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고 스승·어른존경 결의대회 개최


2일 오후 2시 서대전고등학교 체육관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스승과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바닥에 떨어진 요즘, 이 학교 학부모가 주축이 되어 스승과 어른을 존경하자는 결의대회를 연 것이다.

어찌하다 이런 결의대회가 관심을 끄는 것일까라는 회의를 품은 채 행사가 열린다는 서대전고를 찾았다.
정문을 들어서자 네명의 학생이 양쪽에 서서 깍듯이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이 풍경은 정문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행사장을 들어서는 입구에서도, 계단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스승과 어른을 존경하자는 행사의 취지를 느끼게 했다.

체육관 행사장엔 학부모와 학생, 인근주민 1,000여명이 모였다.
결의대회는 여느 행사처럼 개회사, 결의대회 추진경과 보고, 학교장과 기관장 인사로 이어지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역시나 하는 생각에 발길을 돌리려는 데 학생들이 가진 선생님에 대한 시각을 느낄 수 있는 실화극이 열린다는 멘트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전병섭 교사의 지도로 학생들이 만든 연극 '학생 실화극'은 어설픈 연기와 빈약한 소품 등으로 보잘 것 없었지만 실제 교실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학교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학생들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보여줬다.
실화극에서 학생들은 "요즘 선생은 선생 같지도 않아" "야! 밤탱이 온다" "야 대따(엄청) 재수 없어"등의 언어를 구사하며 평소 학생들이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재연했다.
또한 입시에만 매달려 진정한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해야 하는 학생들의 답답함도 그대로 표현했다.

실화극이 끝날 무렵 이같은 교육 현실을 대변하는 듯이 내뱉은 한 학생의 멘트는 진한 여운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은 학교를 일정한 틀에 박힌 새장으로 여긴다. 이곳을 벗어나면 진정한 자유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학생들이 마련한 실화극이 끝난 후 교권존중 등을 위한 결의문 채택이 이어졌다.
최진 추진위원장(학부모회장 및 학교운영위원장)이 단상에 나서자 학부모와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나 손을 높이 들어 스승 존경의 굳은 마음을 다졌다.

▲우리가(학부모) 실추시킨 교권을 일으켜 세우는데 우리가 앞장선다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과 어른을 낮추는 언행을 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의 어떠한 교육적 지도에도 적극 지지한다 ▲선생님들에게 항상 감사 드리고 아이들의 참된 인간성 함양에 동참하겠다고...

결의문 낭독을 마지막으로 행사는 끝났다. 발길을 돌리는 머릿속에는 여전히 처음 행사 참관을 위해 학교를 찾을 때 머릿속에 맴돌았던 화두가 떠나질 않았다.
오늘날 교육현실이 얼마나 바닥으로 떨어졌으면 선생님을 존경하자는 결의를 다지는지...

한국은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 했다. ‘예의를 잘 지키는 동쪽의 나라’로 우리나라를 지칭했던 말이다.
하지만 얼마 전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무색케 하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아시아·태평양지역 17개국 청소년 1만여명을 대상으로 어른 존경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존경한다'는 비율이 13%로 꼴찌를 차지했다. 전체 평균치 72%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가장 높게 나온 베트남의 92%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존경심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조차도 39%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스런 통계가 오늘과 같은 행사를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다. 스승이 존경받지 못하는 교육계의 현실과 개인주의에 휩쓸려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학생들을 나무라기에 앞서 교사, 학부모 모두가 나의 마음과 행동은 어떠했나 뒤돌아보고 반성하며 교육 바로 세우기에 머리를 맞댄다면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