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을 지압과 침, 자린고비 생활로 모은 재산 지원

“장애는 단지 신체적으로 조금 불편한 것일 뿐,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아야 하고 동정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각장애의 시련과 역경을 딛고 ‘자극요법연구가’로 우뚝 일어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베푸는 이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 동구 정동에 사는 정철우(57세.시각장애 1급)씨

지난달 30일 힘들게 살아가는 불우 소년소녀가장에게 써달라며 동구 중앙동사무소에 5백만원을 기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앙동장(이상병)은 당시“이름이라도 가르쳐 달라”했지만 정씨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알려고 하지 말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한다.

동장은 앞을 못보는 어르신이 이렇게 큰 성금을 기탁해온 것이 너무나 고마워 동네 이곳 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동구 정동에서 ‘한강안마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철우씨를 만날 수 있었다.

정씨는 6.25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4살때부터 고아나 다름없이 살아왔다.

“차라리 고아였으면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았을텐데, 호적상 어머니가 있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정씨는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영양실조로 시각장애라는 아품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이때부터 정씨는 구걸 하다시피 생활을 해오던 중 16세 되던 해 서울맹학교에 입학, 껌과 연필 등을 팔며 학비를 마련해 겨우겨우 생활을 했다.

이런 생활로써는 도저히 학비를 충당 할 수가 없어 60년도에 기숙사가 무료인 대전맹학교 옮겨 안마,지압,침,전기치료 등 6년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졸업후에도 전국을 떠돌며 어렵게 지내던 정씨는 74년 경북 문경에서 독지가의 도움으로 8평 남 짓 방한칸을 마련해 그동안 배운 지압과 침술을 시작했다.

또한 한 지인의 소개로 지체장애인 김순자(51세. 지체장애5급)씨와 백년가약을 맺어 그나마 작은 방을 둘로 나눠 안마시술 방과 옷수선 방으로 각각 사용하면서 그들만의 보금자리는 비좁았지만 늘 따뜻하고 행복했다.

두사람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끼고 아껴가며 살림을 했고 가난을 이기는 길은 “저축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단돈 10원이라도 생기면 은행으로 달려갔다.

“고생끝에 낙이라 했던가!” 이제는 생활의 여유가 있어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소외계층의 재활의지를 북돋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정씨는 매년 양로원, 고아원등 복지시설에 남 모르게 성금을 기탁을 해왔으며, 지난해부터 우송공업대 사회복지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이 꿈과 희망을 갖을 수 있도록 입학금부터 수업료 까지 6백 5십여만을 지원해주고 있다.

한편 정씨에게는 남은 생에 이뤄야 할 크나큰 꿈을 갖고 있다. 그것은 오갈데 없는 장애노인 50여명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장애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하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생활하는 그는 장애인들도 노력만하면 어떤 불가능도 없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정철우씨는 “앞은 보이지 않지만 세상의 아름다움은 볼 수 있다”며 “남은 여생도 외롭고 힘든 어려운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슬하에 1남1녀의 자녀을 두고 있으며, 아들은 전문의학도의 꿈을 펼치고 있으며 딸은 공무원으로 재직중에 있어 이웃들에게 부러움으로 받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