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약속 안지키고 차별대우 계속″

 홀대 당하는 비정규직원의 항변


공무원 연금관리공단에 근무하는 김승환(37)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 동안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에 분노를 느끼고 있던 터에 회사가 나눠지면서 또 한번 홀대를 당한 설움 때문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대전지사에서는 98년 7월 상록스토아를 개점하면서 영업직 성격의 직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IMF로 기구를 축소하는 바람에 행정자치부로부터 직제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됐다. 계약 당시 차후에 처우를 점차 개선한다는 조건으로 서울 영업직 정규직 임금의 60%수준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대전사무소장이 인사발령으로 자주 바뀌면서 처우개선이란 약속은 한번도 이행되지 않았다. 서울 상록스토아 영업부 정규직이 하는 업무를 똑같이 수행하면서 절반 남짓한 월급을 받으면서 3년간 묵묵히 일해왔다.

최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는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영업부분을 종업원지주방식(E.B.O)으로 분사를 계획하면서 또 한번 계약직의 설움을 당하자 이번에는 인간적인 배신감과 함께 분노를 느끼고 있다.
서울 영업직 직원들에게는 6개월 분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대전은 한푼도 없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 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터무니없는 대우를 받는 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김씨의 입장이다.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영업실적도 더 좋은데 단지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이런 차별대우를 받는 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분사가 되는 과정에서 마지막 퇴직 위로금까지 차별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낍니다."

이에 대해 사업기획부 정용일팀장은 "공단에서는 근로기준법에 의거 적법하게 지급되고 있다"며 "99년 이후에는 영업직에 대해서도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았다. 정규직 직원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규정에 의해 퇴직위로금이 지급되는 것이고 계약직사원들은 개별근로 계약서를 기준으로 지급 방침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IMF이후 급격히 늘어난 계약직 사원들이 임금 및 복리후생에 있어 사용자와 불평등한 관계에 있다.
대부분 비정규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정규노동자에 비해 열악하다. 임금에서의 차별뿐만 아니라, 상여금이나 기업내의 복리후생 등에서 제외되어 정규노동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는 근로조건이 사용자와의 계약에 의해서만 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불평등한 관계에서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특히 IMF 사태 이후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 대부분은 계약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계약직이 마치 구조개편이고 조직의 효율을 기하는 만병통치약처럼 이용되고 있다.

이 같은 계약직들은 노동시장 유연화의 산물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마다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직 사원은 회사에 별로 부담이 되지 않고 인력 집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구조조정을 잘해 인력을 줄인 것으로 발표되는 기업들 대다수가 분사나 기존 사원을 계약직으로 돌림으로써 통계상의 숫자를 줄인 케이스라는 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9년 11월 전체 임금근로자 1,311만2000명 중 상용근로자(정규직)는 615만9000명이며 나머지는 비정규직(임시직 440만4000명, 일용직 254만9000명)이다. 93년 전체 임금근로자 중 58%였던 정규직의 비중이 99년 3월 49.5%로, 다시 99년 11월 통계에서는 47%까지 줄어든 것이다. 이를 역으로 보자면 비정규직의 비율은 93년 42%에서 99년 11월 53%로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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