국자 4명에게 각 벌금 300만원, 가해자 부모 대표 백수곤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바 있다.

◇ 사건의 경위

98년 8월 당시 대덕고 1학년에 재학중이던 이장희군이 동료학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받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학교는 이에 대한 사실여부를 규정하기 위한 동료 학생들로부터 받은 진술서와 개별 면담 그리고 이군의 진술서 내용 등을 분석·검토한 결과, 집단 괴롭힘이 아니고 동료학생들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피해학생의 보호방안 강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은 98년 12월 31일 집단 괴롭힘과 관련하여 가해자로 생각한 19명(교사 2명, 학생 17명을 검찰에 고소하였다.

대전광역시교육청에서는 이와 관련 민원 및 언론기관의 보도, 현장의 장학지도를 통하여 사실을 인지하였고 문제해결의 핵심이 집단 괴롭힘 여부를 규명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교육적인 측면만을 고려하여 대덕고로부터 피해자측과 대화와 협의로 원만히 해결하도록 하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대덕고에서는 이군의 생활지도 자료로 활용한다는 목적으로 중학교 때 상담자료(개인생활지도 누가기록카드, 교사학생 결연지도카드, 부적응학생지도카드)를 확보하여 관계법령이 정한 일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교장, 교감 및 학생부장 등의 협의를 거쳐 99년 1월 학부모 대표에게 자료를 제공하여 학교폭력과 관련한 혐의로 제소된 교사와 학생들을 변호하는 데 활용하였다.

99년 9월 18일에는 피해학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추진된 집단서명운동을 학교측에서는 제재하지 않고 학생 900명과 교사 70명이 서명케 한 사실이 밝혀졌다.

◇ 집단따돌림에 대한 민·형사 사건 일지

△ 98. 12. 31 이동진씨가 19명(교사 2명, 학생 17명)을 "폭력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
- 8명(교사 2명, 학생 6명)은 무혐의, 학생 11명은 대전지방법원 소년부 송치(99. 11. 24)후 불처분 결정(2000. 2. 14)

- 무혐의 처분된 학생 6명중 2명을 민원인 항고(2000. 4. 10) 대전지방법원 소년부에서 불처분 결정(2000. 6. 19)으로 종결

△ 99. 8. 11 이동진씨 손해배상 청구 소송
- 교육감, 교사(3명), 학생 17명 및 동 학생 학부모 33명을 대상으로 2억8천1백만원 청구 소송(당초 5천5백만원을 변경 2000. 10. 18)

△ 2000. 1 교육감, 학교 관계자(교장 등 5명) 및 학부모(8명)를 "명예훼손 및 위증죄"로 고소
- 교사 황태운(당시 학생생활부장)기소, 다른 사람 "무혐의"(2000. 5. 30)

- 1심 판결(2000. 11. 24) 황태운 벌금 3백만원, 즉시 항소

△ 2000. 10. 30 학교관계자(교장 등 4명), 학생(11명) 및 학부모(28명)를 명예훼손 등으로 재 고소

- 43명 전원 무혐의 처리(2000. 12. 20)
- 대검의 재조사 지시에 따라 4명(교원 3명, 학부모 대표) 기소(2001. 3. 21)
- 1심 판결(2001. 6. 22) 전 교장, 전 교감, 담임 각 벌금 300만원, 학부모 대표 벌금 500만원, 즉시 항소

△ 2000. 12. 12 KBS드라마 "학교" 방영내용에 대해 인터넷으로 항의한 학생 39명을 명예훼손 및 모욕 등 혐의로 고소

- 5명이 기소(2001. 1. 15)되어 소년부 결정(2001. 5. 7)결과, 2년∼6월의 보호관찰과 80∼40시간 사회봉사명령 결정(항소 포기)

△ 2001. 10. 26 학교관계자(교장 등 4명) 벌금 100만원, 학부모 대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200시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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