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부부와 이건희 삼성회장 부부가 13일 2시간 가량 만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노 대통령은 휴일인 13일 오후 3시30분께 부인 권양숙 여사, 노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부부 등 가족과 함께 시내 한남동 삼성 리움미술관을 방문, 2시간 동안 전시품을 둘러 보았다. 이날 삼성에서는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가 전시장 입구에서 노대통령을 영접한 뒤 전시장을 직접 안내하며 미술품에 대한 설명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미술품 관람이 끝난 뒤 이 회장과 부부 동반으로 약 15분간 별도 티타임을 갖고 환담했다.

노 대통령은 방명록에 "문화한국, 선진한국, 리움 미술관의 개관을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서울 한남동 이회장 자택 근처에 위치한 삼성 리움 박물관은 삼성문화재단 소속 박물관으로, '리움(Leeum)'이란 명칭은 이 회장의 성인 'Lee'와 박물관을 뜻하는 'Museum'의 마지막 'um'을 합한 합성어로 '이건희 회장 박물관'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리움 박물관은 세계적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세 사람의 건축가가 공동 작업끝에 지난해 10월 개관했으며 이 회장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관장직을 맡고 있다.

박물관은 우리나라의 고미술을 전시하고 있는 '뮤지움 1'과 동.서양 유명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뮤지움 2'로 구성돼 있다. 특히 뮤지움 1에는 청자, 분청자기, 고려 불화, 불상, 겸재의 산수화 등 국보 36점, 보물 96점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미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청와대측은 이날 행사와 관련, "문화관광부 및 주변의 추천에 따른 것"이라며 "주말을 맞아 대통령 가족의 비
공식 문화생활 이상의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밝혔으나, 주위의 시각은 그렇게 단순치 않다.

노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때만 해도 '재벌총수를 독대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 "못 만날 이유는 없으나 만나도 줄 게 없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여, 재계의 실망감을 자아냈었다. 재계는 그동안 노대통령과 재벌총수의 독대를 통한 경제난국 타개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해왔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이날 리움 박물관 방문 형식을 빌은 이건희 회장과의 회동은 향후 노대통령과 재계 관계가 한층 긴밀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재계는 해석하는 분위기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이 성사되기까지 지난해말 노대통령의 남미 순방때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여사가 권양숙 여사를 수행해 관계를 돈독히 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재계는 이밖에 삼성출신인 진대제 정통부장관이 노대통령의 절대신임을 얻고 있으며 지난해말 이 회장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회장이 주미대사로 발탁된 대목 등을 고려할 때, 청와대와 삼성간 관계가 더없는 밀월관계를 맞고 있는 게 아니냐며 적잖이 부러워하는 눈치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같은 시각을 일축하듯 리움 박물관 방문에 앞서 지난 11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시승식에 참석해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국가에너지자문회의 인사 등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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