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되고 싶어 선택… 당당하게 살 것″

 대전출신 여장 모델 이대학씨


직업의 경계를 깨는 당당한 남성이 있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여자만의 세계인 여성복 모델.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어느 여성 모델보다 섬세하게 의상을 표현하며 자신만의 워킹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여장모델 이대학씨(22).

그를 만나기 위해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충청대학을 찾았다. 충청대학은 축제로 열기가 가득했고 패션쇼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에는 패션 산업디자인과와 공연예술과 학생들이 졸업작품발표회 준비로 분주했다. 이곳에서 이씨는 예비 패션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입고 워킹을 하게된다.

패션쇼에 앞서 리허설이 열렸다. 여성모델 사이에서 워킹을 하고 있는 이씨를 금방 찾아내긴 힘들었다. 그만큼 이씨는 여성모델로서 손색이 없었다.
리허설 준비가 끝나고 패션쇼가 열리기 전 틈새를 이용해 그와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인사를 하고, 먼저 사진을 찍자는 말에 그는 "어머! 어떻게. 몰골이 말이 아닌데...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놀래겠어요. 평소 이런 모습인 줄 알고.."라며 현재의 모습이 패션쇼를 위한 의상과 화장임을 강조했다.

이씨는 머리에 부풀린 듯한 가발을 쓰고 있었고 얼굴은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이는 이씨는 중성적인 이미지가 약간 풍기는 이목구비 뚜렷한 예쁜 여자로 보였다.
80년 생인 이씨는 현재 대전대 패션디자인과를 1년 다니다가 휴학한 상태다. 모델이 되고 싶어 서울로 상경해 모델센터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한지는 1년째.
처음부터 여장모델이 되고자 했던 건 아니다. 모델이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몸으로 남성모델은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과감하게 방향을 바꿨다. 외국엔 게이(gay)모델들도 많고 본인도 남들과 색다르고 튀는걸 좋아해 거리낌은 조금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 꿈 키워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모델 일을 시작하기 전 그는 182cm에 65kg 다소 마른 체격이었지만 분명 남성의 몸이었다.
일이 힘들어 자연스레 살이 빠졌다고 말하는 이씨는 "제가 원래 디자인,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자연스레 옷도 보고 남 앞에서는 것도 좋아해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됐죠. 고등학교 때 이미 모델을 해보겠다고 결심해 워킹연습도 하고 피부도 가꾸고 몸도 관리했어요. 지금도 몸이 조금만 찐다 싶으면 다이어트를 합니다"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지금은 53kg에 허리가 23∼24인치라며 자랑했다.

여성복 모델의 매력도 있을 법했다.
"남성복은 연출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옷도 비슷비슷하고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남성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죠. 반면 여성복은 갖가지 다양한 패션을 연출할 수 있어 좋아요. 전 원래 튀는 걸 좋아하거든요"
남자가 여성복모델을 하는 장점은 유교사상이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여성모델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의상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장모델을 하는 모습을 그의 가족은 어떻게 생각할까. 가족들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저희 집은 원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반대를 하는 편은 아니에요. 단지 제가 모델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모델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반대를 하셨어요. 처음부터 여장모델을 할 줄은 모르셨죠. 나중에 여성복모델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는 '네가 그렇게 죽도록 모델 일이 하고 싶다면 힘든 것은 각오해야 한다'며 격려를 해주셨어요. 남동생과 아버지는 끝까지 반대를 했지만 지금은 가장 강력한 후원자입니다."


″난 분명 남자입니다″

평소에 하고 다니는 스타일도 궁금했다.
"남성복, 여성복 구분 없이 입고 다녀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입죠. 여자처럼 입을 때는 화장도 하고 액세서리도 하고 남자처럼 입을 때는 과감하게 남자처럼 하죠. 하지만 모델들이 평소에 편안한 차림을 좋아하는 것처럼 저도 평소엔 티셔츠에 청바지차림을 즐겨 입어요"

