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기린 등 139종 573마리 수용

그러니까 1989년 일로 기억된다.
지금 중도일보 변평섭 주필이 대전일보 편집국장이던 때였다.
대전의 한 초등학생이 편집국장 앞으로 편지를 보내왔다.
′대전에서 캥거루가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싶다′는 내용으로 동물원을 만들어 달라는 소망을 담은 편지였다. 삐뚤 삐뚤한 서툰 글씨로 쓴 그 종이에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신문사에서 동물원 조성에 앞장섰으면 좋겠다는 당부가 짙게 배어 있었다.



이 학생의 짧은 편지는 대전에 동물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많은 대전시민들이 취지에 공감을 하고 참여를 했다. 또, 관계 당국에서 먼 훗날의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동물원'이라는 세 글자를 늘 계획 속에 넣어두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렇게 시작됐던 동물원이 오는 5월 5일이면 개장을 하게 된다.
오랜 바램이 현실로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성인이 되었을 그 학생이 동물의 대표용어로 사용했던 캥거루는 빠져있지만 139종의 동물들의 뛰어 놀 공간이 보문산 기슭에 마련됐다.
아이들에게 꿈을, 어른들에게는 자부심을 가져다 줄 대전동물원을 미리 가보았다.

동물원으로 향하는 길은 미처 공사를 끝내지 못해 매우 어수선했다.
산성동의 도로 확장 공사는 아무리 공기를 마치려고 해도 개장일 전에는 불가능하게 보였다. 실제로 동물원 관계자들도 이 문제를 가장 염려했다. 정상적으로 통행이 되어도 개장일 전후로는 교통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도로공사까지 겹쳐 5월 5일은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광고문구에는 한꺼번에 시민들이 몰려들 것을 대비, 개장일 이후에 여유있게 관람해줄 것을 써넣고 당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맹수 볼 수 있는 사파리 시설 자랑

디트뉴스 24 취재팀이 찾아간 25일에는 개장 막바지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일부 동물들은 벌써 우리에 들어가 있었고 도색작업등 마무리 손질을 하는 인부들의 손놀림이 매우 분주했다.

대전동물원은 아프리카 사파리, 마운틴 사파리, 조각공원, 놀이공간 등으로 나눠진다.
동물원에는 139종 573마리의 동물이 살게된다. 이 중 가장 큰 자랑거리는 사파리 시설이다. 버스를 타고 사자를 비롯한 맹수와 타조, 기린 등을 볼 수 있는 아프리카 사파리와 초식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면서 체험을 하게 되는 마운틴 사파리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공포에서 오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면 마운틴에서는 성질이 온순한 동물과 함께 자유롭게 놀면서 가까이하는 재미를 만끽하게 된다.
약 8,000평 위에 조성된 아프리카 사파리는 버스를 타고 야생동물을 스릴과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대전 동물원의 오락적 기능을 대표하는 테마다.
마운틴 사파리는 동물을 가까이 볼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데크 브리지(Deck Bridge)를 이용, 사슴류와 양 등 초식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체험시설로 대전동물원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흥미 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동물사에는 사파리에 전시되지 않는 호랑이를 비롯하여 독수리 등 맹금류, 물개, 곰, 원숭이 등이 살고 있어 보는 재미와 교육적인 효과를 관람객에게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이 동물원이 별도로 조성된 것이 눈에 띄었다. 동물들의 새끼만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청소년에게는 교육적 기능을 담당하게 되고 어른들에게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장소가 되게 꾸며졌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면서 특별히 교육적 효용가치가 높은 18종 48마리가 이곳에서 전시된다.

롤오버 등 놀이시설 국내 최고 수준

조각공원에는 각종 동물들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면서 동물원 분위기를 한껏 더 풍기게 하고 있다. 코끼리를 연이어 올린 조각품과 토끼, 알을 품고 있는 닭 등은 발상의 묘미를 살리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포근하면서 아득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100년 이상 자연상태에서 자란 노송 군락지에 공원을 조성하였고 유관순, 신채호, 찰스 다윈 등 교육적인 효과가 큰 위인들의 흉상도 함께 전시되어 교육과 문화기능을 동시에 갖추었다.

동물원 입구 오른쪽에 위치한 놀이공간은 국내 최고 수준의 자이언트 드롭과 롤오버, 바이킹 등 오락시설은 동물원의 재미를 배가시켜 줄 시설로 자리 매김 할 전망이다. 모두 14종의 놀이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밖에 야외무대, 대형극장은 공연을 소화하는 문화공간이 되며 이국풍으로 꾸며진 음식점과 각종 부대시설 또한 동물을 보는 즐거움과는 달리 또 다른 볼거리, 먹거리가 되고 있다.




 ″동물들은 나의 가족이자 분신이에요″
 홍일점 사육사 이원미씨(24)


대전동물원 개장을 앞두고 사육사들은 동물들의 상태 점검에 부산했다.
특히 대전동물원 사육사 중 홍일점인 이원미씨(25)는 담당구역인 어린이 동물원에서 동물을 돌보는 모습이 영락없는 영화 '미녀와 야수'를 생각나게 했다.

″여자라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요. 사육사 중 여자가 저 혼자다 보니 오히려 다른 분들이 너무 잘 해주셔서 오히려 부담이 될 정도예요. 모든 사육사들이 동물들 돌보느라 고생하시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저만 부각되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네요″

유일한 여성사육사라는 이유로 언론의 집중 취재대상이 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듯 하다.

이씨가 동물과 인연을 맺은 것은 4년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이다.
어려서부터 동물들을 유난히 좋아한 이씨는 고교졸업과 동시에 에버랜드에 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좋다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 동물원 관계자들을 감동시켰다.



동물들의 배설물 청소 등 동물원 허드렛일을 맡아하면서도 이씨는 사육사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많은 고생 끝에 사육사가 된 그녀는 지난해 7월 대전동물원 유일한 사육사로 고향을 찾게됐다.

″동물들은 주변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율이 굉장히 높게 나타나요. 하지만 지난해 10월 23일 첫 동물 입식이 시작된 이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든 동물들이 별탈 없이 새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있어 사육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죠″

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사육사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동물이 좋아 사육사의 길로 들어선 만큼 관련분야에 대한 공부를 계속할 예정 이예요. 시민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좋은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면 해요″

인터뷰를 마친 그녀는 다시 어린이 동물원의 식구들의 몸 상태를 살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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