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의회의 자기반성과 언론의 침묵 ‘아쉽다’

천안시의회 몇몇 의원들의 이권개입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비난 여론과 함께 “이럴 줄 알았다. 어디 천안시의회 뿐이겠는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천안시당원협의회를 시작으로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천안시민단체협의회가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회 차원의 해명과 자정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 누구 하나 공식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의원도, 그렇다고 “천안시민들께 사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거대한 호수위에 돌 하나를 던진 듯, ‘침묵의 카르텔’만 느껴질 뿐이다. 오히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깨끗한데?”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의회 스스로의 반성과 자정노력 아쉽다

<동양일보> 보도의 핵심은 ‘시의원’이라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관급공사를 집중적으로 수주 받거나, 만약 이것이 받아드려지지 않을 경우 관련 부서 공무원들에게 ‘딴죽 걸기’를 일삼았다는 것이다.

후쿠야마라는 일본의 저명한 학자의 말처럼 한국은 ‘연(緣)’의 사회이다. 학연, 지연, 혈연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동안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은 두말할 가치도 없다. ‘이권개입’은 ‘부탁’에서부터 비롯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과 친한 사람, 또는 자신의 가족 등의 업체에 공사를 맡겨달라고 부탁하는 정도야 이해할 만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동안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미 선을 넘은 상태임이 자명하다. 반론을 펼치는 의원들조차 “이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며 부분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거론된 의원들은 기사 내용의 부분적인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내용을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12일 이에 대한 대책회의를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의회 차원의 반성과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 시의원은 “단 1명이라도 이권개입에 연루된 의원이 있다면 시민들에게 사죄하는 것이 옳다”며 “문제의식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를 공론화할 분위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시민들의 비난 여론을 인식하지 않은 채 이 순간을 넘기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역신문의 ‘침묵’... 과연 옳았나?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지방분권이 강조되면서 지역신문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시 되고 있다. 천안시라는 자치단체를 볼 때 지역신문에 있어서 시의원들의 행동이나 언행은 중앙언론이 국회의원들을 견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천안지역 신문들은 그동안 주요 사안에 대해 비판은 물론 대안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보도해 왔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 대해 지역신문은 침묵을 지켰다. 지난 2주 동안 ‘황우석 사태’(?)라는 중대 사안이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천안에서 ‘시의원들의 이권개입’보다 더 중대한 이슈가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

추가 취재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취재원들이 쉽사리 입을 열기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 자체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동양일보>의 보도 내용이 오보였다면 이로 인해 명예훼손을 입은 시의원들을 찾아가 적극적인 반박 또는 해명 기사를 실었어야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각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서를 토대로 ‘논쟁’조의 기사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한 중앙지 기자는 “이 같은 사안을 지역신문이 기사화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보도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번 일은 단순히 천안시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자치단체 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냥 넘어갈 일 아니다

26명의 천안시의원 모두 시민으로부터 검증과 선택을 받은 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흠집내기식 비난은 옳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역이용,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 버린다면 이는 51만 천안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천안시의회 26명의 시의원들이다. 공은 이미 의회로 넘어간 상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을 향해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뼈아픈 자기반성과 성찰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차기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흔히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칭한다. 과연 꽃다운 꽃을 피워내기 위해 또한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 위해 현 시점에서 어떤 결단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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