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1주일을 넘어선 파업, 시민들의 고통과 분노

"시장이 좀 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며칠째 계속되는 대전 시내버스 파업사태를 지켜보면서 대전시민들의 고통과 분노가 높아져 가고 있다.
 
노,사,대전시가 감정대립 보다 지혜로운 협상을 통해 시민고통이 하루속히 해소되길 바라면서 대전시장에게 조언을 던져볼까 한다.

현재 ‘버스기사 임금 319만원’ 논란으로 협상이 꼬여 있는 가운데, 박성효 시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전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주 초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또 회의 석상에서도 ‘임금이든 통상임금이든 뭐든 간에’라는 말로 앞부분을 얼버무리면서 “대전시에서 7년차 기사 1명에게 319만원을 준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319만원'은 이번  파업의 키워드

‘319만원’은 이번 파업의 키워드가 됐다. 대전시는 이번 파업이 시작되면서 초반부터 버스 근로자들의 임금부분을 꺼냈다. “대전시가 319만원을 주고 있다”는 대전시 관계자의 말은 다음날 언론을 통해서 “버스기사 임금은 320만원”이 돼 버렸다.

그러나 파업을 하고 있는 버스기사들은 기가 막혔다. 자신들의 월급명세서를 들여다 보면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떼고 180만 원 정도 받고 있다” “손에 쥐는 것이 160만원이다”면 다소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운전기사들의 월급은 320만원과는 멀었다.

결국 ‘7년 차 버스기사 월급 320만원’은 파업에 들어간 버스 노조의 감정을 건드리는 핵심 단어가 됐다. 속된 말로 감정이 상해 협상해 볼 맘이 생기지 않는다는 한 버스기사의 이야기가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려오고 있다. 파업 사흘째부터 시작된 시청 남문광장에서의 집회도 이 때문에 시작됐다. 임금 320만원에 대한 항의서 전달, “대전시 관계자 해임, 대전시장 사과” 주장도 감정에서 비롯된 셈이다.

"대전시 관계자 해임 시장 사과"도 상한 감정에서 비롯

노조는 급기야 대전시에 경찰 고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윤석만 노조위원장은 "대전시는 줬다고 하고 노조는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 돈은 누가 중간에서 횡령한 것이냐. 대전시는 사라진 금액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대전시의회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대전시의 재정지원금에 대해 감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대전시가 제시한 7년차 22일 근무를 기준으로 할 때 월평균 임금이 245만원이고, 대전시가 주장하는 320만원과는 99만원의 차이가 발생해 237억 원이 사라진 셈"이라며 열심히 계산을 해 금액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일주일째 대전시청 9층에 있는 기자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박성효 대전시장이 연일 내려와 대전시의 입장을 설명하고, 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파업에 항의하는 성명 발표가 이어졌다. 노조 측 집행부도 한 차례 회견을 갖고, 대전시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대전시 말도, 노조 말도 모두 맞는 말"

이런 기자회견을 수차례 쫒아 다니면서 내린 결론은 '대전시의 말도 맞고, 또 노조 측의 주장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재현장에 있는 상당수 기자들의 생각도 비슷한 편이다. 그리고 파업이 장기화로 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으로 모아지고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28일 기자실에 들어 ‘좋은 해법이 뭐 없는가’며 조언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대답을 찾는다면 “좀 더 유연해 지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스스로 자랑하는 25년 공직 출신으로 ‘한 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는 꼬여가는 파업사태를 더 오래 끌게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감정이 상해 있다면 그것부터 풀어주고 협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문제가 꼬인 것을 아는 사람이 시작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대전시가 노조와 정면으로 부딪칠 것이 아니라 엄연히 사용자가 있는 만큼 사용자가 전면에 나서게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어제 저녁 열린 협상에서는 사용자측이 자신들은 조금도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바람에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리더십은 강함 보다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박성효 시장은 늘 “가치판단의 기준이 시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잘못 시작된 준공영제의 첫 단추를 다시 제대로 꿰려는 노력도 시민을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민을 먼저 생각한다면 이번 파업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버스기사 임금 319만원'도 박 시장이 나서 풀어야 한다. 28일 저녁 협상에서도 이 문제가 노조의 입에서 나왔다는 보도가 있다. 상해진 노조원들의 마음을 먼저 풀어주는 것이 바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시민'을 위한 일이다. 파업을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보다 유연한 자세가 바로 여기에서 필요하다.

파업을 하고 있는 노조원들에게도 파업을 풀 수 있는 명분을 주되 다시는 시민을 볼모로 하는 시내버스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과 로드맵(준공영제 개혁)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승리가 아닐까 싶다.

리더십은 강함 보다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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