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 외부 표출 등 내적 결속 과제로

대전시립교향악단의 2002년은 여러모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한 해였다.
◈시향의 올해 마지막 공연은 1,800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몇 년째 비어있던 상임지휘자 석에 국제적 명성의 지휘자 함신익이 안착하면서 예술감독으로서의 실험적 체제정비와 새로운 도약을 제시했던 것이 작년이라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시향 안팎의 눈부신 발전을 눈과 귀로 확인시키며 명실공히 최고의 오케스트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한 시기다.

특히 함 지휘자의 부임 이후 2년째를 맞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시향의 변화는 이전의 정체된 분위기를 벗어난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살아있는 오케스트라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점은 다양하고 참신한 기획과 마케팅,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냄으로써 '시민과 함께 하는 즐거운 오케스트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신년 신춘음악회부터 송년 음악회를 비롯해 가족음악회, 장애인사랑 자선콘서트, 팝스콘서트, 가을음악축제 등 '쉽고 재미있는 찾아가는 음악회'로서 시민 속의 오케스트라를 지향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이었다.

아울러 지난 7월 성공적으로 마친 서울특별연주회 이후 공연을 보기 위해 대전을 찾는 서울관객들까지 생겨날 정도로 대외적인 인정과 관심을 받은 해였다.
◈가족, 연인,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연주회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장과 찬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름 함 지휘자의 모 잡지사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빚어진 논란과 단원들 간의 불미스러운 잡음 등은 시향 1년의 기억 중 지우고 싶은 오점으로 남는다.

특히 8월 초 한창 대전시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네티즌들의 글들은 '함신익 사단' '내가 다 한다' '함신익이 살아야 대전시향이 산다' '서울의 교향악 축제에 참석치 않은 이유는 대전시향이 누가 오래서 가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 등 함신익 지휘자의 발언에 대해 그의 사고와 태도를 비방하는 내용들이 많았고 이러한 분위기는 지역언론에까지 보도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물론 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한 함 지휘자의 솔직한 심정을 들을 수 있었고 보도 내용이 애초 그의 의도와는 다른 의미로 전달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일로 인해 받은 상처는 시향에 있어 하나의 약점으로 남았다.

또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단원들 간의 치정문제 등이 시 게시판에까지 올라오는 등 외적인 호평과는 대조적으로 하나로 다져지지 못한 모래알 같은 시향이란 이미지를 심고 말았고 이에 대해 내부단속을 하지 못한 함신익 지휘자의 탓으로 몰고 가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껄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시향에 거는 기대가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시향 자체의 끊임없는 노력과 대전시의 지원, 시민들의 호응이라는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는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특히 지난 7월 취임한 염홍철 대전시장은 "세계적인 함신익 지휘자가 있는 시향을 중심으로 각종 예술단체를 집중 육성, 내년말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강남 사람들이 대전으로 공연을 보러 오도록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로 시향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실제로도 매 정기공연 때마다 직접 티켓을 구매해 관람할 만큼 애정을 보이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번 마지막 정기공연 때 객석에서 기립박수를 보내던 염시장의 모습은 많은 시민들에게 인상깊게 남겨져 이후에도 시 게시판과 관련 사이트 등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전시향 사무국 역시 시향의 미래를 매우 밝게 내다보고 있었다.
공연기획을 맡고 있는 류청씨는 "어린이,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등 관객의 세분화와 레퍼토리의 다변화가 시민들에게 크게 어필했고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정기공연 예매문화가 확산되면서 모 기업체에서는 시향 후원동호회가 결성되는 등 매우 고무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 유명 협연자를 초청해 단원들과의 master class(일류 음악가가 지도하는 상급 음악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내부 실력을 다지는 노력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주회가 끝나자 청중들은 3분이 넘는 기립박수 갈채를 보내주었다.

아울러 "정기연주회의 곡이 생소하고 어려운 곡이 많은 것이 다소 아쉽지만 지휘자의 해설이 곁들여지고 내부적인 실력향상으로 새로운 레퍼토리 수용이 가능해져 감을 볼 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03년도 시향은 올해보다 1회 많은 총 9회의 정기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거기다 대전시향 연주만을 위한 재미작곡가의 새로운 창작극이 연주되는 등 올해와는 또 다른 기획과 새로운 시도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라는 귀띔이다.

3살이면 갓난아이가 슬슬 걸음마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함신익 상임지휘자 부임 이후 3년째를 맞이하는 대전시향이 제대로 설 수 있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음악적 역량을 스스로가 갖춰 함신익이란 이름 세글자에 연연하지 않는 시향 고유의 확고한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시민들의 지역문화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수준 높은 공연 태도가 합해질 때 비로소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대로 그림 그려지고 있다″

 대전시향 지휘자 함신익과의 미니토크


지난 21일 오후 7시 반 충남대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정기공연 '모차르트에서 스트라빈스키까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기립박수에 화답하고 있는 함신익 지휘자와 시향 단원들.

당일 공연장에는 1, 2층 1,800여 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뜨거운 호응을 보였고 2시간 반 여 공연이 끝난 직후 객석에서는 3분이 넘도록 기립 박수 갈채와 환호가 이어졌다. 함신익 지휘자는 두 번의 커튼콜로 화답했다.

연주회에는 외국인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함 지휘자는 이들을 위해 영어를 곁들여 가며 곡 해설과 악기 효과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예의 나비 같은 몸짓과 썰렁한 농담은 객석 곳곳에서 웃음보를 터지게 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공연 내내 이어졌다.

며칠 뒤 만난 함신익 지휘자는 "결산이라면 한해 마지막 공연을 보면 되는 거 아닙니까? 1,800석이 sold-out 됐습니다! 이런 것 좀 많이 써주세요!" 라며 유쾌한 웃음을 터트린다.

지난 여름, 한참 시청게시판에 소위 시향과 자신을 '씹는' 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올 때 만났던 얼굴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당시 마음고생을 겪고 있는 것을 굳이 감추지 않고 드러내면서 때론 흥분한 목소리로 답답한 심정을 이야기하던 심각한 얼굴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농담까지 건네며 유쾌하게 웃는 얼굴에서는 천진함까지 비춰진다.

함 지휘자는 "시향에는 큰 비전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그림이 차곡차곡 그려져 나가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내 역할은 시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새로운 것을 자꾸 들려줘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마지막 정기공연 역시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모차르트에서부터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드뷔엔느, 거기에 관객이나 시향 서로에게 생소하고 초연인 스트라빈스키까지로 곡목을 정한 것이다. 단원들의 앙상블이라든지 연주기량 면에서 눈에 띄게 매우 좋아져 이것이야말로 내 생각대로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이 바뀌면서 좋은 후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시장님이 연주회장에 직접 오시는 게 가장 큰 후원 아니겠나. 이번 마지막 정기연주회 때도 오셔서 정말 좋았다"고 말한 뒤 "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연습실과 연주홀의 부족, 악기의 질적 향상이다. 예전에 거론했던 단원들의 pay(급여)문제는 염시장이 최고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또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적 솔리스트를 초청해 단원들과의 마스터클래스(상급 음악세미나)를 하고 시민들에게도 수준급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 꿈인데 아직은 예산문제가 걸려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프로그램과 시스템적인 면의 향상이 뒷받침된다면 시향이 더 큰 봉우리를 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지켜봐주고 많이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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