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종교 두둔...타종교서 반발
 공인 이미지 반감...자제해야


공석에서 기관장이 특정 종교의 색깔을 드러냈다면 문제가 될까.
귀납적으로 나온 결론을 보면 분명 문제가 된다.
특히 색깔로 인해 상대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집단이 있다면 이는 문제 성립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행위다.
종교의 자유는 법으로 보장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사적이어야 한다는 게 전제다. 이를 건너 뛴 행위는 세치 혀로 인한 화, 즉 설화(舌禍)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최근 대전지역 기관장들이 종교적인 문제로 잇단 설화(舌禍)를 겪고 있다. '종교편향'으로 표현되는 특정 종교를 간접적으로 두둔하는 행위는 대칭관계에 있는 종교의 반발과 항의, 그리고 당사자의 사과방문으로 마무리되어 조직의 장으로서 권위를 반감시키고 있다.

공인으로서 절제된 행동 아쉬워

이상업 충남지방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대전지역 관계기관 27,000여곳에 보내는 '교통사고 줄이기' 서신에서 종교색깔을 드러내 불교계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이청장은 편지에서 '하느님과 기도, 은총' 등의 용어를 사용, 항의를 받고 사과하는 소동을 빚었다.

모두 6매로 된 서신에 문제의 문장이다.
″저는 오늘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습니다...기필코 우리가 목표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하며......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흔히 쓸 수 있는 문장이다. 전제는 역시 공인이 아닐 경우다. 나머지 부분은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책임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대전 시민과 충남도민들의 협조를 바란다는 것으로 대전·충남지역 치안총수로서 시의 적절한 당부였다.

문제는 예상대로 특정종교를 드러낸 부분에서 불거져 나왔다.
서신이 배포된 후 대전지역 불교계에서는 ″공인으로서 특정 종교에 편중된 입장의 서신을 배포한 것은 종교간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공인으로서 절제된 행동을 못한 결과″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정종교의 독실한 신자로 알려진 이 청장은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을 이용, 직원들과 함께 예배를 보아 그 동안 타종교 신자들로부터 내심 불만을 사왔던 터여서 반응은 즉각적이고 매우 민감했다.

지역에 국한되어 해결이 가능했던 내용이 무마 과정에서 경찰청 관계자의 안일한 상황 판단과 문제의식 부족, 무성의 등이 겹쳐 결국 지난 24일 경비과장이 조계종을 방문, 구두로 사과 한 후 경찰청장 명의로 된 사과 공문 발송 약속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믿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특허행정을 전담하는 임내규 특허청장도 종교 냄새가 진한 발언으로 설화를 입었다.
지난 6월 4일 직원 월례회의에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정도면 특정 종교 편향 수준을 넘어선 발언이다.
특히 임청장은 취임사에서도 ″저에게 특허청장이라고 하는 대임을 맡게 은사를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라고 말해 빈축을 사왔다.

불교계에서 반발과 사과를 요구하자 ″불교 경전 상에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있다면 공개 사과를 하겠다″며 강력하게 거부해왔었다.
하지만 6월 5일 조계종 관계자에게 전화로 사과의 뜻을 비치고 일주일 후에 조계종을 방문, 공식적으로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불교 종단에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해 사과 드린다″며 ″차제에 불교 교리에 대해 공부할 기회로 삼고 기관의 장으로서 신앙활동이 활발하고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참여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자유는 사적인 행위

종교의 자유는 누구에게든 있다. 자유는 구속되지 않아야 하고 또 강요가 없어야 한다. 생활화된 종교적인 습관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용납되지만 공석에서는 철저한 자제를 요구하는 게 우리 정서다. 경찰청장과 특허청장이 종교의식이 행해지는 장소와 시간을 택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신자가 아닌 경찰청장과 특허청장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행사에서 특정종교 색을 드러내는 것은 아무래도 공인답지 못하다. 숨은 의도가 있던, 우연치 않게 자신의 생활 습관이 나왔던 간에 결과는 사회적인 물의로 귀착되었다. 이러한 예는 비단 특정 종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신앙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조직의 장이 소속원들이 자신과 같은 종교와 동일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정말 위험천만이다. 만에 하나 상급자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종교적인 이념을 전파하려고 했다면 이는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는 부류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들을 염두에 두는 조심스런 행동은 아주 상식적인 일이다. 한 집단의 구성요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기능 최대화에 중요한 요소가 될 뿐 만 아니라 기관장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토마스 제퍼슨의 말을 인용해본다.
″나는 나의 종교에 대해 남에게 얘기한 적이 없다. 남의 종교를 따져본 일도 없다. 남을 귀의시키려 해 본 적도 없고 남의 신앙을 바꾸려 해본 적도 없다. 나는 언제나 사람들의 생활에서 그 사람의 종교를 판단하려고 했다. ....종교는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생활에서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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