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초 종합운동장이나 충청권 순회경기 '해결책'

대전시가 ‘대머리’가 된 월드컵 경기장 잔디문제로 까맣게 속을 태우고 있다. 더욱이 잦은 비로 인해 예기치 못해 발생한 일로 한정된 예산 범위 안에서 덧 파종과 메우기 형식으로 보수를 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 여름 잦은 비와 무리한 경기 진행으로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최악이다.

초종전환과정서 잦은 빗속 경기 강행으로 잔디 안 살아나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최악’이다. 마치 모래사장에 금방 잔디 씨앗을 뿌린 것처럼 바닥이 허옇게 드러날 정도로 잔디 생육 밀도가 성긴 현상은 경기장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앙선 부근과 남쪽 골대 앞, 코너 쪽의 잔디 훼손 상태가 심하다. 축구화로 짓이겨져 죽은 잔디는 이끼와 엉겨 뿌리와 잎에 붙어 배수를 막아 생육을 방해하고 있다. 수원 등 다른 경기장에 비해 현저히 상태가 나쁜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6월말부터 시작됐다. 난지형 제니스 잔디에서 추위에 강하고 비교적 푸른 빛이 도는 한지형 잔디로 교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올 4월 덧 파종을 했지만 하루 걸러 한번씩 내리는 비로 정상 생육이 되지 않았다. 여기에 우중에 프로축구 일정을 소화하는 동시에 7월 14일~18일 5일 동안의 피스 컵으로 4차례 연속 경기가 열리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최대한 빠른 복구를 위해 새로 뿌려진 속성 잔디(한지형 퍼라이얼 라이 그레서)가 습기에 약해 올 여름 내린 비로 제대로 된 생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전시는 프로축구 연맹에 우중 경기 일정을 미루거나 월드컵 경기장이 아닌 종합운동장내 경기장으로 이동해 줄 것으로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상황은 악화됐다.
◈죽은 잔디가 이끼와 엉켜 있는 모습(좌측).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잔디(중간), 마치 모래밭에 잔디가 자라는것처럼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모습(우측)

3차례 전체 덧파종했지만 경기 소화하며 정상화 힘들어

사정이 이렇게 되자 대전시는 올 해 들어 수 십차례의 부분 덧 파종과 3차례의 전체 덧파종으로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안간힘을 썼고 최근 중앙원 부분 300㎡ 면적에 부분 보식 작업을 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경기장을 완전히 걷어내고 한지형 잔디로 전면 교체하자는 여론도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4~5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현실적인 예산 문제를 감안할 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대전시는 요즘 같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계속될 경우 올 11월까지는 정상의 70% 수준까지 잔디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 시즌. 지금의 상태로 갈 경우 올 해 안에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하고 내년 시즌 시작 전까지 잔디 상태를 완전히 복구 시키지 못하면 정상 생육되지 않은 잔디가 축구화에 짓밟히고 결국 현재와 같은 현상이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선 부근 부분 보식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종합운동장 이용이나 충청권 순회 경기 ‘생각해 볼만’

몇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내년 시즌 초반 경기를 월드컵 경기장이 아닌 종합운동장에서 치르는 방법. 이 경우 그라운드와 관중석간 거리가 너무 멀어 관중 동원에 실패할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다른 방안은 대전 외에 천안이나 청주, 보령 등 홈 지역 순회 경기도 생각해 볼만하다. 대전에 연고를 두고 있으면서 충청권 순회 홈 경기를 펼칠 경우 지역민에 대한 서비스와 관중 동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경우 10일 이상 휴지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잔디 상태를 연중 '생생'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대해 시티즌 관계자는“경기를 하지 않는다면 잔디가 살아나겠지만 K-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딱히 방법이 없을 것 같다”며 "월드컵 경기장 외의 장소에서 경기를 펼친다는 해결책이 되겠지만 프로축구 연맹에서 받아들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한번 경기를 치르고 10~15일 정도의 충분한 휴식을 가져야 잔디가 정상적인 생육을 하지만 프로축구 경기 일정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히 초종전환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많은 비와 경기 강행으로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현재 일부 보식작업과 덧파종을 했기 때문에 10월말 경이면 어느 정도 상황이 호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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