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전남도청을 거울삼아 사상누각 우려 없애야

이완구 지사가 전남도청을 방문해 박준영 전남지사와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박 지사는 "예상치 못한 문제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23일 이완구 충남지사는 전남도청을 찾았었다. 현재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충남도청 이전을 위한 벤치마킹을 위한 자리다. 기자도 이 지사와 함께 전남도청 행 버스에 몸을 실었었다.

이날 낮 2시쯤 전남 목포시를 관통해 도착한 전남도청은, 그래도 신도시 모습은 어느 정도 갖췄을 것이라는 기자의 기대를 한꺼번에 실망으로 바뀌게 만들었다. 그 넓은 대지는 허허벌판이고 산을 등지고 전남도청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는 도청 신도시, 이른바 서울의 북악에 이어 풍수지리적으로 꼭 맞는다하여 남악으로 이름 지어진 신도시는 이제사 몇몇 아파트 단지들의 공사가 진행될 뿐이었다. 때문에 현재 전남도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1200여 공무원들은 매일같이 장시간의 출퇴근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이 지사는 전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답을 찾았다며 흡족해 했다. ‘남의 집’을 방문한 자리여서 말을 조심스럽게 하긴 했지만 “짜임새가 없다”는 말로 전남도청이 실패작임을 간접적으로 역설했다.

그렇다. 기자의 시각에도 전남도청의 모습은 실패작이었다. 물론 정부의 정책에 쫓겨 부랴부랴 이동하는 바람에 많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지만 제3자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분명히 실패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전남도청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울까. 무엇보다 도청사만 이전하는 것이 아닌, 유관기관과 주변 인프라가 함께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덩그러니 청사만 이전하게 된다면 그것은 죽도 밥도 않되는, 생명력이 없는 신도시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과제는 무수히 많다. 유관기관과의 협조, 2조원대의 막대한 사업비, 원주민 이전 대책 등등...

전남도청을 거울삼아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 그것은 국내외 비슷한 경험을 가진 도시를 발품을 팔아서라도 찾아 현장을 답습하고 충남도만의 것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계획을 심사숙고해 앞으로 100년 아니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충남을 이끌 중추도시인 도청 신도시를 개발해야 한다.

사상누각은 안된다. 때문에 초기 준비 단계에 시간을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 공사 기간을 1~2년 앞당기겠다는 이 지사의 의지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국내외에서도 성공적인 모델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오히려 공사 기간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을 찾은 이 지사에게 박준영 전남지사가 “예상치 못한 문제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 배경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누가 만들어 주는 것 아니다. 누가 이끌어 주는 것 또한 아니다. 모든 것이 이 지사의 손안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본청은 5층 이하로, 신도시는 친환경적으로 짓겠다는 이 지사의 야심찬 복안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안면도 개발 사업자 선정과 같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미연에 모두 점검한 뒤 추진하는 이 지사의 ‘솔직한 결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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