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3월 30일) 대전광역시교육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학교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전 시내 10개 학교에 폭력예방용 CCTV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동․서부교육청별로 추천받은 “지리적, 문화․환경적 여건이 좋지 않고 교내 취약 지역이 많은” 중학교 3개교 씩 6개교와 학교폭력 취약 지역 고등학교 4개교를 선정해 우선적으로 설치한다는 것이다.

2. 이는 학교 폭력에 대한 교육적 해결 방식이 아닌 ‘범죄 소탕 식 접근’의 극약처방으로, 학교폭력을 근절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음성화, 사회범죄화 시켜 학교폭력을 더욱 악화시킬 뿐임을 지적한다. 도대체 CCTV가 설치된 줄 뻔히 알면서 운동장 구석이나 어두운 골목으로 몰려가 패싸움을 벌일 멍청한 아이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전교조대전지부는 시교육청의 ‘CCTV 설치 방침’을 비롯한 일련의 학교폭력 대응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한다.

첫째,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학교폭력 대응 방식이 교육적 해결방안이 아닌, 적발 및 징계, 처벌 위주의 ‘범죄 소탕 식 문제 해결’에 일방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점을 심각히 우려한다. 전교조대전지부가 학교폭력 해결 방안과 관련하여 지난 3월 17일 자 성명서를 통해 밝혔듯이,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외과적 개입’ 혹은 ‘수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

서울 강남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골목 등지에 CCTV를 설치하겠다던 서울시장의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학교 안이나 주변에 CCTV를 설치하여 감시를 강화하고 학교폭력 발생 빈도를 줄여 보겠다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나 실적을 높여 줄 수는 있어도 전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학교폭력을 더욱 음성화하고 지능화시킬 것이며 ‘학교 밖의 폭력’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 폭력을 폭력으로 제압하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29일 1시 서울 광화문 교원단체 회관에서 열린 일본의 학교폭력 예방 전문가 미즈타니 오사무씨의 강연 내용이 우리나라 학교폭력 대응 방식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크다. 그는 드러나는 현상에 대한 대증적 처방에 매몰되기보다 법․제도의 정비 등을 포함한 근본적이고 교육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기자: "한국 경찰이 실시하고 있는 자진 신고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미즈타니 오사무: "학교폭력 신고제는 친구가 친구, 교사가 학생을 신고하라는 것으로 우정과 신뢰를 깨버릴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학교폭력을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둘째, 시교육청은 ‘학교폭력’에 대해 학생들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해서 비난을 퍼붓고 적발해서 처벌하는 방식을 그만두고,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근본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전교조를 비롯하여 인권운동사랑방 등 26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폭력의 구조적 원인으로 ▲ 살인적인 입시 경쟁과 학벌사회 ▲ 왜곡된 지식위주의 교육과정 ▲ 폭력적인 교육 문화 ▲ 일상적인 인권의 부재 ▲ 교육 공동체의 파괴 ▲ 대인관계 형성 능력의 부족 등을 제시했다(3월 29일). 반면 정부와 시교육청의 대응 방식은 그 구조적 원인에 대한 천착 없이 폭력 현상에 대한 대증적 요법--스쿨폴리스와 CCTV, 병영체험을 통한 순화 등--에만 치우쳐 학교생활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을 철저하게 대상화하고 배제시켜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학교폭력은 공부에 관심 없는 몇몇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공부 못하고 잘 살지 못하는 동네 아이들이 있는 취약 학교 10곳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해당 학교 아이들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반인권적 발상이다. 학생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 채, 비인간적인 과열 입시경쟁만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작금의 현실이, 바로 학교폭력이 학교문화의 한 축으로 기능하며 재생산되도록 토양을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폭력의 해결을 위한 기본 원칙은, 어디까지나 청소년과 교사를 중심으로 하되 시민사회 진영 전체 및 관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대응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생, 학교, 사회모두가 상생하는 트리플 윈(Triple Win)의 첩경이다.

셋째, 학교폭력에 대한 관점을 ‘우리 사회의 폭력적 문화 청산’의 출발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학교폭력을 ‘학생에 의한 학생간의 폭력’만으로 한정시켜 이해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안 마련 없이 임기응변식 대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학생 간 폭력 외에도 교장-교사, 교사-학생, 학교-학생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물론 최근의 일진회를 비롯한 학교폭력은 제도화된 폭력으로부터 파생된 측면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또한 제도화된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학생간의 폭력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폭력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폭력의 정의를 ‘학교에서의, 학교에 의한 폭력’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바꾸어야 마땅하다. 전교조대전지부는 “학력신장을 빌미로 한 불법․탈법 학사운영이 바로 보이지 않는 학교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학교가 달라지지 않는 한 학교폭력은 근절되지 않는다. CCTV나 스쿨폴리스에 의한 해결은, 폭력을 일시적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할 뿐이다. 시교육청은 지금이라도 CCTV 설치․운영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서 백지화해야 한다. CCTV 설치는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시행정일 뿐이며, 일시적인 개선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엄청난 예산 낭비만 초래할 것이다.

3. 전교조대전지부는 학생 간 폭력, 교사 학생 간 폭력을 포함한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용인되지 않는 사랑의 학교생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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