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왜 서로 답답하고 서운할까?

대전지역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세 분과 저녁자리를 함께한 일이 있다. 이 자리에는 재선의원인 박병석 의원과 열린우리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이상민 의원, 그리고 열린우리당 사무부총장인 선병렬 의원이 함께했다. 열린우리당 네 명 국회의원 가운데 김원웅 의원만 빠진 자리였다. 16일 로봇랜드 유치 추진위원회 구성을 막 마친 뒤였다.

대전시와 관련된 행사가 끝난 뒤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박성효 대전시장의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박 시장에 대한 불만이 의원들 입에서는 마구 쏟아져 나와 기자로서는 다소 놀라기도 했다.

"국회의원들 알지 못하고 어떻게 뛰라는 건지..."

크게 보면 국회의원과 시장이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먼저 “로봇랜드의 경우 낼 모래 제안서를 내는데 지금 와서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 되느냐”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대전시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국회의원들이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뛰라는 건지 답답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전시가 5개월 전에 TF팀을 구성해서 운영해 왔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뭘 했는지, 또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설명 한번 하지 않았다”고 푸념 섞인 말이 대부분이었다.

"자기부상열차 유치 안될 줄 알고 뛰지도 않았다"

한 의원은 최근 국책사업에서 떨어진 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 대전유치의 경우는 ‘솔직히 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안 될 것 같았다”면서 “안 될 것에 왜 힘을 쓰느냐”는 말도 했다. 이때도 국회의원들은 대전시가 무엇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국회의원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지도 않았다는 불만이 많이 나왔다. 대전시는 인천과 대구에 이어 3위로 고배를 마셨다.

의원들은 이러면서도 지역 언론에서는 '중앙정치권 손 놓고 있느냐'는 질책성 제목에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손을 놓고 있지 않는데, 대전시장이 손을 놓게 만든다'는 게 항변이 골자였다. 급기야 "지역 언론들이 박성효 대전시장에 대해 너무 우호적"이라는 말도 했다.

"광주시장을 봐라! 의원회관에서 자주 부딪히는게 부럽다"

의원들은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광주시장을 예로 들었다. 광주시장은 국회 회기가 열리면 저녁마다 의원 회관에서 부딪힌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광주지역 의원들과 지역 현안을 논의하고, 예산 확보 방안을 놓고 숙의를 하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봐 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모습이 한두 번도 아니고, 자주 목격되는 것을 보면서, 반년에 한 번씩 여섯 의원들 한꺼번에 모아놓고 브리핑 한 번에 그치는 대전시장과 비교가 된다는 이야기다.

박 시장도 "그동안 수차례 자료 줬는데..." 서운감 표시

한때 박성효 대전시장의 입에서도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불만에 항변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일일이 다 어떻게 보고하란 말이냐” “그동안 수차례 자료를 제공했는데도 딴 소리를 한다”는 말이었다.

서울과 대전이 50분 거리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대전 출신의 국회의원과 대전시장과의 사이는 서울~광주보다도 멀다는 느낌을 주었다. 결국 이 영향이 고스란히 대전시민에게 미친다고 볼 때는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몇 자 적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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