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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박 선생은 자신을 소개합니다. 고향과 나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이곳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나 등등.... 물론 질문이 있으면 하라고 합니다. 아직은 어색한 학생들, 역시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학생들을 향해 박 선생은 말을 이어갑니다.
"혹시라도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거나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상담하고 싶은 사람은 이메일을 보내도록 하세요.”psycho302@...'
아이들 속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옵니다.
"싸이코다, 키키킥.” “어머, 정말이네,”
"네, 맞습니다. 싸이코입니다. 저는 스스로 싸이코라고 생각하죠. 미친다는 것,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미치는 사람만이 무언가 이룰 수 있습니다. 우연하게도 단어의 시작되는 세 글자는 선생님 이름 이니셜과도 일치합니다. 바로 저를 위한 단어라고 할 수 있죠. 302라는 숫자는 선생님의 이름입니다. 성용이=302죠.”
긴장되었던 아이들의 얼굴에 하나 둘씩 웃음기가 퍼져 나갑니다.
"여러분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드디어 첫날의 본론이 나올 차례입니다. 박 선생의 부탁이라는 것은 참 간단한 것입니다. 우리가 학교라는 곳에서 보통 지켜왔던 사항들이죠.
첫째는 수업종이 울리면 교실에 들어와 자기 자리에 앉아 있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지키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한 두 달이 지나도 서 있는 학생들이 꼭 있거든요. 그럴 때면 학생들에게 약간의 신체적 고통을 줍니다. 다음에는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말이죠. 그래도 며칠이 지나면 다시 그 자리입니다. ^^;
둘째는 욕을 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성장하는 여러분의 정서에 좋지 않으니 하지 말라고 욕의 의미까지 들어 설명을 해줍니다. 하지만 아이들이잖습니까? 무심코 입에서 튀어나오기 일쑤입니다. 특히 사내 녀석들은 그 정도가 심하죠. 욕을 하게 된 상황과 환경에 따라 혼내는 정도가 다른데 수업시간에는 주로 ‘머리박기’를 합니다. 책상에 머리를 박는 것이죠. 남녀구분 없이 욕을 입 밖으로 내었다하면 책상에 머리를 박아야 합니다. 이 벌은 아이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일단 욕을 입 밖으로 낸 학생은 자신이 말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합니다. 박선생의 눈치를 살피며 딴 짓을 하기도 하지만 이내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책상에 박치기를 하죠. 이것은 벌이라기보다 놀이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하거든요. 학생들이 아예 욕을 안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말하는 데에 있어서 좀 더 조심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부탁의 말까지 하고 나면 한 시간은 어느 새 흘러 버립니다. 한 시간 동안 쏟아낸 말들을 뒤로 하고 교실을 나옵니다. 박 선생은 다음 시간부터 그가 부탁한 모든 것들이 잘 지켜지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아지리라 생각하죠.
박 선생은 이 작은 일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작은 규칙을 지키고 그에 따른 제재를 받으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자신도 모른 채 배워가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아이들에 대한 박 선생의 욕심일 뿐이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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