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위기 대전시티즌 최종전 눈물의 격려

심판의 두 팔이 나란히 허공으로 뻗어지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긴 휘슬이 울렸다.

17일 오후 3시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대전 시티즌은 전남 드래곤즈에 0 대 1로 패하며 1승 11무 15패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마침표를 찍었다.

관중들 아쉬움에 경기장 떠나지 못해

경기는 끝났지만 관중들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관중석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퍼플크루 관중석에서는 승리 때나 골을 넣었을 경우에만 터지던 붉은 화염이 경기장을 붉게 물들였다. 최선을 다해 뛰어 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이 화염으로 관중석 맨 앞부분에 위치한 ′우리 시민들은 내년에도 당신들을 보고 싶습니다′′We Believe You T.C.F.C′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플래카드가 더 환하게 빛났다.

선수들도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여 마지막 인사를 했다. 관중들은 관중석 가까이 다가오는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꼽아들어 ′대전 시티즌′을 연호 했다. 반쯤 울먹이는 소리였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했지만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이 해체될 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의 표시였다.

팀 해체 위기라는 짐을 진 채 경기 내내 무거운 몸놀림을 보여줬던 선수들의 발걸음이 더더욱 무거워 보였다. 관중들 앞에선 선수 중 몇몇은 얼굴을 감쌌지만 흐르는 눈물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선수들에게 ′대전 시티즌 영원하라′라는 구호가 쏟아졌다. 벤치로 향하는 선수들은 멈칫 멈칫 뒤 돌아서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아쉬움을 표시했다.

선수들이 경기장을 모두 빠져나간 뒤에도 ′대전 시티즌 영원하라′라는 구호는 멈추지 않았다.

선수들도 눈물 보여 안타까움 연출

안타까운 장면은 선수단 버스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약 3,000명의 퍼플크루 회원들과 관중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단 버스 주변을 에워싸며 마지막 서포팅을 했다. 승리의 캉캉 춤과 함께 ′시티즌 영원하라′라는 구호가 쏟아졌다.

버스 안에 있던 선수들은 애써 차창 밖을 외면했지만 관중들의 마지막 서포팅이 가슴속까지 전해져 왔다. 결국 선수들은 버스에서 내려 관중들의 성원에 감사의 표시를 보냈다.

자신들을 에워싼 관중들을 향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긴 말을 전했다.

선수단 버스가 경기장을 떠난 뒤에도 관중들의 마지막 외침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들에게 시티즌의 시즌 성적은 중요치 않았다. 꼴찌 팀이지만 대전을 대표하고 시민들의 성원이 담긴 팀이기 때문이다.

퍼플크루는 대전 시티즌의 해체를 막고 진정한 시민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범 시민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퍼플크루 이기환 회장은 ″시즌은 끝났지만 대전시티즌의 모든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계룡건설에서는 시티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퍼플크루를 중심으로 대전시티즌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 ′시티즌 살리기′범 시민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아니 저런 팬들을 놔두고 어떻게 구단을 없앤다는 말이 나오는 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대전 시티즌은 이번 시즌을 끝냈다. 하지만 최근 대전시티즌 사장인 이원보 계룡건설 회장이 모기업인 건설회사가 수십억 적자 운영의 프로축구단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며 대전시에 인수해 줄 의사를 밝혀 시티즌이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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