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짜증스런 대선정국을 바라보며

 벌써 7월이다. 대통령선거가 낀 해마다 그랬듯이 올해도 대선으로 시작해서 대선으로 끝날 조짐이다. 아직 투표일까지는 5개월여가 남아있다. 국민들이 지칠 만도 하다.

 대선정국 때마다 그랬겠지만 올해도 정치권은 혼란스럽다. 소위 ‘빅2’로 불리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이 지지율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독주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국민들이 많다. “민심은 움직이는 거라니까”

 소위 범여권의 대통합은 ‘지지부진’과 ‘급물살’이란 두 단어로 모든 설명이 가능해진다. 누군가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범여권 합류의사를 밝히면 급물살을 탈거라고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지지부진’이라는 신문기사 부제목이 부지기수다. 

 한나라당 경선은 덜 나쁜 후보를 가려내는 과정(?)

 한나라당이 잘해서인지, 열린우리당이 워낙 못했기 때문인지 그 원인은 분명치 않지만,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이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덕분에 올해 대선 정국은 한나라당 후보들이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다.

 ‘빅2’로 불리는 이명박-박근혜 양 주자는 깨질듯 말듯 하면서도 일촉즉발의 위기를 여러 번 넘겼다. 정인봉-김유찬으로 이어졌던 ‘검증논란’이 이제는 후보 간의 공방전으로 확산되면서 피 말리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는 말도 있지만 이제는 조금씩 지겨워진다. 4차례에 걸친 정책토론회도 그 취지를 잃은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어떤 후보가 가장 능력 있는 후보인가를 증명시켜야 할 경선 과정이 누가 덜 나쁜 후보인가를 가려내는 과정으로 변질된 양상이다.

 국민들이 짜증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방만 있고 감동이 없다는 말이다.

 제3지대 대통합? ‘사이버 정치’ 중인 범여권

 “김 기자 ‘사이버 정치’가 뭔지 알아? 이 바닥 일을 하다 보니 집안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잖아.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사이버 정치’인데, 봉투에 20~30만원 담아서 아내에게 건네주며 ‘옷 사 입어(사이버)’라고 한 마디 하면 엄청 점수를 딴다니까. 나중에 써먹어봐”

 한 보좌관이 해 준 말이다. 그가 얘기한 ‘사이버 정치’와는 다른 의미겠지만, 지금 진행 중인 범여권의 대통합 움직임을 보면 ‘사이버 정치’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가상의 현실 속에서 게임 하듯이 이뤄지는 대통합에 대해 국민들은 고개를 돌리고 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말은 잘 만든다. 대통합-중통합-소통합. 그러면서 이들이 힘주어 외치는 한마디는 “국민은 대통합을 원한다”라는 것이다. 국민에게 물어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했다고 하는데 과연 뭘 포기했다는 건지 되묻고 싶다. 제발 대통합이 이뤄지면 국민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줄 거란 말도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나라를 ‘정치 과잉의 시대’라고 진단하곤 한다. 요즘 상황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과잉’ 자체도 그렇지만, 아무런 감동이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우리 정치에 과연 그런 것이 있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대선주자들은 모두 대통령만 잘 뽑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일정부분 영향은 있겠지만 국민이 대통령과 함께 할 것이냐가 관건인 것이다.

 무조건적인 ‘정치혐오 증상’을 보이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 대부분은 정치권의 자업자득인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그리하여 앞으로 남은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이 더 이상 짜증내지 않도록, 정치의 동토(凍土)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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