옷을 잘 못 입고 다니는 여성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까.
이씨는 "뚱뚱한 여성들을 보면 정말 같이 다니면서 살도 빼주고 싶고 거리에 지나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저 스타일엔 이런 게 더 잘 어울릴텐데 하는 생각을 해요. 조금만 노력하면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라며 몸치장과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여성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너무나 여성스럽고 양성적인 매력이 풍기는 그에게 정말 궁금했던걸 묻고 싶었다. 목소리 마저 중성적인 이미지가 풍겼기 때문이다. 이씨에게 호르몬 주사나 성형을 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남들도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전 호르몬 주사도 성형을 한 적도 없습니다. 절 게이(gay)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죠. 하리수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같은 성적소수자들로 보는 시선도 있고 하지만 전 분명 남자입니다."
아직은 사회의 시선이 불편한 모양이다.




사회적 편견 극복이 가장 힘들어

조금은 짓궂은 질문도 했다. '여자친구가 더 많으냐, 남자친구가 많으냐, 사귀는 사람은 있느냐고'.
"여성모델 일을 하다보니 주위에 여성들이 많아 여자친구가 더 많아요.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도 있고요. 같은 모델 일을 하고 있는 친군데 든든한 후원자예요. 나의 날씬한 허리를 부러워하기도 하죠"라며 웃는다.

외모가 너무나 여성스러워 성격도 궁금했다.
"저요. 성격 짱이죠. 사교성 좋고, 자기주장 확실하고. 대학 다닐 때 저를 싫어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내가 하고 다니는 스타일이 맘에 안 들었던 거죠. 그런데 나중엔 절보고 성격은 아주 착한 거 같다고 얘기하더군요. 외모가 여성스러워 왕따였을 것 같죠. 학교 다닐 때도 싸운 적은 없어요. 인기도 많았어요. 튀지 않았으니까. 고등학교 때는 내성적인 편이었거든요. 대학교수님들도 저를 무척 좋아하세요. 패션 쪽에 있는 분들이시라 확실히 성격이 트였어요. 항상 확신에 차있고 자기주장이 뚜렷하다고 너무 좋아하세요. 붙임성도 많거든요. 제가"
신세대답게 자기 PR도 확실했다.

그와 즐겁게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패션쇼를 시작할 시간이 임박했다. 이씨를 찾는 목소리도 들렸다. 허겁지겁 일어서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울 때와 세상의 선입견에 대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냐고 물었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선입견 때문에 힘들었어요. 지금도 편견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게 힘들어요. 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절 싫어하죠. 하지만 저를 알게되면 곧 저를 좋아하게 돼요. 모두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좋아해 주세요. 항상 좋은 분들을 만났던 것도 인복이지만요..."라며 "저를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주위시선에 대해 이렇게 얘기 해주고 싶어요. '너는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용기 내어 실천하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했느냐고, 그리고 '네가 이대학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그리고 상대방을 생각해주고 배려해 주는 풍토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편견을 버리고 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더더욱 좋겠죠" 라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마음껏 나를 보여줄 수 있어 행복"

현재 영화도 찍고 있다는 이씨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한다. 모델로서도 'TOP'이 되고 방송 일도 하고 싶다며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변화를 주고 싶다고 했다.
직업의 경계를 넘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씨는 모델의 매력은 변화라고 한다. 나를 버리지 않고 하나의 다른 사람으로 또 태어날 수 있다고, 무대에서 자신의 끼를 맘껏 발산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여장모델을 하다보니 성격도 자연스레 여성스럽게 변했다는 이씨는 간간이 남성모델로도 활동하지만 여성, 남성모델을 떠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이대학이라는 모델이 되고 싶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패션쇼가 시작되고 무대에 선 이대학씨의 당당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른 여성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과감한 의상을 입고 워킹하는 이씨에게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좋은 자리에서 앉아 패션쇼도 보고 사진도 찍어가라는 이씨의 배려를 뒤로하고 패션쇼 중간에 자리를 떴다. 자신의 진로도 못 잡고 갈팡질팡할 고등학생 때 이미 자신의 진로를 확고히 하고 그 진로를 향해 노력하는 남자 여성복 모델 이씨가 멋있어 보였다. 세상에 이목을 끌만한 특이한 직업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해내는 용기가 부러웠다. 그리고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주위시선이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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