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사료도난사건 진정서 제출한 이 씨

지난 2002년에 발생한 독립기념관 사료도난사건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한 연구원 이 모 씨. 멀리 독립기념관 겨레의 탑이 보인다.

사건발생 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독립기념관 사료도난사건에 대해 지난 9일 천안시민단체협의회의 재수사 촉구 성명서가 발표되면서 새로운 국면이 연출되고 있다. 지역 언론들이 앞 다퉈 시민단체의 성명서를 거론하며 재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이제는 독립기념관 스스로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성명서가 경찰의 재수사로 직결돼 도난당한 사료를 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실추된 독립기념관의 명예를 스스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혹과 불신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의혹을 남긴 사료도난건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한 독립기념관 이 모 연구원은 오랜 고민끝에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더 이상 이대로 앉아있을 수는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85년부터 독립기념관에서 근무해온 이씨는 독립기념관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독립기념관 내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는 사료도난사건 등 독립기념관의 각종 의혹사건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하며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왔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도난당한 사료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며 10여가지가 넘는 의혹들에 대해 상세히 털어놓았다. 특히 그는 “진정서의 유출로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다”며 “아직도 직장을 정상적으로 다니지 못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독립기념관이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은 모든 의혹에 대해 성역 없는 철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며 “독립기념관은 반성하고 개혁해야한다. 그러기 위해 이번사건은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만 독립기념관이 바로설 수 있고 다시는 자료도난과 분실사건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진정인 이씨와의 인터뷰]

- 독립기념관에서 근무한지는 얼마나 됐고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나.

“1985년 독립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당시 연구직으로 입사하여 올해로 20년째 근무하고 있다. 사료도난사건 당시에는 학예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현재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학술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독립기념관 사료도난사건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인데 그 근거와 의혹되는 사항은 무엇인가.

“2002년 6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제6전시관에 전시중인 전시자료 도난사건이 발생하여 수사기관인 천안경찰서에 신고하였고, 경찰에서 외부침입 흔적이 없어 내부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독립기념관 내부에서 의혹이 제기되었다.

의혹사항으로는 ▲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CCTV를 교체하여 증거를 인멸한 점 ▲ 원본자료(대한인국민회의무금 영수증 369호)가 도난당하였는데 복제본이 나타난 점 ▲ 최근 의혹사항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진정서가 노조로 유출된 점 ▲ 전시관에서 전시중인 자료가 2차례나 같은 장소인 제6전시관에서 발생한 점 (6전시관은 당시 전시교체사업으로 새로 재개관한 전시관임) ▲ 1차 분실사건 당시 학예실 직원들은 즉시 보고해야 할 중대한 사안인데도 7일이 지나고서야 학예실장에게 보고한 점 ▲ 2차 도난사건 당시 전시관에서 반출한 자료를 학예실장에게 보고도 없이 수장고에 당일 격납하지 않고 학예실 사무실에 보관한 점 ▲ 방재, 방범 무인화로 많은 예산을 들여 CCTV를 설치하였으나, 2차 도난사건 당시인 11월 5일 6전시관 CCTV를 09:00부터 14:00까지 점검하였으나 작동하지 않았고 당시 점검자 독립기념관 자회사인 독립기념관 사업단 소속 2명의 직원이 모두 퇴사한 점. 학예실장에게 사전보고도 없이 전시관 관리일지를 사후 결재한 점 등이다.
이씨는 진정서가 유출되면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씨는 "이번 사건이 반드시 해결되어 독립기념관이 바로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 사건 발생 직전인 2002년 11월 1일-2일 5회에 걸쳐 당시 교육개발부 소속 전시관 해설사 5명과 연구소 사전편찬 담당 1인 등 총 6명의 도난당한 문제의 진열장에 5점의 전시물이 비어 있었다는 확실한 진술과 학예실장에게는 보고 되지 않은 점 ▲ 사건 발생 직후 사무처장에게 즉시 보고하였으나 사무처장은 경찰 수사의뢰를 반대하였고, 타 박물관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료 찾기 어렵다는 발언과 2차 도난사건 발생 직후인 2002년 11월 8일 사무처장 집무실에서 당시 학예실장인 진정인에게 “노조위원장이 사무처장을 찾아와 문제의 진열장 유리 틈이 1.5센티다 인사위원회에 회부도 하지 말고 덮자고 하였다”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과 문제화 되는 것을 경계한 점 ▲ 2차 도난사건 당시 독립기념관 감사부 조사보고가 2002년 11월 26일에 있었는데 어떻게 조사 내용을 자세하게 알고 노조에서 7일전인 11월 19일 ‘자료의 행방과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인 점 ▲ 자료도난사건 언론보도 당시 독립기념관 직원의 내부제보를 모 기자가 취재차 학예실장을 찾아온 점 ▲ 도난당한 자료를 찾으려는 노력을 노조는 왜 비난하는지? 도난당한 자료 확인작업 당시 노조에서 특정인을 지명하여 수장고를 조사하자고한 점 등이 의혹으로 남아있다”

- 진정서가 유출되면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은 것으로 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진정서 유출은 고의건 아니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은 자료도난사건 수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아울러 선량한 개인에게도 치명적으로 인권이 침해되어 말할 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과 상처로 남아 있고 지금도 직장을 정상적으로 다니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나? 굳이 외부로 진정서를 제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관장님을 비롯하여 임원들께 수차례 건의도 하였고, 독립기념관 감사부에 문제제기를 하였으나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지도감도부처인 문화관광부와 관계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진정서 1부를 감사부에 제출하였으며 또한 문화관광부와 독립기념관 감사부에 ‘제6전시관 전시자료 도난건 관련 진정에 대한 소명서’도 제출한 바 있다”

- 진정인의 생각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동료들이 있는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이 많지는 않지만 여러 명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 시민단체들의 사료도난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이나.

“시민단체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성명서까지 발표하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철저한 재수사가 이루어지면 도난당한 자료는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약 3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외롭고 힘들지만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리 과정과 의혹이 계속 증폭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사료도난사건이 해결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이라도 독립기념관이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은 모든 의혹에 대해 성역 없는 철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 독립기념관은 반성하고 개혁해야한다. 그러기 위해 이번사건은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만 독립기념관이 바로설 수 있고 다시는 자료도난과 분실사건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진실을 규명하고 도난당한 자료를 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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