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난지 2주가 다 되어간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반이 지나갔다니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다.
◈민사고에서 운영한 작은 교실은 가르치는 어려움을 가르쳐 주었다.
겨울방학을 맞이해 대전에서 민사고 학생들끼리 봉사활동을 하기로 하였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니, 외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참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 선행학습 때문에 학교 수업을 힘들어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삼천동 복지회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결정하였다.

이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우리학교 학생은 총 14명, 우리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총 23명이었다. 대부분 중학교를 올라가는 초등학생들이고, 그중 중학생들도 몇 명 있었다.

아이들을 선생님이 되어서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중학교 1학년 과목을 배운지도 오래되었을 뿐더러, 한 방에서 소그룹으로 나뉘어 가르치는 것도 처음이었으므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고 참 많이 걱정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학생들은 우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믿고 따랐고, 주어진 시간동안 최대한 많이 배우고 가려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아직 영어를 능숙하게 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따라 읽고, 외우고, 어려워하면서도 질문하고 계속 배우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기까지 한다. 수학 같은 경우에는, 내용 설명을 할 때 빨리 습득하고, 이해하며, 그리고 가끔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그 깊이에 놀란다. 내용설명을 듣고 책에 없는 내용도 응용해서 질문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더 심화된 내용을 가르쳐주고 있을 때가 많다.

방학인데 늦잠 자고 싶고, 더 놀고 싶고, 친구들과 만나고 싶을 텐데 아침마다 빠지지 않고 배우러 오는 아이들을 보면 고마울 따름이다. 처음에 몇 명은 자습하라고 하면 답지 배끼고 도망가고, 진도 더 나가자고 하면 힘들다고 그만 보내달라고 하여서 가르치는 입장에서 참 곤란했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앉아있기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차츰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 누구보다 더 많이 배우고 알기 위해서 우리를 재촉한다.

이 작은교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지는 모르는 일이다. 고등학생들이 가르치는 거라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중학생 되면서 새시작을 할 아이들이 미리 고액과외를 하면서 선행학습을 하고 올 다른 아이들에게 주눅들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처음에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시작한 작은교실이지만, 내가 가르친 것 보다 아이들에게 배운 것이 더 많다. 공부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고, 배우는 것 그 자체가 즐거워서 더 깊이 파고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배움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올해 겨울에 처음 시작한 이 작은 교실을, 앞으로 매 방학마다 꾸준히 해서 여러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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