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개 업소 새벽까지 퇴폐영업 일삼아

 연매출 900억원…인근 주민들 대책 호소

 밤의 거리 르뽀(1)-′유천동 텍사스촌′


토요일인 지난 13일 자정을 10분여 남겨놓은 시각.
50여개의 윤락업소가 자리를 잡고 있는 대전시 중구 유천동일대 일명 텍사스촌은 러시 아워를 맞고 있었다. 윤락가로 들고나는 골목 입구에는 미등을 켠 승용차와 택시들이 수십미터씩 꼬리를 물고 있었다.

쇼윈도 안쪽 홍등(紅燈) 아래에는 착 달라붙은 원피스나 바지 차림의 아가씨들이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빠, 여기…. 잠깐만″
긴 머리, 짙은 속눈썹, 체리핑크 립스틱, 앞가슴이 깊게 패인 블라우스와 검정 나팔바지를 입은 여성이 유리문을 두드리며 지나던 남성을 유혹한다.
남자가 인상을 쓰며 짜증스럽게 반응하자 이번엔 다른 가게의 오렌지 톤의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레이저 포인터를 비취며 다시 접근한다. 이리저리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술 취한 남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10cm가 넘는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의 걸음걸이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유천동은 밤11시가 지나면 절정으로 치닫는다. 1-2차를 끝낸 취객들이 이 시간이면 유천동으로 몰려든다. 인근주변의 금산, 공주, 논산, 청주일대에서 원정길에 나선 사람들도 제법 있다.

자정이 가까워오면 택시에서 내리는 2-3명의 양복차림 남자들과 마주치기는 어렵지 않다. 4-5명이 떼지어 골목 안을 어슬렁거리며 '아가씨 쇼핑'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법에 묶여 문밖에 나와 호객하는 여성은 없지만 출입문에 나있는 작은 창을 통해 눈짓이나 섹시한 포즈로 손님들을 끌고 있다.

한참 이 일대를 돌던 4-5명의 취객들은 어느 한 곳의 업소 앞에서 일행들끼리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간다.

들어갔던 취객들이 나온 시각은 새벽 2시쯤. 아가씨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온 이들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해 있었다. 비틀거리며 인근 해장국집을 찾아 들었다.

새벽 2시쯤 대로변은 돌아가는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들로 즐비하다. 다른 곳 같으면 모두 문을 닫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해장국집과 야식집은 아직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이제부터 장사 시작인 듯 싶다.
이같은 풍경은 새벽5시를 넘어까지 계속됐다.

이 주변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씨(54)는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신 뒤 밤 11시 정도부터 이 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해서 새벽 4-5시까지 영업이 계속된다"며 "새벽 6시가 넘어서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새벽 6시가 되자 손님의 발길은 뜸해진다. 하지만 쇼윈도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아가씨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벽에 찾는 손님을 위한 배려(?)인 듯 보인다.

인근에 위치한 3,000여세대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입주가 속속 진행되고 있는 주택가속에 윤락가가 성업중이다.

유천동 일대가 본격적인 텍사스촌으로 바뀐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 그동안 일부 몇몇 업소가 영업을 해오고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단위로 업소들이 들어서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서울 미아리의 텍사스촌이 사라지고 난 후부터 대전의 유천동은 '제2의 미아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업소들이 생겨났고 지금도 몇 개 업소가 개업준비 공사에 한창이다. 현재 이곳에서 영업중인 업소는 50여개가 넘는다. 업소의 이전에 따라 아가씨들도 서울에서 이동했다. 한 업소당 10여명의 아가씨들이 종사하는 것을 감안하면 족히 500여명의 아가씨들이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유천동 텍사스촌'의 1개 업소가 작년 한해 올린 매출액이 17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천동 텍사스촌의 퇴폐윤락행위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한 업소의 월 카드매출액이 7천1백만원에 이르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연간 카드매출액은 8억5천2백만원, 카드와 현금매출을 5 대 5로 가정하면 연간 총매출액은 17억여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유천동 텍사스촌에서 영업중인 53개 업소가 비슷한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가정했을 경우 이들 업소의 연간 총매출액은 무려 9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소의 손님 1인당 술값은 1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하루 평균 카드매출액이 2백30만원인 이 업소의 경우 매일 밤 46명(카드손님 23명, 현금손님 23명)이 다녀가는 셈이다.
유천동일대가 1년 벌어들이는 소득은 대전 대화동 1·2산업단지가 벌어들이는 1년 매출액 810억원 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유천동 일대가 텍사스촌으로 변하자 인근 주민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에는 3,000여세대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은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 채 흥청대는 모습들 때문에 해가 지면 아이들을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어린아이들이 봐서는 안될 낯뜨거운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커다란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일부 주민들은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버젓이 유흥업소를 허가해 주는 당국을 원망한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텍사스촌이 어떻게 해서 대전에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오히려 성업을 할 수 있는 지 반문하기도 한다.

유등마을에 사는 주부 정모(33ㆍ대전시 중구 유천동)씨는 "주말에 가족들이 외식을 나갔다 들어올 때는 일부러 멀리 돌아오게 된다"며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곳에 어떻해서 저런 유흥업소가 판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길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수 백명의 업소아가씨들이 종사하는 퇴폐업소들이 빼곡이 들어선 채 다른 세계로 공존하는 속칭 유천동 텍사스골목.
밤을 새워 끈적대는 모습을 지켜본 기자의 얼굴에 부딪히는 새벽공기는 여명과 함께 상쾌함으로 다가왔지만 머릿속은 무거움을 떨칠 수 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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