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봉 가도교 공사주변 주민들 불만 봇물
'성공적'이란 평가속에 '형식적'이란 지적도

첫 시민과의 대화 '토요민원실'현장 취재


◈대전시는 13일 시장과 민원인들이 직접 만나는 '토요민원실'을 운영했다.
″청주에서 들어오는 버스는 다닐 수 있는 길이 대전버스는 좁아서 못 다닌다는 게 말이 됩니까. 대전버스하고 청주버스가 크기가 다르다는 말입니까″

13일 오전 10시 신탄진 석봉가도교 공사와 관련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성난 상인들의 목소리가 대전시청 10층 사랑방에 울려 퍼졌다.

시민과 시장이 직접 만나 관련 민원인들의 의견을 듣고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토요민원실′에 참석한 5명의 민간인 대표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토요민원실'은 염홍철 시장과 기획관리실장, 건설교통국장, 자치행정국장 등 관련 국장과 민원인 대표 5명과 민원과 관련한 민간인 전문가 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민원인 대표로 나선 오현진씨(48·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는 ″석봉 가도교 주변에서 무허가 불법 영업을 하던 생선가게 사람들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하고 합법적으로 허가 내서 영업하는 우리는 보상해줄 수 없다는 보상기준이 도대체 무엇입니까″라며 시공사의 이해할 수 없는 보상기준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시공회사인 특수건설(주) 양형규 대표이사는 ″무허가 생선가게 4곳에 대한 보상은 빠른 시공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또한 14가구의 일반주택에 대한 보상도 공사로 인해 집 앞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보상을 해줬습니다″라며 보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민원인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염홍철 대전시장.
김영예씨(46·대전시 대덕구 석봉동)는 ″집 앞의 시야를 가려 14가구에 대해 보상을 해줬다고 했는데 그럼 보상받은 주택과 마주보고 있는 상가 앞에도 펜스가 쳐져 시야를 가리는데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말입니까. 현장에 나와 현장조사를 해보고 하는 말입니까″양 대표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양 대표는 ″현장을 나가보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올라온 보고에 의해 보상을 결정했고 보고서에는 공사로 인해 14집만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것으로 조사돼 있었습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오현진씨는 ″14가구에 대한 보상이 공사 시작직전에 실시됐습니다. 공사를 못하도록 시위를 하니까 보상을 해준 것 아닙니까. 그럼 우리도 시위하면 보상 해줄 겁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양 대표도 ″작업 공간 경계를 기준으로 직접적으로 피해가 간다는 공감이 있어 보상을 해줬습니다. 시공사를 죄인 취급하지 마십시오″라며 응수했다.

민원인과 시공사 대표간의 대화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지자 염홍철 시장이 중재에 나섰다.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된 동기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민원인과 관계기관, 언론, 시민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불신을 없애자는 취지로 열린 자리입니다. 다소 화가 나더라도 이성적으로 서로 인격을 존중해서 원만한 대화로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흥분을 자제시켰다.

보상문제에 대한 시공사와 의견을 좁히지 못한 민원인들은 공격의 화살을 시내버스조합 측으로 돌렸다.

◈석봉가도교 공사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건설본부 관계자.
김영예씨는 ″석봉 가도교를 통과해 운행되던 9개의 버스노선 중 현재 3개 노선의 버스만이 통행을 하고 있습니다. 운행되는 3개의 노선의 버스는 배차시간이 길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잘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2-3개 노선을 추가 배치 해줬으면 합니다″라고 버스노선 증설을 요구했다.

이수영 시내버스조합 전무는 ″버스가 공사구간을 지날 때 사고의 위험이 굉장히 높습니다. 또한 공사구간을 통과하게 되면 다른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10분 이상을 추가로 기다려야하는 불편함이 있기에 부득이 버스 노선의 추가배치는 힘든 점이 있습니다″라며 버스노선 추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청주에서 들어오는 버스는 다닐 수 있는 길이 대전버스는 좁아서 못 다닌다는 게 말이 됩니까. 대전버스하고 청주버스가 크기가 다르다는 말입니까″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백승자씨가 따지듯 물었다.

염 홍철 시장은 ″석봉 가도교 공사와 관련 버스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의 버스는 민간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노선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선을 변경하는 문제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시내버스 조합 측에서 현장에 나가 현지인들의 의견을 들어 차도가 개통되는 2003년 6월까지만 1-2개 노선이라도 추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며 시내버스조합 측에 버스 노선의 추가배치를 정중히 요구했다.

시내버스조합 이수영 전무도 염 시장이 민원인들을 직접 편들고 나서자 추후에 다시 한번 검토해보자는 여운을 남겼다.

이날 '토요민원실'은 계속된 민원인들의 요구사항과 관련기관들의 팽팽한 설전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석봉 가도교 공사와 관련 민원인 대표들이 민원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주민 대표단이 제기한 민원사항은 △석봉 가도교 확장공사를 위한 가도교 차단으로 인한 영업손실 보상 △2004년 4월 말까지 돼 있는 공사기간의 단축 △공사 전 운행하던 9개 노선의 시내버스 계속 운행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주차 단속 강화 등의 요구사항을 강력하게 건의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현장 실사를 통한 보상문제 재검토 △주야작업 실시를 통해 2003년 6월 차도개통 △버스노선 확대 적극 검토 △주차단속과 차량안내자 배치를 통해 시장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을 약속했다.

이날 토론을 마친 윤태성씨(41·대전시 대덕구 석봉동)는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점들이었다″며 ″시장이 직접 나서 중재를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해결방안에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했다.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광진 사무국장은 ″오늘 열린 '토요민원실'이 형식적인 행사가 아닌가 한다″며 ″대전시는 문제해결을 공사 시공사나 시내버스 조합으로 떠넘기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불편을 하루빨리 해소시켜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염 시장은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정 현안에 대해 전문가 및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월 1회 관계 전문가와 시민단체, 언론 등이 참여하는 `대토론회'와 대토론회가 열리지 않는 주의 토요일에 `시민과의 대화'를 갖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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