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명학교 이상락 교사는 수화 통역사 연극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수화선생님, 수화 통역사, 연극배우, 청소년극단 대표...
대전 원명학교 이상락 교사(45)의 호칭은 여러 가지다.

″글쎄요. 어떻게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된 것 같네요. 청각장애인들이 제한된 수화로 언어의 전부를 대신 할 수 없기 때문에 얼굴표정 하나 몸짓 하나가 대화내용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수화와 연극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사는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절실한 청각장애자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이 오히려 비 장애인의 연극을 위한 표현보다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이교사가 처음 수화를 접한 것은 호기심이나 동정이 아닌 생활편리를 위해 자연스럽게 수화를 배웠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에 청각장애인 식구들이 세를 살았어요. 부모는 물론 두 아들까지 모두 청각장애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형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연스럽게 수화를 배우게 됐고 또, 전기세나, 수도요금 등을 상의하는데 옛날 분들이 글을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 청각장애인한테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통역사 역할을 했던 것이 수화와 처음 인연을 맺은 계기라면 계기죠″

그랬다. 초등학교시절 같은 집에 세 들어 살던 형들과 놀기 위해 어머니의 통역사 역할을 하기 위해 배웠던 수화가 평생 자신과 함께 할 줄은 당시만 해도 상상을 못했다.
중, 고등학교 시절을 세 들어 살던 청각장애인 식구가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수화를 잊고 지냈다.

특수교육 서적 접하고 인생진로 결정

◈이상락 선생이 연극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 교사가 대학진학을 위한 예비고사를 앞두고 서울에서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 친척아저씨 댁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던 중 책이라도 한 권 읽어볼 생각으로 친척아저씨의 서재를 살피던 중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바로 ′K교장의 사랑′이라는 특수교육에 관한 내용의 책이었다.
그 책 한 권이 이교사의 인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될 줄은 당시 꿈에도 몰랐었다.
책을 읽고 이교사는 특수교육이라는 것에 묘한 매력을 느꼈고 당시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였던 아저씨도 대구대 특수교육과 진학을 적극 권유했다.

″특수교육과에 진학은 했지만 대학 정규과정에 수화과목은 없습니다. 제가 중, 고교시절 때 축구 선수활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재학 시절 대구대 부속 영화학교라는 장애인 학교에서 축구지도를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 수화와 접하게 되더군요″
잊었던 수화를 7-8년 만에 다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교사는 대구에서 대학원 과정까지 마치고 대전에서 통신병으로 군 생활을 하게됐다.
″통신병이다 보니 외출과 외박이 많았어요. 하루는 외박을 나왔는데 시민회관에서 대전 원명학교 개교 20주년 행사가 열렸어요. 당시 갈곳도 그리 마땅치 않고 전공도 특수교육을 했고 해서 학생들의 공연을 지켜봤죠. 그게 저와 원명학교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82년 12월 제대하던 날 우연히 유성에서는 전국 특수교육과 교수 모임이 있었다. 제대도 했고 겸사겸사 은사님들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간 자리에서 대구대 지도교수로부터 대전원명학교에 취업추천을 받았다.
대전원명학교는 군 시절 외박때 보았던 학생들의 공연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어 그 길로 대전원명학교를 찾아 취업을 하게된 것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방송사 수화통역사 활동

◈후배 연극 배우와 함께 공연전 기념 촬영.
″대전원명학교 교사생활을 하며 87년부터는 대전 YWCA수화강습을 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청각장애인들이 많이 놀러오고 하는데 그 학생들이 북소리는 듣더라고요. 그래서 탈춤과 마임을 가르쳐 무대에 그 학생들을 한번 세워 봤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하게 소화를 해냈습니다. 그러면서 연극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고 대학시절 잠깐 연극을 했던 끼를 숨길 수가 없어 연극을 다시 시작하게 됐죠″

당시만 해도 이교사는 청각장애인 아이들에게 마임과 탈춤, 사물놀이 등을 가르치기 위해 그쪽사람들과 접하던 중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출 수 없는 끼를 발견하고 다시 연극에 몸을 담았던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비 장애인과 전혀 다른 점이 없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느끼는 고통이 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에서도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전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자막이 없는 한국영화나 콘서트 구경은 아예 상상도 못하니까요″

이교사는 지금 작은 꿈이 하나있다. 이들만을 위한 연극 극단을 만드는 것이다.

″청각장애아들의 유일한 의사소통은 수화입니다. 하지만 얼굴표정이나 몸짓 등을 통해서 의사표현을 할 때도 간혹 있습니다. 몸을 이용한 이들의 의사표현은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진솔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이용해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을 만들고 마임과 수화를 이용한 연극을 무대에 올려보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교사는 97년에 실시된 제1회 수화 통역사 시험에 합격해 각 방송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화방송에 수화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끝으로 이 교사는 수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덧붙였다.

연락처 : 016-411-6852, E-mail : suhwaa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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