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에 그친 충남도 구애작전
짝사랑에 그친 충남도 구애작전
  • 정하길
  • 승인 2005.07.28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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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의 눈]제5차 전북·충남교류협력회의를 보고
제5회 전북·충남교류협의회 공동합의문.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선정 재평가 촉구 항목은 세번째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이 합의문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27일 전북도청 대회의실 제5차 전북·충남교류협력회의장. 충남도청 버스 편으로 동행취재에 나선 대전·충남의 기자들에게는 수십개의 협력과제와 상정안건 중에 오직 두 가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선정 재평가’와 ‘방폐장 유치사업을 둘러싼 서천군과 군산시의 갈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날 회의를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이 두 문제에 있어서 전북에 대한 충남의 구애작전(?)이 짝사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선정 재평가’건을 살펴보자.

외형적인 면을 보면 이날 발표한 3개항으로 작성된 공동합의문에 이 과제가 세 번째에 놓여 있다. 우선순위에서 그만큼 밀린다는 얘기다.

그 내용을 보더라도 ‘전북도가 재평가에 진정 관심이 있는가’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합의문은 ‘3. 호남고속철도 중부 분기역은 국가 전체 이익을 고려하여 결정할 사업으로 평가자료 공개와 공정한 재평가를 촉구하며 이견이 없는 익산~목포간 기본노선에 대해서는 2007년에 착수될 수 있도록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로 되어 있다. 이 말을 극단적으로 풀이하면 ‘분기역은 나중에 정하더라도 공사부터 하자.’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다.

이와 관련 중도일보 최두선 기자는 “전북도에서 만든 회의 책자에 보면 금후 추진계획으로 ‘기본노선에 이견이 없는 익산-목포 간 ’07년 착수 요구’를 제일 첫 번째 올려놓은 것을 보더라도 전북도가 재평가를 촉구하기 보다는 하루 빨리 착공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내면적인 면을 들여다 보면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분기역 재평가 촉구는 지난 6월 30일 ‘충북 오송’으로 결정난 이후 충남도 서철모 기획관이 앞장 서 △건교부장관이 호남을 방문해 발언한 내용을 철저히 분석한 뒤 A4용지 2쪽에 자필로 문제점을 지적해 긴급 보도자료를 내는 가 하면 △국토연구원을 찾아가 비공식적으로 입수한 라는 평가기준표를 언론에 공개해 선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충남도 현안사업이다.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발생된 각종 잡고채 수거물(작업용품, 폐자재 등)을 압축하여 포장한 드럼이 전북도청 신청사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이번 교류협력회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회의의 주된 목적이‘분기역 선정 재평가를 위한 충남과 전북의 공조체제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왜, 무엇을 위해서 기획관이 여기에 이토록 애착을 갖고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협력회의에서 이 과제는 수십 건 중 하나에 불과했다. 충남·전북의 두 광역단체장과 9명의 기초단체장들이 마주앉은 자리에서 현황 진단, 재평가의 가능성, 구체적 대응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없이 그저 두 단체장이 인사말에서 ‘공조’라는 덕담을 나눈 게 전부다. 언론플레이를 위해 형식적으로 삽입시킨 것이라는 오해를 살 만도 하다.

‘군산시가 서천군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서천군과 갈등을 빚고 있는 방폐장 유치사업’건도 이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공동의제로 넣지 않으려고 했던 것부터 그렇다. 그나마 회의에서 내린 합의내용인‘서천군과 군산시 간의 행정협의회를 복원해 대화의 창을 열자’는 ‘서천군과 군산시가 알아서 해라’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충남·전북의 11개 자치단체가 공식적으로 모인 자리에서 이런 현안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할 수 없다면 언제, 어디에서 할 수 있겠는가. 양측 입장차가 커서 송웅재 군산시장권한대행과의 공동합의문을 작성하지 못하고 끝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나소열 서천군수의 행태는 비난받을 일이지만, 이번 회의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한 서천이 이웃인 전북에게 치이고, 동향인 충남에게서 채인 그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전북도청 신청사 로비에 어떤 의도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발생된 각종 잡고채 수거물(작업용품, 폐자재 등)을 압축하여 포장한 드럼이 전시되어 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방폐장 유치 사업’은 군산시는 앞장서고, 전북도는 밀어주고, 충남도는 멀리서 지켜보는 사이에 서천군만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으로 그려진다. 애초에 이 문제가 공동의제로 채택되지 못한 이유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충남·전북 교류협력회의를 결코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도 컸고 향후 활동도 기대된다. 다만 공사다망하신 단체장들께서 어렵게 모인 귀중한 자리인 만큼, 지역 이슈에 대해 좀더 진지한 자세로 접근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아쉬움이 커도 너무 커서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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