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 여사 (소설가, 미술평론가)

◈개막식.

2003년 5월 16일자 충청일보 문화면이라고 생각이 된다. “아홉 용머리 뱀 꼬리 되다” 제목의 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내용을 읽지 않아도 얼마나 부실한 행사였나를 단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재치 있는 기사 제목이다.
기사 작성도 조리가 있고 나무랄 데 없이 숙달된 솜씨이다.
충북을 대표하는 여기자로 나는 이현숙을 자랑으로 여겼다. 내 딸 같은 정감도 있었다. 그래서 종아리를 좀 쳐야겠다.
사실 보도일 뿐인 기사도 더러는 가슴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시론이나 칼럼은 한 시대를 관조하고 진단하고 인식하는 성찰의 넓은 가슴이 아니고는 진실을 전달하지 못한다. '아홉 용머리 뱀 꼬리 되다'는 미니스커트 아가씨가 신은 하이힐의 울림과 같이 경쾌하고 감각적이기는 하지만 경솔하다.

대청호 국제 환경미술제가 부제로 삼는 아홉용 머리는 용상 성공 승천 물리적 권좌나 영화 부귀 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용상에서 끌어내려졌거나 승천하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거나 부귀 영화가 수포로 돌아갔을 때 뱀 꼬리로 형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Urs Twelmann 스위스 - "춤추는 용"

아홉 용머리, 탈문명 탈산업 탈인위 탈과학 표상

내가 뉴욕에 갔을 때 미국 작가들은 대청호 국제 환경미술제라는 본명보다는 아홉용 머리에 황홀해 했다. 실존하지 않는 전설적이고 상징적인 비문명 비과학적인 신비성에 감동했단다. 미국 문헌에는 용이 없다며 도서관에 갔으나 허탕을 쳤다고 내게 용에 대한 정보 좀 달라고 했다. 작품을 구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98년 뉴욕에서 유명 미술인들이 용머리 부제에 반하여 대거 참가했고 그 해 그들의 작품은 관람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문의에는 용굴과 용자와 합성된 명칭의 마을이 꽤 많다. 그 이름들을 수용하기도 했지만 탈 문명 탈산업 탈인위 탈과학을 표상한 아홉용 머리는 대청호의 지킴이기도 한 것이다.
대청호 국제 환경미술제가 출발하게 된 취지, 그동안의 역할과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 국제적 평가와 기능 등 총체적으로 파악을 했다면 그 때 그 때의 기후나 국제적 상황에 따라 빚어질 수 있는 차질(사스와 북핵 문제를 우려하여 취소)을 꼬집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론 본연의 사명 즉 개선을 위한 지적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대부분이 개막식 국내 공연단과 무용단들이어서 집안 잔치로 전락.... 云云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시각이다. 외국에서 그 많은 공연단과 무용단을 초청한다면 충청일보가 비용을 대 주겠는가. 그래야 국제행사가 되겠는가.
◈Gradana Andelic(Bosnia) - "정보의 벽" 재료 신문 OFFSET 세계의 언론이 코소보의 분쟁을 그릇되게 보도하고 있는데 대한 저항.

예술을 통한 수질대기 오염방지 녹색운동

해마다 국내 무용단과 연주단이 참여하여줌은 늘 개막식을 윤기 있고 화려하게 꾸며 주었다. 어느 행사고 음악과 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음을 모르는가. 춤이 있고 노래가 있기에 주민과 관객과 작가들이 일체가 되는 것이다. "전위무용가 홍신자 유진박 피아니스트 김동창 등을 초청하였음도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주민과의 유대인 축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도록을 만들어야 할 비용을 축제에 쏟아 부었습니다" 예술감독은 호소를 했다. 충북의 언론은 '며느리 발뒤꿈치가 달걀 같다' 하지말고 대청호 국제 환경미술제를 도우리라고 믿는다. 전국에 유일한 예술을 통한 수질대기 오염방지 녹색운동이 아닌가.

충청매일 2003년 8월 17일자 (제2사회부 박삼준 기자)
예산낭비 향토 축제 통폐합 여론
청원, 대보름 연날리기, 대청호 환경미술제 폐지 의견

현재 문의면 도당산에는 독일의 자연미술인 Roland Myen의 작품 '싸리 가지로만 엮은 거대한 부처'가 가부좌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숙연하다. 비바람 세월과 함께 자연으로 사그라지는 환경미술이다.

도당산을 올라가는 언덕에는 Bavarian 작가 Anderas Kuhnlein의 5대양 6대주가 있다. 재목을 자귀로 찍어 6대주를 상징하는 거대한 인물을 세우고 네모의 빨강 장대가 여섯 인간의 뇌를 관통 연결하고 있다. 인간의 피의 유대 지구가족을 의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지가 너무 고통스럽다. 역시 제목에서 작가의 뜻이 전달이 된다. '통제된 머리'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 온 조각은 대리석도 목재도 매끄럽게 다듬어진 것들이었다. 무작위로 쪼아낸 그대로의 모습이 어찌나 큰 충격이었고 기쁨이었는지 '통제된 머리' 작품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 제목이 시사하듯 인간을 제약하는 폭력적 인상도 작품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한다.
◈Sonia Ale De Martin(Argentina) - "출산" 메아리(Echo)라고 쓴 돌을 뱃속에 잔뜩 넣었다가 하나씩 꺼내어 나누어주는 행위로 출산을 상징·진통하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체육공원에는 난데없는 거대한 용이 꿈틀꿈틀

