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국어교사 박 선생의 이야기는 부임 첫날부터 시작됩니다. 박 선생은 첫날 첫 시간은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 늘 그렇게 하듯 말입니다. 그 시간은 주로 박 선생 혼자서 말을 하고 학생들은 그의 얼굴을 감상하는 시간입니다.
◈지난해 학생들과 떠났던 수학여행의 모습. 윗줄 맨 오른쪽이 박성룡 교사.

먼저 박 선생은 자신을 소개합니다. 고향과 나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이곳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나 등등.... 물론 질문이 있으면 하라고 합니다. 아직은 어색한 학생들, 역시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학생들을 향해 박 선생은 말을 이어갑니다.

"혹시라도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거나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상담하고 싶은 사람은 이메일을 보내도록 하세요.”psycho302@...'

아이들 속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옵니다.

"싸이코다, 키키킥.” “어머, 정말이네,”

"네, 맞습니다. 싸이코입니다. 저는 스스로 싸이코라고 생각하죠. 미친다는 것,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미치는 사람만이 무언가 이룰 수 있습니다. 우연하게도 단어의 시작되는 세 글자는 선생님 이름 이니셜과도 일치합니다. 바로 저를 위한 단어라고 할 수 있죠. 302라는 숫자는 선생님의 이름입니다. 성용이=302죠.”

긴장되었던 아이들의 얼굴에 하나 둘씩 웃음기가 퍼져 나갑니다.

"여러분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드디어 첫날의 본론이 나올 차례입니다. 박 선생의 부탁이라는 것은 참 간단한 것입니다. 우리가 학교라는 곳에서 보통 지켜왔던 사항들이죠.

첫째는 수업종이 울리면 교실에 들어와 자기 자리에 앉아 있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지키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한 두 달이 지나도 서 있는 학생들이 꼭 있거든요. 그럴 때면 학생들에게 약간의 신체적 고통을 줍니다. 다음에는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말이죠. 그래도 며칠이 지나면 다시 그 자리입니다. ^^;

둘째는 욕을 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성장하는 여러분의 정서에 좋지 않으니 하지 말라고 욕의 의미까지 들어 설명을 해줍니다. 하지만 아이들이잖습니까? 무심코 입에서 튀어나오기 일쑤입니다. 특히 사내 녀석들은 그 정도가 심하죠. 욕을 하게 된 상황과 환경에 따라 혼내는 정도가 다른데 수업시간에는 주로 ‘머리박기’를 합니다. 책상에 머리를 박는 것이죠. 남녀구분 없이 욕을 입 밖으로 내었다하면 책상에 머리를 박아야 합니다. 이 벌은 아이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일단 욕을 입 밖으로 낸 학생은 자신이 말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합니다. 박선생의 눈치를 살피며 딴 짓을 하기도 하지만 이내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책상에 박치기를 하죠. 이것은 벌이라기보다 놀이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하거든요. 학생들이 아예 욕을 안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말하는 데에 있어서 좀 더 조심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부탁의 말까지 하고 나면 한 시간은 어느 새 흘러 버립니다. 한 시간 동안 쏟아낸 말들을 뒤로 하고 교실을 나옵니다. 박 선생은 다음 시간부터 그가 부탁한 모든 것들이 잘 지켜지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아지리라 생각하죠.

박 선생은 이 작은 일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작은 규칙을 지키고 그에 따른 제재를 받으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자신도 모른 채 배워가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아이들에 대한 박 선생의 욕심일 뿐이라도 말이죠.


자칭 아씨를 사모하는 '삼룡이' 박성용 선생은 충남 온양이 고향인 올해 29살의 '꽃총각쌤'이다. 162cm에 52kg 유난히 가벼운 몸매의 소유자인 그는 보통의 남자들처럼 당당히 군대를 다녀오고 2001년 2월, 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천안 입장중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글의 변화를 위해 3인칭을 사용했음을 참고로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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