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반이 직원 야간 불법연행 소동

대전지방 국세청에 무슨 일이 있는가.
뭔가 심상치 않는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 실체가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
대전 지역에 떠돌고 있는 여론도 심상치 않다.
대전 지방청을 둘러싼 최근 일련의 상황은 이런 의문을 가진 언론에 점차 확신을 가져다 주고 있다. 물론 상세한 내용을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감(感)은 본능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 그 실체가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대한 기득권 세력들의 조직적인 저항인지 아니면 세무행정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발생한 일인지는 정확하지는 않다. 역시 엇 박자로 움직이는 분위기만은 확실하고 분명하다.

맨 먼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케 한 일은 지난 7월 20일 있었던 이모청장의 퇴임식.
고향에서 출마를 위해 용퇴(勇退)한다는 이청장의 퇴임식에는 서울지방청장, 본청 국장급 2-3명, 그리고 광주지방 국세청장 등이 참석했다. 대전청 설립 이래 퇴임식에 국세청 주요인사가 이렇게 많이 참석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대전지방청을 두 번씩이나 출입했던 기자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대개 대전에서 퇴임식을 하는 청장은 정년인 경우가 많아 직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게 통례였다.
화려한 퇴임식이라는 외형에 비해 내용에서 명예퇴직이 아닌 점도 의문이다.
명예퇴직과 용퇴는 퇴직금 부문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그만두는 마당에 기왕이면 퇴직금이 많은 쪽을 선호하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가. 그렇다면 굳이 명예 퇴직으로 마감할 공직생활을 용퇴로 끝낼 저간의 절박한 사정이 있었다는 얘기일까. 더구나 대전에서 많은 일을 새롭게 추진하면서 세무행정에 상당히 의욕적이라는 평을 받았다는 사실이 갑작스런 퇴직을 더욱 이상스럽게 만들고 있다.

일련의 사건, 의혹 많고 납득가지 않아

감사계장 감찰도 쉽게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시기와 대상에서 의혹이 있다. 감찰 측에서는 2일부터 전국적으로 감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 감찰은 9일부터 시작되며 한모 감사계장은 9일부터 일주일간 병가를 신청해놓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식적인 감찰이 시작되기 전부터 한 계장을 집중 감시해왔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비리 가능성을 전제로 미리부터 공직자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건 분명 인권침해다.
또, 하필이면 대전 지방청 감사계장을 표적으로 삼았느냐 하는 점도 의문이 남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감사자리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객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의 공직자를 심는다. 어떻게 해서 감사를 하는 당사자가 사정의 표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감사관을 표적 사정하는 건 물론 감사의 중요성을 감안, 이중의 안전 장치를 한다는 점에서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한씨의 그 동안 행적을 보면 반드시 그런 의도에서 이뤄진 것만은 아닌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또, 한씨를 협박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존재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2000년 9월부터 감사계장으로 재직하면서 공정한 조사로 인해 협박성 전화를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전화가 잦아지고 노골화되면서 가족들은 신변에 위협을 느낄 만큼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아내는 불면증, 아이들은 등교를 두려워 할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전화를 해지하고 이사를 고려하는 등 여러 가지 점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역시 정당한 감사행위에 대한 일부 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당한 감사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대전지방 국세청 감사관실의 엇갈린 반응이다.
상급자인 감사관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하직원이 본청 감찰실의 조사를 받았는 데 '모른다'는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절대 모를리는 없다. 일전에 만났던 총무과장은 '내부적인 일'이라고 말해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당사자가 속해있는 감사관실의 문제에 '모른다'는 반응을 보인 건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한계장의 일이 결재라인에 있는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문제여서 아예 외면하기 위한 발언이던가 아니면 변변치 않는 매체에서 물었으니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반면 감찰계장은 선물을 준 사람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조만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명예퇴직이 가능한 지방청장의 용퇴와 화려한 축하 내빈, 그리고 감사계장의 표적 사정, 협박전화, 지방감사관의 사건에 대한 무반응...
일련의 사건은 한 관계자의 말대로 '내부적인 일'이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조만간 실체는 언론의 취재권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차례 내부적인 충돌로 문제가 경찰망에 포착되면서 언론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가능성은 더욱 크다.
만약 그 실체가 부정한 다수와 정직한 소수의 외로운 싸움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모든 것을 빠른 시일내에 밝혀야 한다. 그리고 사회의 양심도 당연히 외로운 소수 쪽으로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투명한 세무행정을 구현하는 대전지방 국세청에 이러한 가정이 기우(杞憂)이길 대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랄 뿐이다.






감찰반, 공직자 강제연행 시도
조사결과,〃무혐의로 일단 귀가〃

지난 4일 오후 7시 30분 쯤 대전시 서구 월평동 무지개 아파트 105동 앞.
주민들이 건장한 남자 3명을 둘러싸고 "당신네들이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며 삿대질로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흥분한 일부 주민들은 이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면서 "이 나라에 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 뭣들 하는 짓이냐"며 몸싸움까지 하는 등 격렬하게 밀어 부쳤다. 남자3명이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대전지방국세청 한모계장(46)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불법연행을 시도했기 때문에 벌어진 소동이었다.
건장한 남자는 국세청 본청에서 파견된 감찰관이었다.
이날 고향친구가 보내 준 송이버섯상자를 받았다가 돈 상자쯤으로 오인한 감찰관이 덮치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한계장은 당시 서대전 세무서를 감사 중이어서 이들은 감사에서 문제가 된 세무서 직원이 가져다 준 뇌물로 판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한씨는 즉각 동행을 요구하는 감찰관들에게 내일 출근을 한 후 소환에 응하겠다고 설득했으나 막무가내로 끌고 가려고 하자 땅바닥에 주저앉아 저항을 하면서 주민들의 집단항의로 사건이 번졌다.
결국 이날 사건은 한계장이 신변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아파트경비원에게 경찰에 신고를 요청하면서 남자의 신원이 국세청 본청 감찰관으로 확인되었고 파출소에서 사건 경위를 조사 후 귀가 조치되면서 일단락되었다.
다음 날 본청 감찰관들로부터 직접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고 한 동료가 전했다.
지난 1999년 현 대전세무서청사를 대법원으로부터 이전받게 했던 한계장은 동료들간에는 불의와 타협을 못하며 신의를 중시하는 모범 공무원으로 통하고 있다. 현재 그는 누적된 피로와 사건 후유증으로 입원 중에 있으며 국세청 감찰반으로 부터 지난 2일부터 집중표적 감찰을 받아온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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