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공사 등으로 파헤친 채 방치

대학생 황수철(24·대전시 서구 변동)씨는 얼마 전 시험공부를 마치고 자정을 넘은 시간 유성구 장대지구 토지구획정리 사업 중인 공사장을 지나다가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도로 중간이 폭 60cm 깊이 10cm 정도로 끊어져 있어 차량의 밑 부분에 심한 충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공사장 주변이어서 저속 운행을 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빨리 달렸더라면 대형사고가 날 뻔해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공사 복구 안해 통행 불가능

유성 장대지구는 지난 97년 206,918㎡가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공동주택 용지와 준주거 용지로 토지구획 정리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지구 내 약 70%의 면적에 아파트, 다세대 주택, 근린시설들이 들어서는 등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장대지구 동편에 위치한 준주거 용지에는 최근 다세대 주택들이 다수 신축되면서 도시가스관 인입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사로 각 주택으로 들어가는 도시가스 분기관을 묻기 위해 이미 10여군데 도로 전면을 가로질러 폭 60∼100cm 깊이 약 10cm 정도로 절개해 놓았고 일부는 복구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또 건물 신축 도중 수도관 파열로 인한 지반 침하 복구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깊이 10cm∼20cm, 가로 세로 약 2m정도로 10여 군데의 도로를 파 해쳐 놔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부 복구해 놓은 곳들도 신 주거지역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누더기 같이 기워 놓아 흉측한 모습이었다.

더구나 도로 전면을 절개해 통행을 할 수 없지만 통행금지를 알리는 표지판도 없을 뿐더러 모든 공사장 현장에 공사개요, 시공자, 공사기간, 시행자 등이 표시된 공사 안내 표지판도 설치돼 있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고 싶어도 마땅히 할 곳이 없다.

공사장 인부 박정면(48)씨는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는 우리들은 이 공사를 어디에서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건축 자재를 나르려면 이곳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다녀야 하는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임시방편으로 공사장에서 쓰고 남은 나무를 이용해 절개면을 덮고 통행한다고 말했다.

공사안내·통행금지 표지판도 없어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 대해 도시가스 인입공사 시행업체인 (주)충남도시가스, 장대지구 토지구획 정리 사업소, 대전시는 대책 마련은커녕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도시가스관 인입 공사 시행자인 (주)충남도시가스는 하도급을 준 포장업체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충남도시가스 관계자는 "도로 절개와 가스관 인입 공사는 우리가 하지만 도로 포장은 포장 전문 업체 소관"이라며 "복구를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빼 놓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해 포장되지 않은 도로의 현황조차 파악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시가스 본관은 토지구획 사업과 함께 매설됐지만 모든 주택들이 도시가스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와 주택의 방향이나 위치를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차후 분기관을 설치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도로 절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대지구 토지구획정리 사업소도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수도관 파열이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도로 복개작업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수도관은 용접이 돼 있는 것이 아니라 너트와 같이 원리로 접합돼 있기 때문에 공사 중 파열은 수시로 발생한다. 누수로 인한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수도관 파열시 마다 도로를 절개하고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복구가 늦어지는 곳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공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대전시는 공사의 불가피성만을 주장한 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도시가스 시설은 상·하수도와는 달리 토지구획 정리 사업의 의무시설이 아니다. 본관만을 매설하고 개별 주택으로 들어가는 분기관은 일괄적으로 매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후 주택들이 들어서게 되면 그때서야 공사가 가능하다"고 해명한 뒤"공사 시행자인 (주)충남도시가스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초래된다면 조속한 복구가 되도록 시행자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도관 파열로 인한 도로 복개 공사에 대해서도 "토지구획 정리사업은 시에서 발주를 냈기 때문에 장대지구 토지구획정리 사업소에 모든 공사의 권한이 있다. 또 현장에 책임 감리자가 있기 때문에 시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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