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게시판′운동 전개 큰 호응

 주부 모임 '사랑이 꽃피는 엘리베이터 나눔이'


사람냄새보다 찬 시멘트 냄새가 더 익숙한 아파트 단지.
아파트 생활이 이웃간의 교제를 차단하고 있다. 사람들의 소외감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아파트의 차단된 공간을 깨뜨리고자 하는 주부들이 있다.
대전 YWCA의 회원으로 소속된 주부들의 모임 '사랑이 꽃피는 엘리베이터 나눔이' 가 아파트 단지를 주무대로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아파트 단지내의 엘리베이터에다 게시판 걸기 운동을 하고있다.

이웃집이라고 해도 얼굴 모르는 아파트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먹한 분위기에다 시선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른다. 이런 서먹함을 없애주고 공동의 화제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이 게시판의 역할.
각 라인의 엘리베이터마다 설치되는 이 게시판은 아주 깜찍하다. 게시판의 겉모습에서부터 사람들의 반응이 일어난다. 심지어는 몰래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실리는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감미로운 시부터 생활정보까지 실리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그 내용을 바꾼다. 좋은 시가 실리는 경우에는 잠시 빌려가는(?) 경우도 있고,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공유하고 싶다고 실어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아파트 단지에는 우유배달 아줌마가 "내용이 너무 좋다"며 게재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이다.
이 운동으로 인해 관저동 대자연 아파트 단지내의 동 전체가 처음으로 공동의 화제거리가 생겨 활발한 이야기의 장을 열었다.

'사랑이 꽃피는 엘리베이터 나눔이'의 정용옥회장(38·대전시 서구 관저동 대자연아파트)은 이런 운동을 전개하게 된 동기에 대해 "무엇보다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산 교육의 장"이라며 "실천으로 정의·평화·창조질서 보전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건설하는 목적을 가진 YWCA의 이념과도 많이 일치된다" 고 밝혔다.

정회장은 이런 뜻깊은 모임을 이루기 위해 대전 YWCA 유덕순 부장과 함께 3년전부터 동지를 모으기 위해 한달된 아기를 데리고 다니면서 열성을 다했다. 그 결과 지금은 약 40명의 주부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송촌동 선비마을, 원내동 한아름, 관저동 대자연·선비마을 등 20여군데의 아파트에 이 운동이 확산됐다.

정회장은 "작은 일을 했을 뿐인데 그 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랑스러워하며 '고맙다'라는 쪽지를 남겨줄 때 가슴 뿌듯하다"며 "시멘트로 차단된 아파트에서 사람들의 소외감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분좋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주요 멤버인 이미경 주부(37·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선비마을 아파트)도 "바쁠 때는 같은 동 사람들이 대신 내용을 바꾸어 준다"며 "삭막했던 아파트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미경 주부의 딸 이진주(12)양은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사랑이 꽃피는 엘리베이터 나눔이'는 이밖에도 다른 여러 행사들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에 살면서 어떤 의식을 갖고 생활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한달에 한번 '효심정'에 가서 노인들을 위해 식사를 손수 마련하기도 한다. 또 물건의 재활용을 위해 아나바다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또한 환경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도 벌인다. '광고물에 중독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과 아파트에 살면서 함께 지키지 못하고 있는 무질서'에 대한 사진전시도 가질 예정이다.

연신 화기애애하고 힘이 느껴지는 '사랑이 꽃피는 엘리베이터 나눔이'는 주부들의 진정한 힘이 발휘되는 모임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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