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호흡하는 싱크탱크 만들어야

 갑천문화 꽃피우자(3)


갑천변에 제일 먼저 자리잡은 터줏대감은 역시 대덕연구단지다.

대덕연구단지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관련 시설의 공동활용과 인력 및 과학기술정보의 상호교류 증대를 통한 산·학·연 공동연구의 촉진을 꾀한다는 취지로 지난 73년부터 조성에 들어간 '싱크탱크'다.

연구단지는 74년 기반시설 조성공사를 시작해 92년 11월 준공식을 가졌으며 지난해 9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키 위한 '대덕밸리' 선포식을 가져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최대의 연구 및 벤처단지로 발돋움했다.

대덕연구단지는 27.8㎢(840만평)의 면적에 지난해말 현재 105개 기관이 입주해 있으며 연구종사원만도 2만여명에 가까운 두뇌집산지이다.

이곳에 입주한 기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인삼연초연구원 등 생명과학분야와 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정보산업분야가 각각 20개이며 신소재·고분자분야와 정밀화학분야 각각 14개, 에너지·자원분야 10개, 기계·해양·항공우주분야 8개, 표준기초분야 4개, 기타 15개 기관 등 다양하게 분포됐다.

특히 대덕연구단지의 이전은 대전이 과학도시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으며 시민들에게는 대전이 교통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심부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게 됐다. 또한 연구단지가 완공되는 것을 시발로 93대전엑스포, 사이언스페스티벌 등 각종 과학행사가 갑천변을 중심으로 열리게 됨으로써 갑천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배타적인 시민의식 버려야

하지만 준공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전시민들은 '대덕연구단지=이방지대'로 인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행정당국에서는 연구단지와 시민들과의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문화행사나 연구소 탐방, 자매결연 등의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우리와는 부류가 다른 박사들이 모여 있는 특수집단'이라는 배타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연구단지 종사원들의 경직된 사고도 함께 기인한다.
이들은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다보면 개인적인 연구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어 연구에 지장을 초래하며 연구소 개방은 시설물의 파손과 연구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연구소에서는 인근 주민들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쉽게 연구소의 연구활동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는 것을 비교해 볼 때 설득력을 잃고 있다. 외국에서는 연구소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 시설물들이 주민들의 휴식공간 등으로 개방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공원과 배움의 터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물론 대덕연구단지가 시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덕과학문화센터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각 연구소들도 연구소 시티투어나 견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시설물을 개방하고 있다. 또 일부 연구소는 봄철 봄꽃 축제를 열어 시민들의 발길을 유혹하며 사이언스페스티벌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특정 행사나 특정 기간에만 이런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을 뿐 지속적이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김유숙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대외협력과장은 "대덕연구단지가 완공된 지 10년이 됐지만 대전시민들의 시선이 아직도 따뜻하지 않은 것 같다"며 "연구단지 종사원들이 이방인이 아닌 대전시민들이라는 인식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각 연구소들도 시설물 등을 특정 행사 기간에만 개방 할 것이 아니라 주말 ·휴일에도 시민들이 휴식공간으로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덕연구단지는 갑천 문화의 중심지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인위적으로 생성된 집단이지만 대전에 자리를 잡은 이상 그들만의 세계가 아닌 대전의 한 부분인 것이다. 대덕연구단지를 통해 시민들의 과학마인드가 확산되고 갑천 둔치와 더불어 시민들이 항상 찾을 수 있는 휴식처가 돼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것이 진정한 갑천 문화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대덕연구단지가 갑천 문화의 중심에 서서 시민과 호흡하고 동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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