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인터넷언어 우리말 생명 위협″

 우리말 지킴이 ′한말글 사랑 한밭 모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나라가 영어 공부에 힘을 쏟고 있는 요즘.
잘못 쓰이고 있는 외래어와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말글 사랑 한밭 모임」

우수한 우리말이 과거 한자어와 일본어에 밀려왔고 지금은 서양말에 밀리어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이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 1991년에 만든 모임이다.

현재 회원 30여명이 모여 잘못 사용하는 우리말, 우리 글을 고쳐 나가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알리는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점점 우리말을 잃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현대인들은 외국어와 외래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열쇠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키(key)라고 부른다던가 잔이라고 하지 않고 컵(cup)이라고 부르면서도 잘못 쓰이고 있는 줄을 몰라요. 컴퓨터나 전화, 텔레비전과 같은 외래어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잘못 쓰이고 있는 외국어는 바로 잡아야 합니다"

한말글 사랑 한밭모임 이정구(68) 으뜸일꾼(회장)의 말이다.

매년 우리말의 중요성과 바른 활용을 위해 '한말글 사랑'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왔고 대전시 지명위원회와 대전시 신설 교명 제정협의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학교나 다리, 아파트 이름 등을 지을 때면 어김없이 관련기관에 공문을 보낸다. 행정구역 이름을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짓지 말고 학교·학생, 지역주민의 정서에 맞게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버드내 초·중학교, 버드내 마을, 샘머리 초등학교의 명칭은 이들이 이루어낸 성과의 일부분이다. 당초 행정구역 이름과 건설업체명을 사용하려던 곳에 우리말 이름을 지어 준 것이다.

3년전 지하상가 간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100곳의 간판을 조사한 결과 80%이상이 외국어를 사용했고 우리말과 외국어 혼합이 15%정도, 5%정도만이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되어 회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이 문법과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법은 우리 몸과 비교할 때 뼈에 해당되는 부분인데 뼈를 훼손해서는 몸을 바르게 움직이지 못 할 뿐 아니라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며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어렵겠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젊은 사람들이 바른 인터넷 언어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신세대들의 인터넷언어 문화에 대한 이정구 으뜸일꾼의 바램이다.

모임 활동 중 가장 힘든 점은 이들을 국수주의자쯤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다.
잘못 사용되는 우리말을 지적해주면 열에 아홉은 "그냥 뜻만 통하면 되지 뭘 그렇게 깐깐하게 따져요"라며 이들을 외면하곤 한다.

정부의 어문(語文)정책도 문제이다. 우리말에 관심을 가지고 가꾸기는 커녕 깨뜨리고 망가뜨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의무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일부 공무원시험도 국어과목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중이다.

외솔 최현배 선생은 제나라 말의 사전을 가지지 못한 겨레라는 책에서
"말씨(言語), 여러 겨레의 가지각색의 말씨는 그 각 겨레의 무수한 사람들의 무수한 노력과 창의의 소산이요, 그 말씨의 겉꼴과 속살을 갈고 닦으며 모으고 간추리어 그 완전한 보고(寶庫)--말광(語庫)을 만들어 내어 가진 것도 또한 알뜰한 그 나라의 말갈꾼(語學者)들의 형언할 수 없는 고심과 노력의 결정(結晶)인 것이다"라며 말과 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말과 민족의 운명이 함께 하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유대민족이 수 천년 떠돌이 생활을 하고도 자신들의 말을 지킴으로써 이스라엘이라는 강대국을 이룬 것이나 청나라가 200여년간 중국을 통치하면서도 자신들의 언어인 만주어를 잃음으로 한족의 지배를 받는 등 말과 민족은 운명공동체인 것이다.

"우리말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민족이 죽는 것과 같다"며 "20-30년 후 우리문화와 민족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걱정스럽다"는 이정구 으뜸일꾼의 혼잣말이 귓가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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