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등학교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아가씨와 건달들′공연을 하고 있다.
국내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가운데 최장기 공연, 최다 관객 동원에 빛나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원제 Guys and Dolls)′을 지역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1일 오후 2시 30분. 공연을 30분 앞두고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리허설을 하고 있는 성남고등학교(충남 연기군 소재) 연극영화과 학생들은 커튼 뒤로 고개를 내밀고 관람석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극이나 뮤지컬 연기자들에게는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느냐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주느냐는 것. 성남고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공연 시작 시간이 아직 남아서 인지 텅빈 객석을 보는 학생들의 눈빛에는 초조함이 역력했다.

지난달 19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전국가족연극제에서 120여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2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충남 조치원과 충북 청주 등에서 약 10회에 이르는 공연을 벌일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대전 시민회관과 같은 큰 무대에서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천전국가족연극제에서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김승현군(17, 성남고 1학년) 역시 떨리기는 마찬가지.

김군은 ″대전공연을 마지막으로 ′아가씨와 건달들′은 막을 내리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을 여러 사람 앞에서 보이고 싶다″며 큰소리를 질러 목을 가다듬었다.

지난달 열린 전국가족연극제 2위 입상

9회에 달하는 공연으로 대사를 외우고도 남음직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전 긴장감은 아이들의 머리 속을 백지로 만드는 듯. 대사를 외우고 춤동작을 연습하느라 공연 시작전 무대의 열기는 이미 후끈 달아올랐다.

일반계 고등학교로는 전국 유일하게 연극영화과가 설치된 이 학교 학생들은 학업과 연기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이유로 학생들의 땀을 더욱 값지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하루 4시간 넘게 연습을 하는 강행군을 계속해 왔다. 학업과 뮤지컬 연습을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더욱이 연기뿐만 아니라 춤과 노래까지 소화해야 했기에 아이들의 방학은 땀으로 기억된다.

이경준군(18, 성남고 2학년)은 ″특기 적성시간에는 연기연습을 하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밤 9시나 10시까지 성악과 재즈 연습을 했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학생들도 무엇인가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견뎠죠″라고 말했다.

초청공연 치중하는 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

학생들이 무대 뒤에서 연습을 하는 동안 객석은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인근 중·고등학생들과 일반인들로 가득 찼다. 성남고 연극영화과 27명의 학생들은 환한 웃음을 보이며 자리를 박차고 무대위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 동안 갈고 닦아 왔던 자신들의 연기, 춤, 노래 실력을 뽐냈다.

성남고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이번 작품은 비록 공연의 완성도와 섬세함은 부족했지만 청소년들이 직접 출연하고 기획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인기 공연 초청에 치중하는 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한편,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미국 뉴욕의 도박꾼과 구세군 여성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린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195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돼 1,200회에 걸친 장기 공연을 했고, 국내에는 83년 첫 소개된 이후 윤석화, 손숙, 정애리, 최종원 등 국내 연기파 연극인들이 공연을 했을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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