도당산 기슭 산책로 선착장 근처에는 무가이 가즈미 일본작가의 나무조각 '가족'이 대청호를 배경으로 옹기종기 서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다. 화목하고 따스하다.
문화재 단지에도 이 작가의 작품이 서 있다. 4-7m 높이로 웅대한 목재조각이다. 제목은 '까치'. 다분히 샤머니즘적 분위기가 민속 마을의 토속성에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대청호 국제 환경미술제의 로고라고도 할 수 있는 문병탁의 '나는 화났어'. 용꼬리 작품은 7년째 대청호에 머리를 처박고 꼬리를 하늘로 치킨 채 몽니를 떨고 있다.
문의 주민들은 말한다. "왜 화가 안 나것남? 용꼬리를 거두기는 틀린 세상이여. 6.15 공동선언이 우리의 희망인디. 특검제가 뭐여? 우리끼리 잘 살아보겠다는 게 죄여? 멀쩡한 장관(김두관)은 왜 또 몰아내는 거여? 다수로 깡패 짓하는 놈들은 국회로 보내지 말아야 하는 겨.”

2002년도 대청호 체육공원에는 난데없는 거대한 용이 꿈틀꿈틀 기고 있었다. 스위스 대사관에서 추천한 Urs. Twellmann의 용이다. 예술가의 영감이란 참으로 기발하고 위대하다. 고목에서 어떻게 용의 형상을 찾아냈을까. 나무뿌리(고주박이)는 용머리로 둥치는 용의 몸통으로 구성을 했는데 영락없는 산 용이다. 행사가 끝나고 어린이들의 미술 창작 실험장이 되었다. 어린이들의 감각으로 용을 재구성해 보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교육의 체험인가. Urs는 Prohelvecia 재단에서 약 일억의 기금을 받아 아시아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Roland Mayer 독일 - "묵상" 작업과정.

면장 주선 민박 동서간 문화풍습 직접 경험케

오스트리아 Alois schild의 천년의 꿈 배의 행성음은 문화재 단지에서 어린이 놀이도구로 크게 한 몫하고 있다.
2003년 행사가 끝나고 외국 작가들이 떠나기 전날 마을 주민들은 18번 요리 접시를 들고 와 밤을 지새운 파티는 동서가 교류하는 푸짐한 파티였다. 민성기 면장(현재 내수읍장)이 주선한 민박은 동서간의 문화풍습을 직접 경험케 하였고 다른 면장들의 기획으로 추진된 윷놀이 연날리기 그네뛰기 등 농산물 판매에 동참한 외국작가들의 흥은 그들이 오래오래 간직하며 한국을 말하게 될 것이다. 청주 고인쇄박물관, 용굴 답사 등도 한국을 알리는 지름길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의 어느 고장에서도 누릴 수 없는 문화와 풍부한 체험의 보고 대청호 국제 환경미술제.... 도대체 누가 무용론을 주장한단 말인가 외계에서 온 사람들일까.

주제넘은 한마디.
청원군의 축제 관련 단체는 지금 골머리를 앓는 모양이다. 일곱 개나 되는 축제의 관리 때문인 모양이다. 잘라내고 통합하고 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망녕되게 축제가 많다. 쌀 축제는 쌀 소비 캠페인으로, 연 날리기나 윷놀이 그네뛰기는 축제로 화석화하지 말고 어린이들을 컴퓨터에서 대자연으로 끌어내는 일상의 민속놀이로, 그리고 세종대왕과 초정약수는 세계에서 유일한 활자 제정 대왕의 위업을 길이는 대 축제로 키우고, 3.1문화제는 정치도의가 땅에 떨어진 오늘 정신기강을 세우는 의미와 독립투쟁 선열을 추모하는 추모제로, 그리고 국제 환경미술제는 청원군의 세계화 발돋움의 교두보로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Tason Bender 미국 - "쇼니 인디언 깃발과 함께"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 선풍 유럽으로 일어

매년 행사에 참가한 작가의 나라 대사관에서는 개막식에 참석하여 격려의 축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칠레 폴란드 스페인... 이들 대사 또는 영사나 일등 서기관 중에는 개막식 전날 문의에 와 대청호 경관을 즐기고 문의 주민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주민들이 접촉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외교창구이다. 일본 영국 프랑스에서는 문화원 원장이 참석하기도 한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는 참가작가에게 공식적으로 후원(현금)을 하기도 한다.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의 주제를 메아리(ECHO)로 잡은 2000년 행사에서는 독일 로젠하임 방송국에서 대청호 현장을 취재 ALPINE NETWORK를 통해 25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5주에 걸쳐서 방영했다.

세계적으로 확고한 위치에 있는 뮌헨의 톨우드축제(TOLLWOOD FESTIVAL)에서는 NINE DRAGON HEAD(아홉 용머리)라는 명제의 개별 프로그램을 기획 임동창(피아니스트) 청주시립무용단 국악단 행위 설치미술 등이 초청되어 한국의 예술을 선보이고 왔다.

미술지, 종합시사매거진, 홍보용 현대자동차 매거진 등에 특집으로 소개되어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에 대한 선풍이 유럽 쪽으로 일고 있다.
◈ANDRIAS KVHNLEIN 독일 -"통제된 머리"


김제영 여사(75)는 충남 조치원에 거주하는 원로 소설가이자 미술평론가이다. 1946년 이화여고를 졸업하고,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석려'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민국일보 문화부기자, 무용한국 편집고문, 음악저널 편집고문, 미술21 편집고문, 미술세계 객원편집인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소설작품집 '거지발싸개 같은 것'(1985), '라흐마니 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연주자 기행'(1990)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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