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험생이 경쟁률 상황판을 응시하고 있다.
″잘 모르면 떠들지나 말지. 오보로 애꿎은 학생 죽여놓고 이제는 3년 동안 고생한 학생들에게 재수를 하라고 부추깁니까?″

200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 응시하기 위해 충남대학교를 찾은 수험생 천현아(19, 대전여고 3)양은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천 양은 지난달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끝난 직후 가채점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평균 점수가 지난해에 비해 50점 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로 자신의 성적을 비관한 재수생이 자살했던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천 양의 같은 반 친구들 중에는 재수를 생각하는 학생들은 한 명도 없다. 일부 학생들도 일단 대학에 입학 한 뒤에 학교를 다니며 재수를 준비하는 ′반수′를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간혹 재수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최 상위권에 속하는 극소수 학생들이라는 말이다. 다른 해와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천 양은 ″학원에 재수를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친다느니 한 반에 재수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느니 하는 언론의 보도는 모두 거짓말″이라며 ″재수를 하게 되면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1년간 더 고생해야 하는 현실을 왜 고려치 않고 잘못된 보도를 하는 지 모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남대학교에서 만난 송덕용(19, 충주고 3)군 역시 언론의 잘못된 입시 보도가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군은 ″매년 똑같은 재수생 성적 추이를 두고 그만 부풀렸으면 좋겠다. 재수는 언론에서만 떠드는 말일뿐이지만 재수생들이 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에 부모들의 마음이 흔들려 학생들에게 재수를 권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 군이 다니고 있는 충주고등학교에서는 이번 수능이 어려웠다고는 해도 재수를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의 400여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

지난 10일부터 각 대학이 2003학년도 정시 모집을 시작한 가운데 대입 창구에서 만난 학생들은 열이면 열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재수생이 평균 성적에서 재학생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수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 최 상위권 학생들이거나 평소 성적보다 확연히 하락한 경우임을 감안할 때 성적이 높은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이런데도 언론에서는 재수생들의 성적 평균이 높았다는 단순 기록만으로 재수생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에게도 언론의 잘못된 입시 보도는 아니 한만 못한 것이 되고 있다.

입학원서를 내기 위해 목원대를 찾은 최성호씨(45, 강원도 원주시)는 ″첫째 아들이 수능을 치렀던 2001년도 수능이 유래 없이 쉬웠을 때도 ′재수생의 평균 성적이 높은 만큼 재수생의 숫자가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는 투의 보도로 재수생 강세를 운운하더니 이번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의 이런 보도 행태가 학생은 물론 부모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혼돈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시 전문가들 역시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학생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신중한 보도를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남대학교 강전의 입시관리팀장은 ″재수를 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다. 입시철만 되면 언론이 특종 경쟁을 벌이며 선정적인 기사거리를 찾기 위해 이런 잘못된 보도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험생들은 이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소신대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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