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화] '천혜의 샘' 실크로드 답사를 앞두고

‘오아시스’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야자수나무 아래 샘물과 낙타 그리고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옴직한 무희입니다. 사막의 한가운데를 헤메다 갈증으로 타들어갈 들 즈음 저 멀리 오아시스는 신기루처럼 떠오릅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에서도 제목이 왜 그러한지 침대머리맡 벽걸이 그림을 등장시킴으로써 압축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아시스가 연결된 샘길 '실크로드'
◈오아시스.

벽걸이 그림이든 이발소 그림이든 우리 모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알고 있는 오아시스 이미지가 최근 내 속에서 바뀌고 있습니다. 실크로드 답사 준비를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오아시스는 동네가의 우물터 같은 곳 뿐 아니라 몇 십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시로 형성된 곳도 있었습니다.

연간 강수량이 10mm도 되지 않는 사막에서 멀리 떨어진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땅으로 스며들었다가 어느 지점에선가 땅위로 올라오는 그곳이 샘이며, 자연 샘뿐 아니라 인간의 노력으로 ‘카레즈’라 불리는 인공수로를 연결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지역을 오아시스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오아시스 지역을 연결하면 오아시스路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통칭하여 부르는 '실크 로드'라는 것입니다.

작년 중국 고대 도읍이었던 서안, 정주, 낙양 답사를 다녀오면서 내년에는 실크로드 답사를 가자는 말이 나왔을 때만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막상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자료를 보면서 실크 로드의 실체는 점점 거대하게 나를 압도하면서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유산을 공부하면서 눈여겨 보며 의문점을 가졌던 장면들은 석굴암의 석가모니 부처를 둘러싸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 가운데 샌들을 신은 외국인들의 모습, 경주국립박물관에서 보았던 상감구슬에 박혀있는 인물무늬, 경주 괘릉에 있는 서역인의 무인석상 모습, 정교한 유리사리함 등이 서역으로부터 유입된 것이라고 합니다.

50년도 넘게 한반도의 남쪽에 갇혀 살아온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그 옛날 신라시대에 외국과의 빈번한 왕래를 당황하며 의심하곤 합니다. 신라승 혜초가 천축국을 다녀왔다는 말에 그저 다녀온 정도로만 여겨온 무지함 속에서 실크 로드는 장황하기까지 합니다.

'실크로드의 장엄함 속 나만의 오아시스 찾고파'
◈고대문명 교류의 현장인 실크로드 답사를 통해 위대한 인간정신의 여정을 탐구해본다.

인류의 이동이 시작된 구석기 시대에 이미 실크 로드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여 갔으며,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 역시 북방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양식이라고 합니다. 애초부터 우리 속의 DNA 속에는 전지구적인 사고방식이 배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좁은 테두리속에서만 우리 것만을 고집하여 살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고대문명 교류의 현장을 보러가고 싶어하는 나는 무엇을 얻어오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1999년경 박물관 구경에 빠져있던 나는 크나큰 환경의 변화를 예기하는 새천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왜 박물관인가’인가를 되물었습니다. 그 물음의 답을 바티칸 박물관 비디오 겉표지에서 찾았었습니다. 표지에는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을 발견하고자 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서안에서 시작하여 우루무치에 이르는 실크로드 답사를 통해 내가 찾는 오아시스는 어떤 것인지 만나고 싶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잊을만하면 떠올리게 되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물음의 한가닥 실마리를 나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해 보고자 함이 아닐까 합니다.

# 이춘아 시민기자는 9월 18일부터 24일까지 약 1주일동안 실크로드 답사를 떠났습니다. 이춘아 시민기자의 실크로드 답사기는 조만간 디트24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이춘아 시민기자(47)는 부산 출생이다. 한밭문화마당(대전시 서구 만년동) 공동대표로써 지역 문화예술 살리기와 청소년과 여성의 역할 찾기에 앞 장 서고 있다. 여성학과 교육학 전공을 살려 여성정책연구소에서도 오랫동안 일해왔으며 현재 대전시 여성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까지 대전MBC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여성문화 찾아가기'코너를 맡아 여성시각으로 바라보는 문화이야기를 다루어 왔다. 연락처 018-432-4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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