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VIVA 보령아카데미’ 성공적 정착 위한 제언

공직사회를 혁신하고 시민의 자치역량을 높이기 위해 보령시가 역점을 두고 시행하고 있는 ‘VIVA 보령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VIVA 보령아카데미'.

VIVA 보령아카데미, 시민 반응 좋아 월 2회로 늘여

보령시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시민과 공무원에게 각종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국내 유명강사를 초청해 보령문예회관에서 월 1회씩 강연을 실시하고 있으며, 참석자들도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연 횟수를 늘여달라고 할 정도여서 올해부터는 월 2회씩 강연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신준희 보령시장도 아카데미에 남다른 관심을 표시하면서, 지난 연두순방에서 “많은 시민들이 좋은 강연에 같이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방송인 임동진씨가 강사로 나서 ‘참다운 인생’을 주제로 2시간에 걸친 강연을 이어갔으며, 800여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강사의 유머섞인 일갈에 폭소와 박수로 화답하면서 장내 분위기를 달구기도 했다.

담당부서는 '청중동원' 어려워 속앓이

하지만, 이처럼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모를 고민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 바로 ‘아카데미 담당부서’. 아카데미가 월 2회로 늘어나면서 800여석에 달하는 문예회관 대공연장을 청중으로 채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니아가 생길 정도로 아카데미의 인기가 높긴 하지만, 자발적인 참여자만으로 좌석을 채우기에는 어림도 없고, 각 사회단체의 단체 참여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초청강사의 저서나 머드비누 등의 경품행사도 계획했으나,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통보를 받아 이마저도 어려운 상태다.

이러다 보니, 아카데미가 다가오면 담당부서 직원들은 그야말로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간다.  각 사회단체와 읍면동에 참석을 독려하는 일은 기본. 거기다가 시청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 게시판에 ‘안내문’을 게재하는가 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아카데미 참석을 확인받느라 여념이 없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안내 전단지를 배부하고 있을 정도다.

지나친 열의로 '청중할당' 등 말썽 자초

이런 와중에 지난 8일 열린 여섯번째 아카데미를 앞두고는 담당부서에서 각 읍면동별로 인원을 배정하고 참석자 명단을 통보하도록 조치한 것이 말썽을 빚기도 했고, 당일 강연장에서는 공무원들에게 참석표를 작성하도록 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보령공무원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참석하고 않는 것은 시민의 자유의사 아니냐?”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인 발상을 하는 보령시청을 이해할 수 없다” 등의 불만이 연이어 터져 나왔고, 강연 당일에는 참석표만 작성하고 돌아가는 공무원들도 다수 목격됐다. 담당부서의 지나친 열의가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썽에도 불구하고 담당부서는 “이해해 달라”고만 할 뿐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또, 이렇게라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이를 통해 혁신 분위기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VIVA 보령아카데미, 혁신열기 확산위해 다양한 전략 필요

이런 가운데, 아카데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불거지고 있다. 좋은 취지와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유명무실해 진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제안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한 시민은 “시기별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강사를 선정한다면, 더 많은 시민이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2월은 취학을 앞둔 학부모들을 위해 교육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줄 것”을 제안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이런 강연을 동영상 등으로 제작해서 시청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놓는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카데미 관련 홈페이지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보령문예회관에서만 개최하지 말고 각 사회단체의 자체 교육시간에 강사를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고, 아예 소수의 혁신리더를 위한 전문화 교육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있다.

지난 8일 아카데미에서 신준희 시장은 “말을 물가로 끌고 올 수는 있으나,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면서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고 말했다.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한 의미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말을 물가로 데려오기 전에 ‘어느 말이 목말라 하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수요자의 ‘needs(필요)’를 찾아내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이다.

담당부서는 ‘VIVA 보령 아카데미’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에 안주하려 한다면 곧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면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야 무르익어가고 있는 혁신 열기를 제대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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