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농민 성토장된 쌀 우수브랜드 설명회장

농림부가 마련한 쌀 우수브랜드 육성대책 설명회장이 한미 FTA 체결에 낙심한 농민들의 성토장이 되면서 강연에 나선 김달중 농림부차관보가 진땀 빼는 곤욕을 치렀다.

김달중 농림부차관보
10일 오후 2시부터 충남 예산에 위치한 충남농업기술원 대강당에서 열린 ‘쌀 우수브랜드 육성대책 설명회’는 농림부가 각도를 순회하며 쌀 관련 브랜드 교육을 진행하는 자리로 이날이 전국 순회의 마지막이었다.

당초 행사는 농림부 관계자가 ‘농축산물 유통환경 변화와 대응방향’이란 주제로 특강과 브랜드 육성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충남의 대표브랜드 육성사례로 천안 흥타령쌀과 당진 해나루쌀에 대한 사례발표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차분한 분위기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설명회가 술렁인 것은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 40여분 강연한 김 차관보가 “한미FTA가 체결 된 만큼 이에 대한 설명을 안 할 수 없다”면서 미리 준비한 ‘한미FTA 농업부문 협상결과 및 대책방향’이란 유인물을 통해 추가로 20여분 설명할 때였다.

객석에 앉아있던 한 농민이 “이 자리가 FTA 홍보 자리냐?”면서 짜증섞인 목소리로 딴지를 걸었고, 김 차관보는 서둘러 설명을 마무리하고 질문이 있는지 되물었다. 그때부터 농민들의 불만이 하나 둘 터져나왔다.

예산에 산다는 한 농민은 “2014년까지 관세유예를 받았는데 2015년이면 쌀이 개방된다고 몇차례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관세유예에 대한 이면합의가 있었던 거 아니냐? FTA체결로 입는 농가 소득보전을 강조하는데 WTO규정에 따라 지원금 지급이 어려운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농민 박 모씨는 ‘농민들의 위한 농협의 구조개편’, ‘우리 쌀 소비 촉진 유도 및 홍보 방안’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당진의 신 모씨는 “(FTA대책이라면서) 엉뚱한 것만 보고하면 뭐하느냐? 피부에 와 닿은 지원이 필요하다. 불합리한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를 전면 풀어달라”고 강한 어조로 요구하기도 했다.

한 농민이 일어나 한미FTA체결과 관련한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김 차관보가 일일이 답변해도 농민들의 질문이 줄어들 기세가 보이지 않자 사회자가 나서 질문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자 농민들은 “우리는 쌀 브랜드 육성에 대한 설명보다 농림부 관계자와 토론하기를 원한다”면서 질의 응답을 계속할 것을 요구하는 작은 소동이 일었고 이곳저곳에서 한숨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결국 일정상 김 차관보는 정중히 인사하고 씁쓸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이후 행사는 농림부 소득관리과장의 간단한 브랜드 육성 정책 설명 뒤에 예정됐던 사례발표도 생략하고 농민과의 질의응답으로 바로 진행됐다. 하지만 처음에 농산관련 공무원, RPC(종합미곡처리장)관계자, 농민 등 250여 명이던 객석은 착찹한 표정으로 농민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면서 반으로 줄어있었다. 따져 물어봐야 그들이 찾는 답이 쉽사리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질의 응답은 이랬다.

당진의 한 농민이 “나이 40대에 UR(우루과이라운드)맞아 겨우 살았더니, 지금 50대에 FTA 맞으면 내 나이 60에는 도대체 뭐하란 말이냐”면서 대책을 채근하자 농림부 관계자는 “쌀이 살면 다른 것이 다 개방돼도 살 수 있다. 쌀이 살기 위해서는 결국 고급 쌀 브랜드 육성 외엔 답이 없다.”고 답했다.

농림부가 한미FTA체결에 대한 농민들의 성토로 진땀을 뺀 가운데 이날 행사주제인 ‘쌀 우수 브랜드 육성정책’은 그런 절박함으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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