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 대전시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토요일 오후를 즐기기 위해 친구, 연인, 가족끼리 거리에 나선 시민들로 붐비는 광장에 고요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같은 색깔 옷을 맞춰 입은 어린 학생들의 쉴 새 없는 손짓을 숨죽이고 바라보던 사람들은 음악소리가 멈추자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는 올해 처음 개최되는 대전 YWCA 청소년 수화 발표제.

이번 행사에는 대전 대화중, 신탄진고, 명석고, 송촌고, 호수돈여고, 청란여고 등 6개 학교 수화동아리 학생 50여명이 참가해 평소 틈 나는 대로 연습해 온 수화실력을 많은 사람들 앞에 뽐내는 자리. 일반인들이나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수화경연대회와는 달리 순수한 발표의 무대다.

"처음 무대 올라가면 (손짓하며)이거 알지? 크게 크게 동작하고!"
흰 장갑에 교복을 맞춰 입은 학생들은 무대아래에서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인사하는 것부터 자주 틀리던 부분까지 끊임없이 맞춰보며 긴장하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광장 뿐 아니라 무대 옆 2층 상가에서 자신들을 보기 위해 유리창을 연 채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감이 생겼는지 어느새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하다.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무대를 겹겹이 둘러싼 청중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격려의 박수를 치는 등 환호를 보냈다. 거기다 곡목 역시 가스펠 곡에서부터 최신 댄스곡에 발라드까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대부분이어서 지켜보던 청중들도 함께 따라 부르는 흥겨운 자리가 됐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대전 YWCA 수우회(手友會) 역시 지난 84년에 처음 만들어진 수화동 아리. 3년 전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수화를 배우다 현재는 회장직을 맡고 있는 지영아(28)씨의 제안으로 이번 행사를 열게 됐다.

지영아 회장은 "청각장애인들의 언어인 수화를 일반인들에게 홍보하고 학교 동아리활동으로 만 그치는 학생들의 실력을 발표할 기회를 주고 싶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이러한 행사를 좀더 확대해 발표제가 아닌 수화 경연대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바른 생각을 심어주고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발표제가 진행되는 동안 대전 YWCA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바른 시각을 길러주자는 거리 캠페인과 함께 홍보용 배지를 무료로 나누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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