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국공무원노조 이상호 충남대지부장

이상호 지부장
최근 충남대와 공주대와의 통합논의와 관련하여 충남대 학생들의 찬반투표 결과가 발표되었다. 투표 참여자의 72%가 통합에 반대하였으나 대학본부측은 본격적으로 통합논의의 시작을 천명하고 있어 한동안 잠잠했던 통합논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에 교육부는 양적 축소를 중심으로 하는 구조개혁안을 발표하고, 특히 국립대에는 대학 통합, 정원 감축, 운영체제 개편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학에는 ‘선택과 집중’ 정책에 따라 예산을 집중 지원하고, 교직원의 정원을 늘려주는 등 행ㆍ재정적인 지원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에서 통합을 추진하였으나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등 극소수의 대학들만이 통합논의를 원만히 진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대학들은 구성원들의 반발로 내홍을 겪고 있거나, 통합을 추진했던 대학들끼리 감정싸움으로 확대되어 통합논의가 아예 중단된 곳들도 있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는 충북대와의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좌초된 경험을 안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학통합의 역사를 살펴봐도 2만명 이상 거대 대학끼리의 1:1 통합, 그것도 광역행정구역을 넘나드는 거점대학끼리의 통합은 그 예를 찾아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이런 엄청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준비기간은 차치하고,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너무도 졸속적이었다. 따라서 대학통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도 추진했다면 무모한 것이고,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추진했다면 어리석은 것이라 할 수 있다.

7개월 여 동안 충남대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고, 소모적인 논쟁만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든 주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통합이 세계적 추세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큰 대학이 작은 대학을 흡수통합한다거나, 단과대학들을 통합하여 종합대학으로 만드는 통합이었다. 공주대학교도 충남을 대표하는 매우 큰 규모의 대학이다. 구성원들의 찬반은 차치한다고 해도, 양 대학을 통틀어 4만명을 육박하는 규모의 대학 통합이 기술적으로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교직원들의 찬성은 통합논의에 대한 찬성이다

교육부 교육정책의 일관성 상실로 인한 혼선이나 교육부 관료들의 무능력으로 인한 불신은 교육부 무용론으로 까지 가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여기에서 교육부의 구조개혁 정책에 대한 비판은 논외로 하겠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실효성이 있는지, 공주대와의 통합에 대한 가능성이 있는지,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대학본부가 이야기하는 정도로 혁신적일 것인지, 오히려 반대작용으로 구성원간의 골깊은 갈등만 양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찬성론자도 반대론자도 아무도 확증할 수 없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이런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학, 아니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은 대학 구성원이면 누구나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충남대학교 대학본부에서는 정원을 대폭 감축하고, 대학 내 구조조정도 적극 추진중이다. 또한 행복도시와 연계해서 공주대와 통합논의를 해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래서 행복도시에 대학부지를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에 대하여 공주대와 논의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하는 대학당국의 요구에 교수와 직원단체는 각각 81.5%와 67.4%가 찬성하였다. 중요한 것은 교직원들은 통합논의를 찬성한 것이지 통합 자체를 찬성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양 대학이 통합논의를 거친 후 1년쯤 후에는 통합 시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시안에 대하여 다시 찬반투표를 하게 된다. 이때는 교직원들도 그 시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찬반투표에 임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양 대학당국, 그리고 양 대학 구성원의 이해득실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통합을 추진하다 실패한 많은 대학들에게서 공통적인 실패요인을 뽑아볼 수 있다.
하나는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의 불투명성(경북대/상주대, 충남대/충북대)에 있었고, 또 하나는 구성원의 손익에 대한 이해득실공방(경상대/창원대, 군산대/익산대), 마지막으로 교육부 정책에 대한 불신(강원대/삼척대) 등이 그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통합논의를 하는데 있어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한, 어떻게 문제발생을 최소화할 것인가?

첫째, 통합논의가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언론플레이를 한다든지, 애드벌룬을 띄운다든지, 밀약사항이 있다든지, 목적을 위해서 과도하게 위기를 증폭한다든지, 너무 장밋빛 희망만을 심어준다든지 해서는 안되고 사실 그대로를 구성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둘째, 모든 과정은 구성원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 새로운 소식을 언론을 통해 먼저 듣고, 외부에서 먼저 들은 후에 학내에서 뒷북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셋째, 위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성원들도 통합논의에서 소외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동문은 동문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이나 정원조정 등의 문제로 모두가 다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통합논의추진위원회’가 구성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성원의 합의를 절대로 이끌어낼 수 없으며, 통합논의의 시작도 불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복도시 부지 확보 및 통합대학의 획기적인 행ㆍ재정적 지원의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통합논의가 소모적으로 양 대학의 정체성만 흔들어 대는 통합논의가 안되려면, 만약에 행복도시 부지확보가 어려워졌을 경우와, 행ㆍ재정적 지원이 막혔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 하며 본인의 생각을 첨언한다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대학의 위기적 환경이나,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 등을 떠나서,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대학 통합이 진정 최상의 정책인지를 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의 자체 구조조정 즉, 우리 식구들 사이에서 유사학과 통폐합이나, 학문단위 팀 구성 등에 대한 작은 합의도 이루지 못한다면, 다른 식구들과의 큰 합의는 더욱 더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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